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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피싱 조직에도…코로나 지원금 3조 줄줄 샜다

입력 | 2024-07-25 12:05:00

24일 서울 명동의 한 상점에 문이 닫혀 있다. 정부와 금융권이 민족 고유의 명절인 설 연휴 기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중소기업을 위해 총 46조8000억원 규모의 대출·보증을 지원한다. 이와 함께 정부는 강화된 거리두기 조치로 누적된 소상공인의 피해 회복을 위해 은행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을 통해 10조원 규모로 초저금리 대출인 ‘희망대출플러스‘를 공급한다. 소상공인 방역지원금을 받은 업체를 대상으로 신용도에 따라 연 1~1.5% 금리로 최대 1000만원(대표자 기준)까지 지원한다. 2022.1.24/뉴스1


정부가 2020년부터 2년간 소상공인에게 지급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난지원금·손실보상금 61조 4000억 원 중 최소 3조2323억 원(5.3%)이 새어나간 것으로 드러났다. 부당하게 지원금을 받은 업체만 62만3042곳에 달한다.

감사원이 25일 공개한 소상공인 등 지원 사업 추진 실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최소 3조2323억 원이 코로나19 피해 규모보다 많이 지급됐거나 아예 지원금을 받을 수 없는 자격의 업체에 전해졌다.

● 정부 제도 설계 허술했던 탓…피해無 업체에 지원금

당정이 11일 소상공인·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지원금으로 최소 600만원을 지급하는 데 합의했다. 이를 위한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은 ‘33조원 플러스알파(+α)‘가 될 전망이다. 이날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서 상인이 손님에게 영수증을 건내고 있다. 2022.5.11/뉴스1




감사원은 재난지원금·손실보상금 사업을 맡은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가 “처음부터 제도 설계를 허술하게 한 탓에 3조 원 이상이 새어나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경영 위기 업종 분류에 면밀한 검토가 없었고,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감소도 객관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채 지원금이 지급됐다. 소기업의 매출은 급락했는데, 대기업의 매출 증가로 전체 평균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나온 업종은 지원에서 제외됐다.

반면, 소기업 매출이 오히려 증가한 업종이 경영 위기 업종으로 분류됐다. 대기업 매출이 감소해 전체 평균 매출이 감소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매출 감소가 1원 이라도 있던 업체나, 하반기에만 매출이 적었던 업체에도 정액(定額) 재난지원금을 준 것도 문제가 됐다.

더불어 중기부가 재난지원금·손실보상금 지급 대상자를 선별하는 업무를 직원 1 명에게 떠맡겼던 것도 대규모 부실 지급의 원인이었다. 감사 결과 중기부는 1~4차 재난지원금 16조1000억 원의 대상자를 선별하는 업무를 임용된지 1년여 된 신입 사무관(5급) 1명에게 맡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 밖에도 선지급 대출제도를 손실보상 비대상자가 대상자보다 유리한 금리혜택을 누리도록 불합리하계 설계 및 운영했다는 점, 서류상 사업자 등록만 되어있으면 법적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도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도록 설계한 점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 62만여 업체 부당하게 지원금 받아…폐·휴업에 무관 업종까지

감사원 




부당하게 지원금을 받은 업체 62만3042곳 중 36만6764곳은 코로나19로 받은 피해보다 더 많은 지원금을 받았는데, 이들이 더 받은 돈은 2조6847억 원에 달했다. 더불어 8만6217곳은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점이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3007억 원을 지급 받았다.

1만5574곳은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아예 없는 업종임에도 1205억 원을 받았다. 예를 들어 태양광 사업자들은 코로나19 유행 전 이미 한국전력 등과 20년치 전력 판매 계약을 체결해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없는 업종이었다. 코로나19 기간 이들의 매출이 감소한 것은 코로나19와 무관한 이유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태양광 발전 사업은 지급 대상 업종으로 분류됐고 지원금을 받았다.

4만1166곳은 휴업, 폐업 중인데도 영업 손실에 대한 보상금으로 546억 원을 받았고, 3855곳은 서류상으로만 영업 중으로 돼 있을 뿐 인·허가를 받지 않은 업체였는데 110억 원을 받았다. 1만5490곳은 2가지 이상의 지원금을 중복해서 받았는데, 이렇게 더 받아간 금액은 300억 원에 달했다.

321곳은 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을 속여 지원금을 받았다가 이번 감사에 적발됐다. 이 중에는 보이스피싱, 대포통장 개설 등 범죄를 위해 설립된 유령 법인도 포함돼있었다.


● 줄줄 새어나간 3조원…잠재 손실은 납세자 책임?

코로나19 지원금 중 3조 원 이상이 새어나갔으나 대부분 회수가 어려운 것으로 확인됐다. 애초에 중기부가 설계를 잘못해 지급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를 속이고 지원금을 받았다 적발된 소수의 업체에 대해서만 지원금 회수, 제재부가금 부과, 형사처벌 등이 가능하다.

11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서 상인이 영업준비를 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1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소액 채무를 연체했지만 전액 상환한 서민과 소상공인 최대 290만명에 대한 신용회복을 지원하기로 했다. 지난 2021년 9월부터 2024년 1월까지 2000만원 이하 연체자 중 오는 5월 말까지 전액 상환한 신용취약계층이 대상자다. 2024.1.11/뉴스1



정부의 재난지원금·손실보상금 부실 지급으로 인한 잠재적 손실은 납세자들의 책임이다. 1차 재난금 지급 전해인 2019년 말 기준 국가채무는 723조2000억 원, 7차 재난금이 지급된 2022년 말 기준 국가채무는 1067조4000억 원으로 3년 새 344조2000억 원이 늘었다. 앞서 정부는 7차례 지원금 지급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을 5차례 편성했고, 이 지원금 중 4차례는 정부의 예비비인 비상금이나 초과 세수를 털어 지급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예지 동아닷컴 기자 leey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