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지검, 총책 등 6명 구속기소 유령법인 계좌 명세 조작해 채권 추심
절차가 간소한 전자소송 지급명령의 허점을 악용한 신종 수법으로 24개 회사로부터 16억6000만 원을 뜯어낸 일당 6명이 구속기소됐다.
춘천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홍승현)는 유령법인을 설립한 뒤 허위 전자소송을 제기해 추심 방식으로 돈을 편취한 총책 A 씨(46) 등 6명을 사기, 사기미수, 공전자기록등불실기재 및 동행사, 금융실명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들은 실제 운영 중인 회사와 같은 명칭의 유령법인을 설립해 계좌를 개설한 뒤 일당 가운데 B 씨(24), C 씨(22) 명의 계좌에서 유령법인 명의 계좌로 500만~600만 원을 송금하고 출금하는 행위를 반복했다. 이를 근거로 송금 내역만을 편집해 회사에 거액의 물품대금을 송금한 것처럼 허위자료를 만들었다.
피고인 조직도. 춘천지검 제공
일당은 이 허위자료를 내세워 법원 전자소송을 통해 ‘물품대금을 미리 지급했는데 물품을 못 받았으니 대금을 반환해달라’는 내용의 지급명령을 신청했다. 법원이 이를 검토한 뒤 해당 회사에 지급명령서를 송달하는 과정에서 이들은 지급명령서를 빼돌렸다. 회사 사무실 근처에서 대기하다가 지급명령 정본이 송달되면 마치 회사 관계자 행세를 하며 가로챈 것. 지급명령이 채무자에게 송달된 후 2주 이내에 채무자가 이의신청을 하지 않으면 그대로 확정되기 때문에 피해 회사는 지급명령 사실조차 모른 채 당할 수밖에 없었다.
일당은 이같은 수법으로 지난해 5~11월 전자소송을 통해 28개 회사를 채무자로 하는 지급명령(채권금액 합계 99억 원),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추심할 금액 합계 66억 원)을 받아냈고, 이 가운데 24개 회사로부터 16억6000만 원을 추심했다.
소송사기 범행 흐름도. 춘천지검 제공
이 사건은 영문도 모른 채 채무자가 된 일부 회사가 춘천지법에 민원을 제기했고, 법원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드러나게 됐다. 검찰은 B, C 씨가 제기한 민소소송을 조회해 전국 법원에서 28개 회사를 상대로 채권액 합계 99억 원 상당의 지급명령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고 전담수사팀을 통한 수사를 통해 사건 전모를 파악할 수 있었다.
피고인들은 지급명령 신청의 근거자료를 제출하는 계좌거래내역에 거래 상대방인 법인의 상호만 표시되는 점, 지급명령 정본을 배달하는 집배원에게 피해 회사 관계자 행세를 하면 별다른 본인 확인 절차 없이 이를 수령할 수 있는 점 등을 이용했다.
이에 따라 춘천지검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법원행정처에 지급명령 사건 진행 및 지급명령 정본 송달 과장에서 위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음을 전달해 제도 개선을 권고할 예정이다.
춘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