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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R 인사이트]여성 고위직 늘면 성차별이 해소될까?

입력 | 2024-07-25 23:03:00



전 세계적인 창업 열풍에도 불구하고 여성이 소유주인 스타트업은 세 곳 중 한 곳에 불과하다. 2019년 기준 여성 창업자가 한 명이라도 포함된 스타트업의 비율도 20%에 불과했다. 왜 그럴까? 여성 기업가들의 자금 조달이 남성 창업자보다 어렵다는 게 중요한 이유다. 실제로 2019년 전체 기업 투자 중 3%만이 여성이 소유한 기업에 돌아갔으며 이는 2018년의 4%에서 오히려 하락한 수치다. 이런 추세는 2020년에도 지속돼 그 비율이 약 2%로 더 떨어졌고 이후에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여성이 소유한 중소기업과 남성이 소유한 중소기업 사이의 자금 조달 격차는 약 1조70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렇게 심각한 자금 부족은 여성 주도 기업의 성장과 전반적인 수익성에 상당한 위협이 되고 있다.

말린 말름스트룀 스웨덴 룰레오공대 교수 연구팀은 은행 대출 면에서의 성별 격차를 살펴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발표된 100만 개 이상의 고유 데이터와 30년 이상에 걸친 학술 연구 결과를 요약한 메타 분석을 실시했다. 분석 결과 여성 기업가는 남성 기업가에 비해 대출이 거절될 확률이 더 높았고 대출을 받더라도 더 많은 이자를 내야 하는 등 은행 금융에서 성 편향이 장기적이고 전 세계적으로 지속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는 차별적인 인식의 근본 이유도 찾아냈다. 남성을 여성보다 더 나은 기업가로 보는 뿌리 깊은 사회적 성 규범이 주요 이유였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같은 편견에는 한 국가를 지배하는 정치적 이데올로기와 여성의 사회적 참여 정도가 영향을 미쳤다. 보수적인 정치 이데올로기가 지배적인 국가에서는 기업 금융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이 더 컸다. 이들 국가에서는 여성 기업가가 남성보다 높은 이자율을 감당해야 했다.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국가에서는 구조적인 성별 차이를 옹호하거나 남성적 속성으로 간주되는 기업가정신에 여성이 맞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경향이 높았다. 흥미로운 점은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늘고 고위직에 여성의 비중이 높아질수록 여성 기업가의 은행 자금 조달 접근성이 오히려 떨어졌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여성이 고위직으로 진출할수록 여성을 위협적으로 보는 인식이 강해지고 이는 기존의 사회적 성 규범을 지키려는 방어적인 대응을 하게 만든다”며 “이는 여성 기업가들이 자금을 필요로 할 때 금융권의 저항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기업 금융의 성별 편견을 효과적으로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더 많은 여성이 고위직에 오르면 기업 금융에서의 성 불평등도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라는 믿음이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연구팀은 보여줬다. 이 때문에 성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은 지속적이고 다차원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예를 들어 정책 입안자들은 은행 금융, 벤처캐피털, 정부 프로그램, 이사회 및 기타 임원직에서의 성별 대표성 등 다양한 영역에서 여성 기업가들의 상황을 모니터링해 적절히 개입해야 한다. 일부 영역에서의 성취가 다른 영역의 문제를 가리게 해서는 안 된다.

두 번째, 여성 역량을 강화하는 데 힘써야 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회 전반적으로 성평등 기회를 촉진하는 데는 여성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것이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한 임계점에 도달하지 못하면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다. 이미 고위직에 오른 여성은 기존의 가부장적 구조 안에서 활동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금 배분에서 성 평등을 지지하는 데 적극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여성의 권력직 참여를 늘리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이면서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조직 구조와 채용 방식을 개발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마지막으로 자금 지원 정책의 성 평등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성차별에 대한 감사를 의무화하면 특정 조치가 여성 기업가에 대한 자금 지원 기회를 얼마나 잘 제공하고 있는지 평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사회가 여성의 역량을 강화하는 정책들에 저항하면 평등한 자금 분배를 위한 개혁은 무산되고 편향된 은행 대출 관행이 지속될 수 있다. 정책 입안자들은 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 정책의 성 평등성을 주기적으로 평가해 이들 정책에 성 차별적인 요소가 없는지 밝히고 개선해야 한다. 성 불평등 문제에 다각적으로 접근할 때 이를 체계적으로 줄여나갈 수 있다.



※ 이 글은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 한국어판 디지털 아티클 ‘기업 금융에도 성차별이 있다’를 요약한 것입니다.



말린 말른스트룀 룰레오공대 기업가정신 및 혁신 교수
바르바라 부르크하르트 장크트갈렌대 책임 혁신 연구소 연구원
정리=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