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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가 만난 사람]“트럼프가 이겨도 ‘젊은’ 밴스 주목해야… 美 정치 변화에 더 관심 필요”

입력 | 2024-07-25 23:15:00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
美 대선 알려면 전당대회부터 살펴야… 유세 과정서 인종문제 더 중요해져
앤디 김, 한인 2세의 ‘역할 모델’
美 정치, 참여와 후원 없이 되는 건 없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에 대한 암살 시도부터 현직 대통령의 대선 중도 하차까지…. 요즘 미국 정계에선 ‘전례 없는 일’들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 관련 이슈도 많다. 사실상 한국의 첩자로 활동했다는 혐의로 미 중앙정보국(CIA)과 워싱턴 싱크탱크에서 활동한 한국계 미국인 대북 전문가가 연방 검찰에 기소됐다. 또 민주당 앤디 김 하원의원(뉴저지)은 11월 선거에서 한국계 중 처음으로 상원의원으로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30여 년간 미국 정계에서 한국인들의 정치 및 선거 참여 확대를 위해 활동해 온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66). 그는 미국 이민 1세대로는 드물게 ‘한인 정치 참여’와 ‘한인 유권자 운동’을 해온 인사다. 특히 김 의원이 선거에 출마했을 땐 자신의 사무실을 캠프로 쓸 수 있게 했고, 후원금 모금에도 적극 나섰다. 20일(현지 시간) 뉴저지에 있는 김 대표의 사무실에서 지금 미 정계를 달구고 있는 이슈들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김동석 대표가 그간 발로 뛰었던 전당대회와 정치 행사들에서 착용했던 출입증 목걸이와 함께 포즈를 취했다. 뉴저지=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밀워키(15∼18일 미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린 위스콘신주의 최대 도시)에 다녀왔다.

“미국 정치에서 전당대회는 아주 중요하다. 4년마다 공화당과 민주당 전당대회 모두 꼭 현장을 찾는다. 4일 동안 오는 사람들과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면 다음 4년을 예측할 수 있다. 이번에도 가 보니 트럼프가 4년 동안 정말 준비를 많이 한 게 보이더라. 행사장에는 과거 트럼프 행정부에서 예산 등 각 분야를 담당했던 우파 전문가들이 다 왔다. 이들이 지난 4년간 흩어지지 않고 정책을 준비해 온 게 보였다.”

-이번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가장 관심을 가진 부분은 무엇인가.

“정강 정책을 만드는 곳, 즉 ‘정책 플랫폼’을 만드는 곳이 제일 중요하다. 여기에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국무장관과 재무장관 등 주요 장관이 될 사람들이 있다. 전당대회 때 열리는 싱크탱크들의 세미나를 다녀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구상 중인 정책들을 좀 더 다양하게 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공화당 전당대회 첫날 싱크탱크들의 세미나를 다녔는데 트럼프 측 정책 제안서인 ‘프로젝트 2025(행정부 해체, 이민자 추방 등 강경 정책으로 논란이 되고 있음)’의 내용도 향후 추진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트럼프는 자신이 프로젝트 2025 작성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나는 참여했다고 생각한다.”

-한국이 이런 변화에 충분히 대비하고 있다고 보는지.

“한국 정치권의 관심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예전엔 이런 행사에 한국 국회의원들도 왔었다. 그리고 주요 인사들과 적극적으로 관계를 맺었다. 전당대회는 축제 분위기라 사람을 편안하게 사귈 수 있는 곳이다. 그런데 이번엔 한국 국회의원이 한 명도 없었다. 큰 변화가 올 수 있는 상황인데, 한국 정치권도 준비를 해야 하지 않겠나.”

-한국이 현재 공화당 상황에서 특별히 챙겨 봐야 할 부분은 어떤 것인가.

“한국은 J D 밴스 (공화당 부통령 후보) 인맥을 찾아야 할 것 같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세부적인 내용은 밴스가 챙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밴스가 이제 39세다. 나이를 감안하면 4년 뒤에는 밴스가 권력을 잡을 수도 있다고 봐야 한다. 트럼프의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철학의 승계자는 밴스다.”

-이번 대선은 트럼프가 우세한 건가.

“모르는 일이다. 지금 대선까지 3개월 남았는데 선거에서 3개월은 3년처럼 긴 시간이다. 남은 시간 민주당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난 소수계 이민자로서 민주당을 지지한다. 공화당 전당대회를 가면 들어가는 순간 불편하다. 전부 백인이기 때문이다. 정강 정책에도 대놓고 ‘다시 백인의 나라를 세우자’고 하는데 우리에겐 재앙 아닌가. 민주당 전당대회는 다르다. 백인, 흑인, 아시안, 히스패닉이 다 같이 알록달록 신이 나서 다닌다. 앞으로 미국 사회에서 인종 문제가 굉장히 더 중요해질 거다. 이건 (한인 같은 소수계 이민자들에게는) 생존의 문제다. 그리고 지금 미국 유권자들이 트럼프가 선거운동을 하며 증오와 분열을 부추기는데도 꾸준히 지지하는 건 아쉬운 점이다. 트럼프는 증오와 분열을 부추길수록 유리하기 때문에 더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미국의 가치가 파괴되고 있는 거다.”

김동석 대표의 책상에 자리한 사진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등과의 추억이 담겨 있다. 뉴저지=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어떻게 이런 일에 몸담게 됐는지.

“엄혹한 대학 시절을 보내다 1985년 미국으로 왔다. 원래 정치학을 공부하러 왔는데 미국에 사는 한인들의 삶이 눈에 들어왔다. 백인들에게 인종 차별을 당하고, 영어도 잘 못해서 고립돼 있더라. 1992년 로스앤젤레스(LA) 폭동 때 한인타운이 불타고 망하는 큰 사건을 겪으면서 정치 참여 운동을 시작했다.”

-시작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유대인한테 많이 배웠다. 좋든 싫든 그들에게는 자기 민족의 정치적인 힘을 결집해서 상대를 긴장시키고 자기편을 들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래서 1998년에 미국의 유대인 로비단체인 ‘AIPAC(미국 이스라엘 공공문제위원회)’ 멤버로 들어갔다. 시민단체라 누구나 들어갈 수 있었다. 거기서 유대인들이 미국을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봤다. 미국 정치는 백악관이 아닌 의회가 중심이다. 상원은 주를, 하원은 시민을 대표한다. 그리고 결국 법을 만드는 건 하원이다. 입법을 하고 싶으면 하원의원실을 찾아다녀야 한다. 유대인들은 이걸 기가 막히게 잘한다. 공통의 목적을 위해 각 지역의 유대인들이 워싱턴에 있는 자기 지역 하원의원실을 조직적으로 찾아간다. 워싱턴에는 공짜가 없다. 발품 팔고 돈(정치 후원금)을 내야 법을 만들 수 있다.”

-유대인들에게 배운 걸 어떻게 적용했나.


“지역별 주민 명부에서 라스트 네임(성)을 다 뒤졌다. 김, 이, 정, 조, 박 같은 한국 성씨를 다 뽑아서 집 주소로 편지를 보냈다. 우리 취지를 설명하고 연락처를 받았다. 선거 때는 전화를 돌려서 한인들을 위한 후보에게 투표하도록 독려했다. 미국은 유권자 등록을 해야만 투표를 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지역에 한인 유권자 1만 명을 만들었다. 이렇게 하니 정치인들이 한인들을 신경 쓰기 시작했다. 당선은 못 시켜도 해코지는 할 수 있는 힘이 생긴 거다. 카운티에서 한 언어를 쓰는 사람이 1만 명이 넘어가면 투표소에서 그 나라 언어도 지원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한글로 투표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렇게 쌓은 힘으로 2007년 미 의회에서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이 통과됐다. 125년 미주 동포 역사에서 우리가 우리 목소리로 입법을 한 최초의 일이었다.”

-일을 할 때 필요한 돈은 어떻게 확보하나.

“우리가 그런 게 약하다. 마음으로 지지해도 돈을 내는 문화는 아니다. 그래도 미국의 한국 기업들이 많이 도와줘서 여기까지 왔다. 특히 권일연 H마트 회장에게 고맙게 생각한다. 지금이야 미국 전역에 H마트가 있지만 처음에는 그렇지 않았다. 너무 힘들었다. 그런데도 절대 약속을 안 어겼다. 그때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23년째 매달 5000달러를 보내준다.”

-미주 한인의 정치 권익을 30년 전과 비교한다면.


“지금 하원에 한인 연방의원이 4명이다. 보통 인구 75만 명당 하원의원이 1명 있어야 한다고 보니까 250만 동포 수준에 걸맞은 힘을 얻은 거다. 올 11월 선거가 지나면 최초로 앤디 김 의원이 상원의원으로 당선될 가능성도 높다. 그런데 아직도 한인들은 세금 내면 됐지 무슨 정치 후원금까지 주냐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러나 미국에서 정치인을 내 편으로 만들려면 후원을 해야 한다.”

-앤디 김 의원이 상원의원에 당선된다면 어떤 의미를 지니나.

“미국 같은 다인종 사회에서 상원의원은 정말 큰 정치인이다. 김 의원은 미국에서 태어나 국무부, 국방부, 백악관 등을 거친 군사 전문가라는 전문성에 미국인들이 갈망해 온 젊음과 기득권의 부패를 척결하는 청렴함을 갖춘 사람이다.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할 때도 100년 공화당 텃밭을 민주당으로 가져왔고 3선을 했다. 한국과 한인들은 김 의원이 자기 리더십을 유감없이 발휘하도록 받쳐줘야 한다. 김 의원의 존재 자체로도 자라나는 한인 2세들에게 꿈을 준다.”

-좋은 일도 있지만 최근에는 수미 테리 사건도 있었다.

“워싱턴은 무서운 곳이다. 특히 트럼프 때 ‘러시아 스캔들’ 이후로 미국 정치에 개입하는 외국 세력에 대한 경계심이 아주 높아졌다. 동맹이어도 예외는 없다. 이미 수년 전부터 ‘파라(FARA·외국대리인등록법)’ 위반을 조심해야 한다는 말이 파다했다. 한국에서 온 정치인과 경계심 없이 사진 찍고 식당 가고, 이런 것도 걸면 걸리는 게 ‘파라’다.”

-한인들이 정치를 통해 한국과 미국에 동시에 기여하려면 어떤 방법이 좋은가.


“우리는 조국이 그리울수록 모범 시민이 돼야 한다. 옛날 비유를 들자면 한국은 친정이고, 우리는 시집온 거다. 시집와서 친정 생각만 하고 뭘 빼주려고 하면 시댁에서 좋다고 하겠나. 가장 이상적인 건 시댁에서도 잘해서 인정받고, 사돈끼리 만났을 때 덕분에 이렇게 잘됐다 인사받는 거다. 그래서 유권자 운동을 하는 거다. 모범적인 미국 시민으로서 ‘스트롱 머니’(시민이 자발적으로 내는 정치 자금)에 기반해 일하는 게 가장 강력한 정치적인 힘이다.”

-앞으로 뜻한 일이 있다면.

“‘한국인 전문직 비자 확대 법안(Partner with Korea Act)’의 성사를 위해 뛰려 한다. 요즘 H-1B(전문직 단기 취업 비자)가 추첨제로 바뀌면서 여기서 공부 다 마치고 일까지 하던 우수한 청년들이 십중팔구는 한국으로 돌아가고 있다. 원래 이게 한국이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할 때 쿼터를 받았어야 했던 거다. FTA 체결한 나라 중에 H-1B 쿼터 못 받은 나라는 한국뿐이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무제한 발급이고 싱가포르랑 칠레는 매년 5000명, 호주는 매년 1만500명이 H-1B를 발급받는다. 한국은 그때 1만5000개 정도는 받았어야 했는데 FTA 비준을 속도 내려다 이걸 놓쳤다. 나는 미국에서 한인 동포들의 새로운 역사를 쓰는 데 평생을 바쳤다. 미국에서 우리의 정치 참여를 성공시키지 못하면 내 인생은 날아가는 거다.”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1958년 강원 화천 출생

△1977년 춘천고 졸

△1977년 성균관대 정치학과 입학

△1985년 도미(渡美)

△1991년 뉴욕시립대(CUNY) 정치학과 졸업

△1996년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KAVC) 설립

△2008년 뉴욕 미국시민참여센터(KACE) 설립

△2013년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설립



뉴저지=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