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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우주탐사 목표는 블랙홀… ‘퀀텀 리프’로 5대강국 진입”

입력 | 2024-07-26 03:00:00

존 리 우주항공청 임무본부장
“태양질량 100만배 거대 블랙홀 감지… 10개국 SKAO프로젝트 가입 나서
韓연구자, 폭발적 성장 잠재력… 과학 연구가 경제에도 도움돼야”



존 리 우주항공청 임무본부장이 22일 경남 사천 우주항공청 임시청사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우주항공청 제공



5월 개청한 우주항공청이 우주탐사 목표로 ‘블랙홀’을 점찍었다. 22일 경남 사천 우주항공청 임시청사에서 만난 존 리 우주청 임무본부장(68)은 이 같은 계획을 밝히며 “국민들의 지지가 있어야 우주청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며 “국민들이 ‘와∼’ 하고 놀랄 만한 목표를 세우고 성과를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리 본부장이 국내 언론을 만나 인터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태양 질량 100만 배 거대 블랙홀 탐사

리 본부장이 언급한 블랙홀 탐사 계획은 국제 협력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현재 우주청은 영국,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10개 회원국이 참여하는 ‘평방 배열 거대전파망원경(SKAO)’ 프로젝트 가입 절차를 밟고 있다.

SKAO는 호주와 남아공에 건설 중인 소형 안테나 13만여 개에서 수집되는 전파 데이터를 분석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완공 시 세계에서 가장 크고 성능이 좋은 전파망원경이 된다. 태양 질량의 100만 배 이상인 거대 블랙홀까지 감지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차기 노벨상 후보를 배출할 수 있는 거대 과학 장비로 손꼽힌다.

리 본부장은 그동안 한국의 우주 개발이 다소 보수적으로 진행돼 왔다는 점을 지적하며 “미국 항공우주국(NASA)을 쫓아가려고 생각하면 안 된다. ‘퀀텀 리프’를 해야 세계 7위 우주 강국에서 5위 강국으로 올라설 수 있다”고 했다. 블랙홀 탐사 역시 퀀텀 리프할 수 있는 주요 탐사 목표라는 것이다.

● 韓 잠재력, 성장 아닌 폭발에 가까워


50여 년을 미국에서 살았고 NASA와 백악관에서 30년을 일한 리 본부장을 한국으로 이끈 것은 한국 연구자들의 잠재력이었다. 리 본부장은 “2009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만 해도 NASA에는 ‘한국이 뭘 할 수 있겠냐’는 인식이 팽배했다”면서 “나도 확신이 없었지만 방문한 뒤 생각이 확 달라졌다”고 했다.

그가 찾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는 당시 막 개발한 대형 열진공 체임버가 있었다. 열진공 체임버는 내부를 진공으로 만들어 우주 환경을 모사한 장비다. 위성을 실험하는 데 주로 사용된다. 당시 지름 8m급 이상의 대형 체임버를 소유한 나라는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등 7개국뿐이었다.

리 본부장은 “10m 크기의 체임버를 한국의 독자 기술로 개발했다는 것을 듣고 너무 놀랐다”며 “그때 한국은 기회만 있으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언탭트 포텐셜(untapped potential·아직 터지지 않은 잠재력)’을 가진 엄청난 나라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한국의 ‘브레인 파워’를 확인한 그는 이후 한국과 교류를 계속 이어왔고 올해 3월 중순 우주청의 영입 전화를 받자 ‘오케이’를 외쳤다.

● 과학 연구가 경제에도 도움돼야

최근 우주청 직원들과 ‘피자 런치’를 기획하기도 한 리 본부장은 직원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리 본부장은 매일 오전 연구자들이 일하는 3층부터 자신의 집무실이 있는 9층까지 돌며 직원들과 인사를 나눈다.

직원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리 본부장이 항상 강조하는 점은 연구의 경제적 파급력이다. 리 본부장은 “경제에도 도움을 줘야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의 사무실 화이트보드에는 글로벌 우주경제 규모가 크게 쓰여 있었다. ‘2040년 27조 달러(약 3경 원).’ 우주청은 앞서 2045년까지 우주 경제 시장 점유율 1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리 본부장은 “통신, 반도체, 원자력, 제조업 등 한국이 강한 산업을 우주와 융합한다면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퀀텀 리프(Quantum leap)양자역학에서 유래한 말로 천천히 상태가 변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계단처럼 수준이 한 번에 도약하는 것을 의미.

사천=김기용 kky@donga.com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