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소멸에 맞서는 청년들의 이야기-9회 홍성 ‘초록코끼리’ 김만이 대표
충청남도 홍성군을 활기 넘치는 청년마을로 변화시키기 위해 다양한 분야 ‘브레인’들이 뭉쳤다. 홍성에서 밀키트와 새벽 배송 사업을 영위하는 김만이 초록코끼리 대표를 중심으로 청년들이 모여 ‘집단지성’이라는 팀이 만들어졌다. 김만이 대표의 초록코끼리는 지난해 행정안전부가 주관한 ‘청년마을 만들기 공모사업’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은 바 있다.
현재 김만이 대표와 함께 이윤선 채소생활 대표와 변산노을 산노을 대표, 김태우 레이럴 대표 등이 집단지성에 합류한 상태다.
(왼쪽부터)집단지성 멤버 이윤선 김만이 김정아 김태우 박태하 이채원 대표
집단지성, 하반기 ‘테스트키친’ 전개… 4개월 합숙 음식콘텐츠 연구 프로젝트
지난해 6월 홍성 초록코끼리의 ‘잇슈창고’에서 열린 다이닝 행사. 홍성군 내 회사, 팀, 동아리, 단체를 대상으로 저녁 모임을 진행했다.
집단지성이 처음 결성된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6개월 동안 26개의 행사가 있었으며 119명의 청년들이 홍성을 다녀갔다. 올해 상반기까지로 연간으로 기간을 확대해 행사 수를 집계해 보면 50개 남짓 된다. 지역민이 참여하는 축제 홍성아트페스티벌을 열어 디제잉 파티를 하기도 했으며 강의와 워크샵 뿐 아니라 농가주택 체험 캠프부터 3박 4일 창업캠프, 일자리 실험에 이르기까지 홍성을 경험하게 할 수 있는 체류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진행해 오고 있다. 올해는 여기에 홍성의 조양문을 중심으로 한 원도심 거리 살리기 프로젝트도 맡았다.
집단지성의 수장을 맡은 초록코끼리 김만이 대표(37·남)는 농촌 경제학을 전공했다. 2017년 석사과정을 마치고 한국농촌경제연구원과 농업 컨설팅 회사에 근무했는데 일하는 동안 그는 농촌의 문제가 있는 현장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들었다고 한다.
청년마을 사업을 시작한 계기에 대해 묻자 김 대표는 “홍성은 전국 유일의 유기농업특구인데 지역 내에서조차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 특성을 살려 새로운 협업사업을 기획하거나 서로에게 도움이 되어 줄 동료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찾다보니 홍성 지역에는 생각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창업을 해 온 청년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에 대해 집단지성 팀은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청년들이 한 번 방문한 기회를 붙잡아 청년이 정착할 수 있는 매력적인 성과를 만들어 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집단지성이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프로젝트는 바로 ‘테스트키친’이다.
하반기 모집을 시작으로 8월부터 본격적으로 진행하는 테스트키친은 요리사와 예술가, 연구자 등 다양한 분야의 청년들이 모여 함께 거주하는 프로그램이다.
앞서 올해 상반기에는 테스트키친 사전 프로젝트인 ‘탐험 레지던시’를 진행했다. 테스트키친 공간에 탐험 기지를 만드는 작업으로 작은 텃밭을 중심으로 화덕, 발효실, 저장고 등 다양한 식(食) 기반의 공간을 협업해 만들었다고 한다. 이 프로그램에는 총 14명이 참여했다. 여기서 조성된 공간을 기반으로 테스트키친 프로그램을 시작할 예정이다.
테스트키친, 음식과 문화·예술 접점 발굴 프로그램
이번 테스트키친 행사는 변산노을 산노을 대표(32·여)가 맡았다. 변 대표는 서울에서 푸드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공연 전시 오프닝 케이터링 업무를 하던 중 채소생활 이윤선 대표의 추천으로 홍성과 인연을 맺었다.
2022년 초 갑자기 건강이 나빠지면서 홍성을 찾았다가 공유오피스에서 집단지성의 멤버들을 만나 행사 일을 조금씩 돕던 것이 시작이었다. 변 대표는 건강을 회복해 그 해 말 서울로 돌아가 행사와 프로젝트가 있을 때마다 홍성을 오가는 생활을 했다. 그러나 서울에서는 홍성의 작업환경을 대체할 수 없었고 함께 팀원들과 함께했던 홍성에서의 시간이 그리워 올해 3월 홍성으로 완전히 이사해 왔다고 한다.
변 대표는 지난해 8월 음식과 예술, 음악을 융합한 ‘맛과 음악사이’ 행사를 열었다. 채소농장이 위치한 홍성 홍동면 운월리의 언덕에서 가수 ‘사이’를 초청, 공연을 즐기며 유기농 채소로 만든 지역민 30명과 함께 나누어 먹었다.
지난해 8월 변산노을 대표가 기획했던 행사 ‘맛과 음악사이’ 에서 가수 사이 씨가 노래를 하고 있다.
변 대표는 “음식과 예술을 결합한다는 콘셉트는 서울에서 이미 낯설지 않은 주제였지만 지방은 그렇지 않았다. 지방에서도 이를 친근하게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즐거운 동네 잔치를 벌인거다. 음식이 단순히 예쁘게 놓인 것이 아니라 음악공연이나 미술강연, 전시 등이 있는 이 공간에 음식도 함께 무대를 함께 한 셈이다. 예술과 음식, 참여하는 사람들이 모두 하나의 무대고 작품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 행사에서 음식을 중심으로 전시와 공연을 진행했던 만큼, 이번 테스트키친 역시 음식을 접점으로 다양한 사람이 모여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자는 취지로 기획했다.
변 대표는 테스트키친 프로젝트를 만든 계기에 대해 묻자 “테스트키친을 기획하기 전 지속적으로 해외 레지던시 및 워크숍 경험을 해 왔다. 스페인 셰프 레지던시에서는 전쟁과 관련된 음식을 주제로 작업하는 사진가, 지리에 따라 변하는 식문화를 연구하는 지질학자, 음식 테마의 퍼포먼서, 조각가 등이 모였다”라며 경험담을 들려주었다.
이어 그는 “음식이라는 주제만으로 전혀 다른 문화와 지식이 만나 새로운 질문들이 탄생하고 그 질문들로 인해 혁신적이고 흥미로운 일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게 됐다”라면서 “해외의 셰프 레지던시를 꼭 국내에서도 꾸려보고 싶다”고 설명했다.
변 대표는 “테스트키친에는 요리사 뿐 아니라 음식으로 이야기를 만들 줄 아는 모든 사람들을 환영한다. 그래야 우리가 앞으로 음식의 새 방향을 제안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음식을 만드는 기술에 국한되지 않고 음식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과 그 과정에 참여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싶다”고 전했다.
집단지성은 지난 26일까지 하반기 프로젝트 쉐프레지던지 ‘테스트키친’의 참가자를 모집했다.
참가자들은 테스트키친 실험실에서 음식의 역사를 찾는 것을 시작으로 지역에서 이어져 내려오는 음식을 찾거나 옛 조리 기술을 배우기도 하면서 자연 속에서 다양한 음식과 기술을 탐구할 기회를 갖는다.
농산물 생산자와의 만남, 강연과 워크샵 등 월 1회 개최되는 지역 행사에 참여할 수 있고 서로의 프로젝트를 도울 수 있도록 그룹 소통 시간도 마련됐다. 올해 11월 말에는 개인 프로젝트를 주민에게 공개하는 행사도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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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영 동아닷컴 기자 fangs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