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방위, 이진숙 후보자 청문회 여야 의원들 “왜 웃나” 입씨름… “눈썹 문신해서 헌혈 못해” 논란도 野 “정치편향 후보자 사퇴해야”… 李 “MBC는 노조가 좌지우지해”
과방위원장 “저하고 싸우려하면 안된다”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최민희 과방위원장(왼쪽)이 이 후보자가 선서문 제출 후 인사를 하지 않고 가자 다시 불러 “저하고 싸우려고 하시면 안 된다”고 귀엣말로 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왜 위원들 이야기하는데 웃고 그러냐. 국민의힘 (과방위원들이) 이야기할 때마다 웃지 않느냐.”(국민의힘 이상휘 의원)
“왜 삿대질을 하냐. 의사진행발언 하실 분 중에 가위바위보 하라.”(민주당 소속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24일 국회에서 열린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여야 의원들 간 고성 속 날 선 발언들이 오갔다. 최 위원장은 이 후보자를 향해 “민주당 의원들이 우습냐”며 “의원들이 발언할 때 끼어들지 말라”고 수차례 주의를 줬고, 그러자 국민의힘은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맞섰다. 의원들의 공방 도중 의사진행발언 신청이 이어지자 최 위원장이 가위바위보를 요구하는 웃지 못할 상황까지 벌어졌다. 지난달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민주당 소속 정청래 위원장과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이 서로 비아냥대며 유치한 설전을 벌인 것을 연상시킨다는 지적도 나왔다.
야당 의원들과 이 후보자의 문답 과정에선 민주당 이재명 당 대표 후보도 소환됐다. 민주당 김현 의원은 이 후보자가 법인카드 유용 의혹에 대해 “사적으로 단 1만 원도 쓴 적 없다”고 하자 “혹 1만 원이 허투루 쓰였으면 자리를 내려놓겠느냐. ‘예, 아니요’로 답하라”고 몰아세웠다. 그러자 이 후보자는 “과거 이재명 전 대표가 ‘예, 아니요’로 묻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다”며 답하지 않았다.
앞서 청문회 시작 땐 최 위원장이 이 후보자가 선서 후 자신에게 인사를 하지 않고 돌아가자 “저기요, 이진숙 내정자. 인사하시죠”라며 “제가 인사하려고 했는데 돌아서 가시니 뻘쭘하지 않나”라고 했다. 이에 이 후보자가 다시 최 위원장에게 다가가 악수한 뒤 고개 숙여 인사하자, 최 위원장은 이 후보자 귀에 대고 “저와 싸우려 하시면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청문회 초반부터 이 후보자의 사퇴를 압박했다. 민주당 조인철 의원은 이태원 참사에 대한 이 후보자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시글을 문제 삼으며 “이 시점에서 오히려 포기하시는 것이, 사퇴하시는 것이 훨씬 대한민국을 위해서도 좋아 보인다”고 했다. 그러자 이 후보자는 “사퇴하지 않겠다”고 했다. 과거 발언들이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야당 지적에 대해 이 후보자는 “아무런 소속이 없이 자연인으로서 말한 것들에 대해 말씀하시면 문제가 있다”고 되받아쳤다.
민주당 박민규 의원은 “이 후보자가 방통위원장으로 임명된다면 불법적 2인 구조에서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와 KBS 이사 선임을 강행할 것”이라며 “(방통위원장에 대한) 탄핵안 발의도 당연히 뒤따를 것이다. 결국 후보자는 길어야 몇 달짜리 ‘제3의 이동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자는 동대구역을 박정희역으로 바꾸자거나 KBS 본관을 박정희센터로 만들자고 했다는 등의 과거 발언에서 극우 성향이 보인다는 야당 비판에는 “극우라는 규정이야말로 대단히 위험하고, 나에 대한 인신 모독”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박정희 이승만 전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이야기하면 극우가 되고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하면 세련된 지식인처럼 취급받는 부분은 아주 불공정하다”고 했다.
방송통신 현안에 대한 질의도 오갔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레거시 미디어 간 규제 불평등 논란에 대해 이 후보자는 “구글이나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를 내지 않아 (국내 업계가) 비대칭적 손해를 보고 있다”며 “임명된다면 이 부분을 특히 주목하고 잘 살펴보려고 한다”고 했다. 이날 청문회는 방통위원장의 연이은 사퇴로 최근 1년 새 3번째로 열린 것이며 장관급으로서는 이례적으로 25일까지 이틀간 열린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