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전쟁 나가 죽고 띠집 혼자 지키는데, 거친 삼베옷에 머리칼은 푸석하다.
뽕나무 없어져도 여전히 세금을 내야 하고, 밭이 황폐해져도 아직 경작세를 걷는다.
자주 들풀 뽑아 뿌리째 삶는데, 즉석에서 잎 달린 생나무를 잘라 불을 지핀다.
제아무리 깊은 산속보다 더 깊이 들어가도, 세금과 부역은 피할 방도가 없으리니.
(夫因兵死守蓬茅, 麻苧衣衫鬢髮焦. 桑柘廢來猶納稅, 田園荒後尙徵苗.
時挑野菜和根煮, 旋斫生柴帶葉燒. 任是深山更深處, 也應無計避征徭.)
―‘산속의 과부(산중과부·山中寡婦)’ 두순학(杜筍鶴·약 846∼904)
두순학은 자기감정을 절제하면서 인물과 사실을 객관화하는 데 뛰어나 두보의 현실주의 정신을 계승하려 했다는 평가를 받는 시인. 개중에는 표현이 조악하고 투박하여 시적 함축미가 빈약하다는 비평가도 있다.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