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 대상 물건에 대해서만 권리 인정 공사 중단 땅에 정착물, 자재만 있으면 도급 회사의 토지 유치권 성립 안 돼
고준석 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 상남경영원 교수
은퇴를 준비하고 있는 A 씨는 토지를 매수해 지상 3층 규모의 상가주택을 신축할 계획이다. 신도시에 소재한 땅이 경매로 나온 것을 발견했다. 권리 분석을 위해 등기부를 확인해 보니 1순위 근저당권, 2순위 가압류, 3순위 압류, 4순위 경매개시결정(임의경매) 순이었다. 모든 권리는 경매로 소멸했다. 그런데 유치권 때문에 3차까지 유찰된 땅이었다. 현장 탐방 결과 땅 위에는 건물로 보기 어려운 정착물과 건축 자재 등이 쌓여 있었고, 도급받은 공사는 중단된 상태였다. 또한 점유나 유치권을 주장한다는 어떠한 표지도 없었다. 유치권자는 공사금에 대해 유치권을 주장하고 있는데 유치권이 성립하는지 궁금하다.
유치권은 채권자가 물건에 관해 생긴 채권을 변제받을 때까지 그 물건의 반환을 거절할 수 있는 권리다. 또한 유치권자는 채권을 회수하기 위해 점유하고 있는 목적물을 경매할 수도 있다. 그러나 유치권자가 유치권을 무조건 주장한다고 전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건축이 중단되면 미완성 건축물에 대해서는 유치권이 인정되지 않는 사례도 있다.
신축 공사를 한 수급인이 그 건물을 점유하고 있고 또 그 건물에 관해 생긴 공사대금 채권이 있다면, 수급인은 채권을 변제받을 때까지 건물을 유치할 권리(유치권)가 성립한다. 이처럼 해당 공사대금 채권은 법률로 정한 특정한 행위와 이에 결부되는 행위가 서로 얽혀 관계를 맺는 ‘견련성’이 있어야 한다. 즉 유치 대상이 된 물건 그 자체에서 발생한 채권이어야 한다.
예컨대 시멘트회사가 건물주가 아닌 신축 공사를 수행하고 있는 시공사와 체결한 계약에 따라 공사 현장에 건축 자재를 공급한 경우, 대금 채권은 매매대금 채권이며 건물 자체에 대한 채권이 아니다. 그러므로 건물에 대한 유치권은 성립하지 않는다. 따라서 본건의 경우에는 유치권을 주장하는 그 어떠한 표지도 없는 데다, 유치권 성립에 관한 대법원 판례를 종합해 보면 유치권은 성립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고준석 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 상남경영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