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시대/에드워드 윌슨 리 지음·김수진 옮김/392쪽·2만2000원·까치
첫 번째 인물은 16세기 후반 포르투갈 왕립 기록물 소장이던 다미앙 드 고이스(1502∼1574)다. 책은 그가 벽난로 옆에서 반쯤 타다 만 문서 조각을 쥔 채 사망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그의 죽음에 관한 기록은 엇갈린다. 시신에 폭력의 흔적은 남았지만 불에 타 죽은 것인지, 교살당했는지, 그 범인은 누구인지 밝혀진 바가 없다. 이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두 번째 인물 루이스 드 카몽이스( ?∼1580)가 나타난다.
카몽이스는 세계를 방랑하며 겪은 경험을 서사시로 담아냈다. 이 서사시는 라틴어, 스페인어, 영어, 프랑스어로 번역돼 그는 포르투갈 국민 시인의 반열에 오른다. 그리고 그가 남긴 편지를 비롯해 다미앙 사망의 진범을 파헤칠 단서들이 드러나게 된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책, 도서관, 여행을 연구하고 중세와 르네상스 문학을 가르치는 저자의 꼼꼼한 연구와 이를 토대로 추리 소설처럼 흥미진진하게 전개되는 서술이 인상적이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