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이인규 지출국민소득팀장(왼쪽부터), 신승철 경제통계국장, 강창구 국민소득총괄팀장, 하남영 국민소득총괄팀 과장이 참석한 가운데 2024년 2/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 설명회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내수가 감소하고, 수출은 주춤하면서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1분기에 비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GDP가 전 분기보다 역성장한 건 코로나19 여파가 남아 있던 2022년 4분기 ―0.5% 이후 6개 분기 만이다. 4월 말 최상목 부총리는 1분기 GDP가 1.3% 성장한 것을 놓고 “재정 주도가 아닌 민간 주도, 수출 호조와 내수 반등이 동반된 ‘교과서적 성장 경로’로의 복귀”라고 자평했는데, 석 달 만에 이와는 전혀 다른 상황을 맞게 됐다.
한국은행은 2분기 실질 GDP가 전 분기 대비 0.2% 감소했다고 어제 밝혔다. 승용차, 의류 등 소비재 판매가 위축되면서 민간 소비가 0.2% 줄어든 데다, 공사비 상승 등으로 인해 건설투자는 1.1%, 반도체 장비 등 설비투자도 2.1% 감소한 영향이 컸다. 반도체, 자동차, 석유제품 수출이 늘었는데도, 국제유가 상승으로 수입액이 더 크게 증가하면서 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 영향까지 겹쳐 실질 국내총소득(GNI)은 전기 대비 1.3%나 감소했다.
우울한 2분기 경제 실적은 “균형 잡힌 회복세” “선명한 청신호”라던 최 부총리의 직전 평가와 거리가 멀다. 상반기 성장률도 한은이 5월에 전망했던 것보다 낮은 2.8%에 그쳤다. 한은과 정부가 2분기의 역성장을 ‘1분기 고성장에 따른 기저 효과’라고 애써 해명하는 것을 놓고도 경제 현실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만 보는 위기의식 부족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의 경기 위축은 올해 초 한국의 고성장이 장기간 위축됐던 글로벌 반도체 산업이 슈퍼 사이클에 올라타면서 나타난 ‘반짝 성장’이었다는 걸 확인시켜 주고 있다. 정부가 ‘반도체 착시’에 빠져 계속 현실을 오판한다면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 회복 시점은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