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최근 신진 K-뷰티 브랜드들의 약진으로 글로벌 뷰티 시장의 판도가 흔들리고 있다. 신진 K-뷰티 브랜드들이 혁신적인 제품과 독창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미국 등 해외에서 자리 잡으면서다. 7월 17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화장품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1% 증가한 48억2000만 달러(약 6조7000억 원)를 기록했다. 반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특히 미국으로의 수출이 대폭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화장품 수출액 증감을 국가별로 보면 미국과 일본이 각각 61.1%, 21.5% 늘었다.
전 세계적으로 K-뷰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티르티르(TIRTIR)’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티르티르의 올해 매출액은 30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올 상반기 매출로만 이미 ‘1억불 수출의 탑’ 수상을 확정할 정도다. 지난해 일본 시장만 놓고 봐도 매출액 1719억 원, 영업이익 294억 원을 기록했다.
티르티르가 미주 지역에서 높은 인기를 구사한 배경에는 모든 인종의 피부 톤을 아우를 수 있는 다채로운 쉐이드가 있다. 미주 진출을 앞두고 티르티르는 쉐이드를 30개로 확장해 개발 중이었다. 구독자 333만 명을 보유한 흑인 뷰티 크리에이터 ‘달시’는 지난 4월 자신의 피부 톤과 전혀 맞지 않는 밝은 파운데이션을 리뷰하는 영상을 올렸다. 이때 ‘한국에서 제일 어두운 톤이 바로 이것!’이라는 멘트와 함께 국내 화장품 브랜드의 베이스 메이크업 컬러의 한계를 지적했다. 티르티르는 이에 당시 개발 중이던 9개의 쉐이드로 구성한 쿠션 파운데이션 ‘마스크 핏 레드 쿠션’ 세트를 선물했다. 달시는 이중 자신의 피부 톤과 정확히 일치하는 제품을 찾을 수 있었고, 해당 리뷰 영상은 유튜브에서 조회 수 4200만을 돌파했다. 이후 전 세계의 다양한 피부 톤을 가진 인플루언서들이 해당 제품을 리뷰하는 영상을 올리면서 대중들에게도 알려졌다.
창립 5년 만에 글로벌 어워드 37관왕 수상
지난 5월 일본 도쿄와 오사카에서 진행한 티르티르 팝업스토어. 사진제공 티르티르
신제품을 출시하는 데도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이 1순위다. 마스크 핏 쿠션의 미니 버전은 미니 백을 선호하는 고객들의 소비 트렌드를 분석하는 데서 시작했다. 마스크 핏 레드 쿠션을 30가지 셰이드로 확장한 것도 전 세계의 다양한 피부 톤과 피부 고민을 가진 소비자와의 소통 과정에서 출발했다. 티르티르 브랜드 담당자는 “티르티르는 SNS상에서 제품의 리뷰, 개선 방향, 소비자의 니즈 등을 꾸준히 지켜보고 반영하기 위해 노력한다”며 “고객들의 칭찬이나 비판을 바로 수용하고, 이를 제품의 개선 사항으로 적용하는 것이 브랜드의 발전을 이루는 데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하지만 고객의 신뢰는 ‘소통’만으로는 쌓이지 않는다. 티르티르의 성공에는 탄탄한 제품력이 뒷받침하고 있다. 일본은 습도가 높아서 베이스 메이크업을 오래 유지하기 어려운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티르티르의 마스크 핏 쿠션 시리즈는 여름에도 72시간 이상 유지되는 밀착력을 선보인다. 이에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국내 브랜드 최초로 2023년 일본 최대 뷰티 사이트 앳코스메 선정 쿠션 부문 1위에 오른 것. 이뿐만 아니라 2022년 초부터 상반기까지 라쿠텐 한국 코스메틱 부문 1위를 수상하는 등 일본 주요 뷰티 어워드에서 37관왕을 차지했다. 누적 판매량은 1700만 개를 돌파했다. 일본의 ‘국민 쿠션’이라고 불리는 배경이다. 티르티르 브랜드 담당자는 “제품력 자체를 발전시키는 것 외에도 저희가 신경 쓰는 부분은 바로 디테일한 검수”라며 “정직하고 신뢰도 높은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 성분, 효능, 안정성에 대한 인증을 받는 건 물론이고 제품 출시 과정에서 검수도 그 무엇보다 꼼꼼히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혁신적인 제품력은 기본인 데다 제품을 출시하기까지 전 과정에서 섬세한 작업이 이뤄진다는 설명이다.
조지윤 기자 georg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