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신도시 접수기한 2달 앞두고 주민동의율 높이려 아이디어 경쟁 분당선 마을버스에 광고 붙기도 일부 주민 “동의 연락 잦아 피로”
25일 경기 부천시 원미구 중동 포도마을에 ‘서울의 봄’ 유명 대사를 패러디해 선도지구 지정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을 촉구하는 홍보 현수막이 걸려 있다. 포도마을 재건축추진위원회 제공
‘실패하면 구축, 성공하면 신축 아닙니까?!’
경기 부천시 원미구 중동 포도마을에는 최근 이런 글귀를 담은 한 현수막이 붙었다. 지난해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서울의 봄’ 속 명대사 ‘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 아닙니까?’를 패러디했다. 주인공 전두광(황정민)의 얼굴도 삽입됐다.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 접수 기한이 2개월 앞으로 다가온 시점. 포도마을 재건축추진위원회 측이 입주자들의 관심을 한 명이라도 더 끌기 위해 짜낸 아이디어다.
2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경기 분당·일산·중동·평촌·산본 등 1기 신도시에서 각 단지별로 선도지구 선정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이색 현수막을 내걸거나 버스에 광고를 싣는 등 홍보전에 불이 붙었다. 주민 동의서를 한 장이라도 더 모으는 게 목적이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내 한 마을버스에도 선도지구 지정을 위한 광고가 붙었다. 독자 제공
이색 홍보전이 치열하게 펼쳐지는 이유는 재건축 선도지구 선정 기준에서 ‘주민 동의율’ 비중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노후계획도시 선도지구 지정에 관한 세부기준 표준에 따르면 100점 만점 기준 주민 동의가 60점이다. 이어 정주환경 개선 시급성(10점), 도시기능 활성화 필요성(10점), 통합정비 참여 단지 수(10점), 통합정비 참여 가구 수(10점) 순이다. 각 신도시는 이를 기준으로 자체 배점표를 짰는데 5개 신도시 모두 주민 동의율 배점이 가장 높았다.
선도지구에 선정되지 않으면 사실상 재건축이 물 건너갈 수 있다는 위기 의식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선도지구의 착공 시점은 윤석열 정부 마지막 해인 2027년, 입주 목표 시점은 2030년이다. 이번 정부 임기가 끝나면 동시다발적인 재건축으로 인한 집값 상승을 막는다는 취지로 재건축 시계가 뒤로 물러갈 수 있다는 우려가 깔린 것이다. 선도지구 신청 접수 기한은 9월 말로 두 달밖에 남지 않아 홍보전은 더 치열해질 가능성도 있다.
일부 지역 주민은 지나친 재건축 독려 분위기에 피로감을 느끼는 상황이다. 최근 공사비 급등에 따라 재건축이 추진될 경우 대규모 분담금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분당신도시 내 한 주민은 “녹지, 병원 등이 잘 갖춰져 있는데 왜 재건축까지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동의서를 내달라는 연락이 너무 잦아 번호 차단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