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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고 또 내고… 불합리한 세금 전면 검토해야[오늘과 내일/박훈]

입력 | 2024-07-25 23:09:00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우리나라 세금은 25가지에 이른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은 23.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25.7%보다는 낮지만, 실제 세금을 내는 국민으로서는 세금을 냈는데 또 비슷한 세금을 추가로 낸다는 느낌을 갖는 경우가 많다.


25개 세목 중 20개 이중과세 지적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우리나라 이중과세 문제점 분석’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에서 상공회의소는 우리나라 25개 세목 중 20개에서 이중과세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법인세와 재산세를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기업은 한 해 소득에 대해 최고 24%의 법인세에 20%의 투자·상생협력촉진세(미환류소득 법인세)를 낸다. 토지 등 자산 처분이익이 있으면 최대 40%의 양도소득 법인세를 납부하고도 또 법인세를 부과받는다.

이러한 추가적인 법인세는 사실 법인이 투자와 근로자 임금 증가, 상생 지원 등에 쓰지 않은 소득에 대해 법인세를 더 내게 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 개인의 경우 양도소득세 계산 시 특정 주택 또는 비사업용 토지를 양도하는 경우 중과세를 적용하기에 그와 과세 형평성을 맞추려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미환류소득에 대해 법인세라는 제재를 하는 것이 맞을지, 해당 제재를 해서 환류를 촉진했는지는 의문이다. 법인세를 4단계 누진세율 체계로 하는 것도 글로벌 기준에 맞지 않는데 거기에 추가적으로 법인세라 이름 붙인 다른 세금을 더 얹는다는 것도 잘못된 것이다. 법인세를 간소화하여 단일세율 내지 2단계 정도로 단순화하면서 미환류소득 법인세도 없애야 한다. 그것이 이중과세 논란을 벗어나는 방법이 될 것이다.

부동산세도 대표적으로 이중과세가 발생하는 세금이다. 종합부동산세와 부동산 보유세 역할을 하는 재산세가 서로 중복돼서다. 매년 6월 1일 기준 부동산 소유자에게 지방세인 재산세, 국세인 종합부동산세가 매겨지는데, 그래서 기준가액을 초과한 부분에 대해서는 이중으로 과세된 보유세액 중 저율로 과세된 재산세액을 공제하는 이중과세조정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가 더 있다. 도시지역 소재 부동산에 대해서는 도시지역분 재산세가 추가로 매겨지고, 지역자원시설세, 지방교육세가 목적세로서 재산세에 부가되어 과세된다. 종합부동산세에는 농어촌특별세가 목적세로서 부가된다. 부동산 보유에 대해 여러 세금이 겹겹이 매겨지는 것이다. 이 경우 도입 목적을 다한 목적세를 과감히 없애고 부동산 보유세를 단일화해 비례세율을 매겨 간소화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중과세라 하면 이론적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던 것이 법인세와 소득세 이중과세다. 법인이 돈을 벌면 법인 차원에서 법인세, 그 돈을 주주에게 배당하면 배당소득에 대해 소득세를 내야 한다. 회사를 설립하지 않고 개인이 개인사업자로서 돈을 벌었다면 사업소득으로 소득세 한 번만 내면 되는 데 반해 법인의 소득에 대해서는 법인세와 소득세가 이중과세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배당소득을 매길 때 법인세를 미리 낸 것으로 계산해서 이중과세를 조정해주고 있고, 2009년부터는 동업기업과세특례(소위 파트너십 과세제도)라고 해서 법인 단계에서는 세금을 매기지 않는 방법도 도입했다.

기업-가계 부담 높여 국가경쟁력에 毒

25개 세목 가운데 이중과세로 지적된 세금들도 전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이중과세는 세금이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뜻이다. 비효율적인 조세 운영은 경제 주체의 의사 결정을 왜곡한다. 기업을 위축키고 투자, 고용, 소비 확대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또 해당 세금이 다른 세원과 비교하여 차별적으로 운영된다면 누군가에게 불이익을 주는 불공평한 상황을 빚을 수 있다. 이런 상황을 해소해야 한다. 국민이 자신이 내는 세금이 어떠한 것이 있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세제를 개편하는 것도 국가의 책무 중 하나이다. 그 과정에서 세제가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