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방검찰청 제공
경기 화성시에서 다툼 끝에 여자 친구를 살해하고 그의 모친까지 다치게 한 김레아(26) 재판에 피해자 모친이 증인으로 출석해 사건 당시 상황을 전했다.
25일 수원지법 형사14부(부장판사 고권홍) 심리로 열린 김레아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 공판에 출석한 A 씨(46)는 “(피해자인) 딸이 사건 전날 집에 왔는데 온몸에 멍이 들어있었고, 목에는 손으로 조른 자국이 있어 다음 날 딸 짐을 빼러 찾아간 것”이라며 “김레아가 딸의 나체사진 등을 가지고 있다가 협박해 이를 유출하지 않겠다는 확인서에 서명을 받으려고 집으로 들어갔는데 김레아가 칼을 빼 들고 딸과 저를 찔렀다”고 진술했다.
이날 법정에서는 A 씨가 사건 당시 상황을 녹음한 파일이 재생됐다. 약 5분 분량 녹음에는 A 씨와 딸 B 씨(당시 21세)가 집 안에 들어간 뒤 김레아에게 폭행을 추궁하는 내용, 이후 김레아가 범행을 저지르며 발생한 소음과 비명이 담겨있었다.
A 씨 말이 끝나자, 김레아는 한숨을 한 번 쉬고, 갑자기 ‘탁’하는 소리와 함께 일어나 범행을 저지른다. “사람 살려”라는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A 씨는 법정에서 “김레아가 거짓말을 많이 해 녹음을 했다”며 “딸이 문을 열고 나가려고 하니까 김레아가 못 나가게 붙잡고 ‘너 내 거 안 되면 죽어야 한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딸을 내보내려고 김레아를 붙잡았고, 김레아가 저를 여러 번 흉기로 찔렀다”며 “딸이 집에서 나가고 제가 잠깐 정신을 잃었는데 김레아가 뒤따라 나가는 문소리에 정신이 들어 바로 경찰에 신고했다”고 전했다.
재판부는 사건 당시 녹음에 이어 A 씨가 경찰에 신고했던 녹음도 재생했다.
김레아 측은 김레아가 약지와 새끼손가락 신경을 다친 점을 들면서 “피고인이 칼을 들고 찔렀다면 검지 등이 다쳐야 하는데, 새끼손가락이 다친 것은 증인과 칼을 두고 주도권 싸움을 하다가 다친 것이 아니냐”고 반대 신문했다.
이에 대해 A 씨는 “저는 칼을 들지 않았다”며 “김레아는 사건 직후 제가 죽은 것으로 알고 경찰에 제가 새벽에 집에 갑자기 왔다는 둥 거짓말을 하다가 제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고 진술을 바꿨다”고 반박했다.
김레아는 최초 경찰 조사에서 “A 씨가 칼을 들고 위협해 대항하는 차원에서 찌른 것”이라고 허위 진술했다가 돌연 자신의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A 씨는 진술하는 내 울음을 참지 못했다. 피고인석에 앉은 김레아는 흰색 마스크를 쓰고 황토색 수의를 입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B 씨는 병원에서 치료받다가 숨졌으며 A 씨는 중상을 입었다.
김레아는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면서도 사건 당시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며 심신미약을 주장하고 있다. 변호인 측은 법원에 김레아 정신감정을 요청해 정신감정이 진행될 예정이다.
다음 재판 기일은 정신감정 결과가 나온 뒤 정해진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