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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 피해 10명중 4명 “자해 충동 등 경험”

입력 | 2024-07-25 03:00:00

푸른나무재단, 초중고 8590명 조사
“피해 해결 안돼” 1년새 35%→52%
가해자가 맞불 신고도 41% 달해



학폭 피해 학생 어머니 “내 삶도 무너져”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푸른나무재단에서 열린 전국 학교폭력·사이버폭력 실태조사 발표 기자회견에서 가면을 쓴 학교폭력 피해 학생의 어머니가 발언하고 있다. 재단에 따르면 학교폭력 피해 학생 10명 중 4명이 자살이나 자해 충동을 느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뉴스1



지난해 한 초등학교 6학년생이 동급생으로부터 오랜 시간 괴롭힘을 당하다 끝내 세상을 등졌다. 유가족은 학교폭력 피해를 주장했지만 학교 측은 “사실관계 확인이 어렵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유가족은 “누구 하나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 우리 아이의 죽음을 학교폭력이 아닌 가정 문제로 몰아간다”고 호소했다.

학교폭력 피해자 10명 중 4명이 자살이나 자해 충동을 경험했다는 조사가 나왔다. 가해 학생 측 학부모에게 이른바 ‘쌍방 신고’를 당했다고 답한 비율도 40%를 넘었다. 전담지원센터를 늘리는 등 피해 학생과 가족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학교폭력 예방 전문기관인 푸른나무재단은 이런 내용이 담긴 전국 학교폭력·사이버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재단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전국 초중고교생 859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3.5%가 학교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응답했다.

특히 학교폭력 피해 학생의 39.9%는 ‘자살·자해’ 충동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자살·자해 충동 응답 비율은 2021년 26.8%, 지난해 38.8% 등 매년 늘고 있다. 재단 관계자는 “개입이 시급하다고 판단하고 출동했던 사례 25건 중 자살·자해 사건이 19건으로 76%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학교폭력 사건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 피해 학생의 절반 이상(52.2%)은 ‘피해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응답했는데, 전년(34.5%)보다 17.7%포인트 상승했다. 재단 관계자는 “학교폭력 피해가 해결되지 않고 쌓이면서 학생들을 내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해자가 ‘맞불 신고’를 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었다. 피해 학생 보호자 38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40.6%는 “가해 학생 측으로부터 쌍방 신고를 당했다”고 답했다.

김미정 재단 상담본부장은 “최근 학교폭력 현장은 갈등 및 법적 분쟁의 온상이 되어 해결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피해 학생을 위한 통합지원 보호 기관을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한편 피해 가정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이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