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초유의 ‘0인 체제’ 만들어… MBC 사장 임명 최대한 지연 전략 부위원장, 탄핵전 자진사퇴 가닥… 대통령이 즉각 후임 임명 검토 與, 방송4법 필리버스터 돌입
민주당이 방통위원장에 대해 탄핵안을 낸 것은 앞서 이동관, 김홍일 전 위원장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이 부위원장도 앞선 전 위원장들처럼 26일 민주당의 탄핵안 처리 전 자진 사퇴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장 직무대행인 이 부위원장은 상임위원 신분이라 위원장과 달리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 없이 대통령이 곧바로 후임자를 임명할 수 있어 윤석열 대통령이 이진숙 후보를 임명하면 다시 방통위가 ‘2인 체제’가 돼 전체 회의 개최 및 안건 의결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게 여권의 생각이다. 방통위 안팎에서 후임으로 조성은 방통위 사무처장 등이 거론된다. 야당의 탄핵안 발의를 무력화하기 위해 방통위원이 자진 사퇴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가장 엄중하고, 마지막 선택이어야 할 탄핵이 정쟁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 직무대행도 탄핵 대상” vs “기관장만 대상”
민주당은 탄핵안에 “직무대행자는 방통위원장의 직무를 대행하므로, 방통위원장의 지위에 따른 권한을 행사함과 동시에 그 권한 행사에 따른 책임도 진다”고 밝혔다. 이 부위원장이 법적 탄핵 소추 대상인 ‘행정 각부의 장’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민주당의 이번 탄핵안 발의는 사실상 MBC 신임 사장 임명을 최대한 지연해 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민주당 과방위 관계자는 “이동관, 김홍일 전 위원장 때와 같이 ‘2인 체제’로 의결한 뒤에 이를 문제 삼아 뒤늦게 탄핵을 하지 말고 이번에는 선수를 쳐야 한다는 요구가 많았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과거와 같이 2인 체제하에서 방문진 이사 선임을 의결하고 나서 탄핵안이 발의되면 도망치는 이른바 ‘런진숙’ 사태를 미리 막기 위해서는 방통위를 ‘0인 체제’로 만들어 놓아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운데) 등이 25일 야당 주도로 방송 4법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하자 이에 반발해 국회 로텐더홀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방송장악법 거부한다’고 적힌 피켓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뉴시스
● “개판” 고성 비방 얼룩진 본회의장
이날 같은 시간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운데) 등이 ‘국민의힘은 특검법 수용하라’고 쓴 피켓을 든 모습. 뉴시스
국민의힘은 본회의에 방통위법 일부 개정안이 상정되자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여당은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될 때마다 필리버스터를 통해 법안 처리 지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시작하자마자 토론종결을 신청했다. 국회법상 토론종결 신청 후 24시간이 지나면 표결로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 동의를 얻어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료할 수 있다. 방송법이 4개인 만큼 이 같은 상황이 네 차례에 걸쳐 반복되면서 본회의는 30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방송 4법 상정에 앞서 채 상병 특검법 부결을 지켜보던 해병대 예비역들이 방청석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욕설을 하자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이 민주당 출신 우원식 국회의장의 운영 방식을 비판하며 “개판”이라고 했다가 우 의장이 “말 함부로 하지 말라”고 맞서며 여야 간 고성이 이어졌다.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