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동현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안과 교수 “백내장 치료, 인공수정체 삽입술이 가장 효과적” “자각증상 없어 안과 정기검진이 최고 예방책”
김동현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안과 교수. 사진 박해윤 기자
백내장은 대부분 노화로 인해 생기는 안질환으로,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국내 진료 환자 수가 크게 늘었다. 국민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약 82만 명이었던 환자 수는 2020년 약 140만 명, 2022년에는 약 160만 명에 이르렀다. 12년 사이에 약 2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수술 건수도 2018년 약 59만 건에서 2022년 약 74만 건으로 약 20% 증가하면서 국내 질환별 수술 건수 1위에 올랐다.
더욱 주목할 사실은 주로 60대 이상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 백내장이 정기 건강검진이 확대되면서 40~50대에서도 환자 수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5년 사이 진료 환자 수가 약 26만 명에서 약 33만 명으로 약 27% 증가했다. 40대의 경우 2020년 진료 환자 수는 약 9만 명으로, 이는 2010년 약 3만4000명 대비 약 2.7배 증가한 수치다. 백내장은 어떤 질환이고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김동현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안과 교수를 만났다. 김 교수는 “백내장은 통증 등 자각증상이 거의 없기 때문에 정기적인 안과 검진으로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고, 추적 관찰을 통해 적절한 시기에 수술을 받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치료 효과 증명된 약물 없어
눈이 사물을 보는 메커니즘을 카메라와 비교해 설명해달라.
“우리 눈으로 들어오는 빛은 검은색 각막(렌즈)에 의해 굴절되고 홍채(조리개)에 의해 그 양이 조절돼 수정체(볼록렌즈)로 보내진다. 수정체는 멀거나 가까운 것을 보기 위해 두께를 조절해서 눈의 맨 뒤쪽 망막(필름)에 상을 맺게 하는 역할을 한다. 망막에 분포된 시세포들은 이렇게 맺힌 상들을 전기신호로 바꿔 시신경을 통해 뇌로 보낸다. 수정체는 스스로 두께를 조절해 상을 정확히 맺히게 할 수 있지만, 카메라의 볼록렌즈는 인공적으로 두께를 조절해 렌즈와 필름 사이의 거리를 조절해줘야 상이 맺힌다.”
백내장은 어떤 질환인가?
“눈의 수정체가 단백질 변성으로 혼탁해지면서 시야가 뿌옇게 되는 질환이다. 수정체가 혼탁해지면 빛의 굴절이 제대로 안 돼 망막에 상을 맺는(사물을 보는) 데 지장을 받게 되고 시력이 떨어지게 된다.”
백내장의 대표적 증상은?
“시력 감퇴다. 수정체가 혼탁해지면서 시야가 흐리거나 왜곡돼 보일 수 있다. 이런 증상은 혼탁의 위치, 정도, 범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혼탁이 부분적으로 있을 경우는 단안복시(한쪽 눈으로 봐도 사물이 둘로 겹쳐 보이는 증상)가 나타날 수 있고, 수정체 핵이 딱딱해져 굴절률이 증가하면 근시 상태가 돼 근거리가 이전보다 잘 보이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혼탁의 정도가 극도로 심해지면 전혀 보이지 않게 되는데, 그럼에도 밝고 어두움, 빛과 그림자 등은 느낄 수 있는 게 백내장의 특징이다. 백내장은 대개 통증이 없기 때문에 자각하기 어렵다. 따라서 눈이 뿌옇거나 흐려 보이고, 사물이 겹쳐 보이거나 빛 퍼짐 현상이 있다면 즉시 안과 검진을 받아보는 게 좋다.”
백내장의 원인은?
“선천성 백내장은 대부분 뚜렷한 원인이 없으며, 간혹 유전성이거나 자궁 내 태아 감염, 대사 이상(당뇨)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후천성 백내장은 노화의 일종으로 나이가 들수록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노화 외에는 외상, 포도막염 등 안구 내 염증, 약물(스테로이드, 항암제, 정신과 약물)과 방사선치료, 전신 질환 등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흡연, 음주 등의 생활 습관도 영향이 있으며, 특히 자외선(태양)과 적외선에 과도한 노출도 발생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다. 젊은 환자의 경우 외상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백내장은 약물로 치료가 가능한가?
“약물요법으로 변성된 수정체를 투명한 상태로 만들거나 진행을 완전히 멈추는 건 불가능하다. 백내장 초기에는 진행 속도를 지연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아직까지 확실한 효과가 증명된 치료 약물은 없다.”
인공수정체로 근·난시, 노안 교정
“진행된 백내장에 있어 수술은 매우 안전하고 효과적이며 가장 확실한 치료법이다. 혼탁이 생긴 수정체를 제거하고 인공수정체로 교체, 삽입하는 것이다. 인공수정체는 종류가 다양해 눈의 구조와 특성, 다른 안과 질환 여부, 생활 패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택해야 한다.”
인공수정체 삽입술은 어떻게 진행하나?
“환자의 각막에 2∼3mm의 작은 구멍을 낸 뒤 혼탁한 수정체를 빼내고 이를 대신할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수술이다.”
수술 시기는 언제가 좋은가?
“무조건 빨리 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 환자가 시력에 불편함을 느낄 때 환자의 몸 상태를 고려해 적절한 수술 시기를 선택해야 한다.”
수술 부작용이나 합병증 가능성은?
“간단하게 끝낼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절대 쉬운 수술은 아니다. 합병증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경우도 있고, 안구건조증이나 황반부종 등 부작용도 있을 수 있어 수술 후에는 정기적 경과 관찰이 필요하다.”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면 시력 교정도 된다는데?
“인공수정체는 안구의 크기와 곡률 등을 계산해 환자가 원하는 도수로 조정이 가능하다. 최근 다양한 기능을 가진 인공수정체가 출시됐으며, 그 기능이 점점 향상되고 있다. 난시 교정, 노안 교정 등도 백내장 수술과 동시에 받을 수 있다. 삽입할 인공수정체는 종류가 다양하고 건강보험 급여의 적용 여부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따라서 수술할 안과 의사와 충분히 상담을 한 후에 몸 상태와 경제적 여건을 고려해 본인에게 잘 맞는 것을 선택해야 한다.”
양쪽 눈 모두에 백내장이 있는 경우는?
“인공수정체 삽입술을 양쪽 눈 동시에 실시할 수 있다. 하지만 극히 드물게 감염 등으로 수술이 잘못될 우려가 있어 한쪽 눈 수술 후 3일 정도 경과를 보고 다음 수술을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선글라스 착용, 백내장 예방에 도움
양쪽 눈을 같은 날 수술할 수 있는 경우는?
“환자가 원하고 눈 등 몸 상태가 수술하기에 적합하다고 판단되면 같은 날 진행한다. 수술 방법, 수술 기구, 항생제 등 여러 측면에서 의료 기술이 발달해 감염 가능성이 과거에 비해 현저히 낮아졌기 때문이다.”
한쪽 눈 수술 이후 시력 교정을 위해 다른 쪽 눈에도 인공수정체 삽입술을 할 수 있나?
“보통 40∼50대 이상에서는 다른 쪽 눈에도 백내장이 경미하게 있는 경우가 많다. 양쪽 눈에 백내장이 있다면 양쪽 눈 모두에 인공수정체를 넣어 굴절 교정 수술까지 한꺼번에 하는 게 대부분이다. 다만 백내장이 없는 눈에 대한 수술은 보험급여 적용이 불가능하다.”
백내장의 예방법이 있다면?
“노인성 백내장은 노화 과정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예방법은 확실히 알려진 게 없다. 다만 강한 자외선은 분명히 악영향을 주기 때문에 야외 선글라스 착용은 도움이 된다. 외상이나 다른 안질환, 약물에 의해서도 백내장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정기적인 검진을 권한다.”
백내장 치료와 관련한 정책 제안이 있다면?
“백내장 환자의 기저질환(암, 당뇨,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치매)이 심하거나 수술의 난도가 매우 높은 케이스 등에는 차등 수가 적용이 필요하다. 이런 환자들은 전신마취가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이 부분에 대한 수가 적용도 함께 고려됐으면 좋겠다.”
최영철 기획위원 ftdo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