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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자가 만들어서 수천억 대박 게임으로[조영준의 게임 인더스트리]

입력 | 2024-07-26 10:00:00


게임 시장에는 수십에서 수백만 명의 동시접속자를 기록하고 매년 수천억에 달하는 매출을 벌어들이는 게임들이 존재하는데요. 세계에서 가장 큰 PC 게임 유통 플랫폼인 스팀 최상위권을 장악하고 있는 FPS 게임 ‘카운터 스트라이크2’, MOBA 장르 게임 ‘도타2’, 배틀로얄 장르의 ‘펍지 배틀그라운드’ 등이 가장 대표적인 게임이라고 볼 수 있겠죠. 
그리고 ‘카운터 스트라이크 2’, ‘도타 2’, ‘펍지 배틀그라운드’라는 세 가지 게임이 가진 공통점이 있는데요. 바로 게임의 뿌리가 전문 개발자가 아닌 이용자의 손에서 탄생했다는 점 일입니다. 게임의 모드 제작이나 이용자 에디터를 통해 등장한 콘텐츠가 사랑을 받아 전 세계 게이머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는 것이죠.

스팀에서 엄청난 수익을 거두는 ‘카운터스트라이크 2’, ‘도타 2’, ‘펍지 배틀그라운드 (출처=스팀)

●가능성을 인정받고, 스팀을 탄생시킨 ‘카운터 스트라이크’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큰 사랑을 받는 ‘카운터 스트라이크 2’의 뿌리를 찾아보려면 ‘하프라이프’가 발매된 1990년대 후반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1999년 ‘구스맨(Gooseman)’이라 불리는 민 리와 ‘클리프(Cliffe)’라 불리는 제스 클리프라는 두 명의 개발자가 ‘하프라이프’의 모드를 개발해 선보입니다. 모드는 영어단어 ‘Modification’의 줄임말로 게임을 수정해 기존 게임의 규칙을 변경하거나 확장하는 사용자 제작 콘텐츠를 말합니다.

두 게이머가 선보인 모드는 전술적 게임플레이와 팀 기반 대결을 혼합한 형태로 구성됐으며, 이는 기존 FPS 게임들과는 완전히 다른 재미를 선사했습니다. 지금 보면 테러리스트와 대 테러리스트 진영으로 나뉘어 대결을 펼치는 콘텐츠가 익숙하지만, 당시만 해도 FPS 게임의 멀티플레이는 ‘퀘이크’ 같은 게임의 데스매치가‘가 일반적이었거든요.

카운터 스트라이크 1.0 버전 이미지 (출처=게임동아)

팀 전술에 기반한 재미는 멀티플레이를 즐기는 이용자를 사로잡았고, ’카운터 스트라이크‘는 모드 출시 후 반년도 지나지 않아 ‘하프라이프’의 멀티를 휩쓸며 엄청난 흥행을 보여줬습니다. 이러한 ‘카운터 스트라이크’의 흥행에 ‘하프라이프’ 개발사 밸브도 깜짝 놀랐습니다. ‘카운터 스트라이크’의 가능성을 본 밸브는 기술 지원을 넘어 아예 모드 개발자를 영입해 ‘카운터 스트라이크’를 독립 게임으로 선보입니다.

독립 패키지로 발매된 ‘카운터 스트라이크’는 엄청난 인기를 모았습니다. 다만 멀티플레이를 즐길 때 버전이 다르면 서버에 접속하지 못했고, 매번 파일을 복사해 넣어야 하는 등 업데이트에 불편함이 있었죠. 밸브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게이머가 게임 시디키만 등록하면 인터넷이 연결된 어디서든 동일한 버전을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선보였고, 이것이 현재 세계 최대 PC 게임 플랫폼인 스팀입니다.

2000년 발매된 ‘카운터 스트라이크’ 독립 버전 (출처=스팀)

●유즈맵 ‘도타’ 세계 최고 게임 두 개가 되다

블리자드의 전략 게임 ‘워크래프트3’는 이용자가 자신의 입맛대로 맵이나 규칙을 만들어 즐길 수 있는 유즈맵 세팅 콘텐츠가 인기를 많이 끌었던 게임입니다. 그리고 그중에서 ‘도타(DotA, Defense of the Ancients)’라 불리는 게임이 이용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두 진영이 대결하고 영웅을 골라 상대 방어탑과 본진을 파괴하는 게임이었죠,

‘도타’는 2003년 ‘율(Eul)’이라는 닉네임을 쓰던 대학생 카일 서머가 처음 만들었습니다. 이후 ‘율’이 ‘도타’에 소홀했던 상황에서 다양한 이용자들이 ‘도타’를 본떠 콘텐츠를 만들었고, ‘도타 올스타즈’라는 콘텐츠가 인기를 끌게 됩니다. 

사진은 워크래프트3 리포지드 (출처=블리자드 홈페이지)

‘도타 올스타즈’의 초기 제작자 ‘Meian’과 ‘Ragn0r’가 떠난 뒤 ‘구인수(Guinsoo)’라는 닉네임을 쓰는 스티브 피크가 ‘도타 올스타즈’의 제작을 맡았고, 이후 구인수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즐기러 떠납니다. 그 뒤에는 2005년 ‘도타 올스타즈’에 합류해 아이스프로그(Icefrog)’라는 닉네임을 쓰는 것으로 알려진 압둘 이스마일이 개발을 맡았습니다.

‘아이스프로그’는 2009년 도타의 독립 게임 개발을 위해 블리자드와 접촉했으나 신통치 않은 블리자드의 제안에 결국 밸브와 손을 잡았습니다. ‘도타’의 원작자인 ’율‘과 함께 밸브로 합류했죠. 그들이 밸브와 선보인 신작 게임은 ’도타 2‘라는 이름으로 탄생하게 됐습니다.

도타2 이미지 (출처=스팀)

그리고 사실 ’아이스프로그‘에 앞서 ’도타 올스타즈‘를 제작한 ’구인수‘는 2006년부터 라이엇 게임즈에 합류해 ’리그 오브 레전드’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두 게임이 탄생하는 과정에는 상표권 분쟁이 있었는데요. ‘도타2’와 ‘리그 오브 레전드’ 두 작품의 뿌리가 모두 ‘도타’에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일로 보입니다.

●배틀로얄 모드 개발자 손에서 탄생한 ‘배틀 그라운드’ 세계를 휩쓸다.

우리나라 게임 회사인 크래프톤에서 선보인 ‘펍지 배틀그라운드’도 닉네임 ‘플레이어 언노운’으로 알려진 모드 개발자 브랜든 그린에 의해 완성될 수 있었던 게임입니다. 게임이 초창기 서비스명이 ‘플레이어 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였을 정도죠.

초기에는 게임 제목이 플레이어 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 였다. (제공=크래프톤)

브랜든 그린은 사진작가이자 그래픽 디자이너였습니다. 그러다가 ‘아르마2’의 좀비 서바이벌 모드인 ’DayZ’를 즐기면서 다른 이용자와 함께 본격적인 모드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DayZ’의 파생 모드인 배틀로얄 모드를 만들었고, ‘아르마3’에서는 이를 더 발전시켜 배틀로얄 장르가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이후 ‘H1Z1’의 배틀로얄 콘텐츠 제작에 참여했고, 나중에는 블루홀지노게임즈에 합류해 ‘펍지 배틀그라운드’를 완성했죠. 완전한 독립게임으로 등장해 100명이 한 공간에 대결을 펼쳐 최후의 생존자를 가리는 배틀로얄의 재미는 전세계 이용자를 사로잡았고, 스팀 동시접속자 325만 명을 기록했습니다. 7년 연속 스팀 최다 판매 및 최다 플레이 게임 부문의 플래티넘 등급에 선정되는 등 지금도 큰 인기를 끌고 있죠.



조영준 게임동아 기자 ju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