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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김승련]“檢조사에서 ‘국민들에 죄송하다’ 말했다”… 명품백 ‘전언사과’

입력 | 2024-07-26 23:21:00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명품백 수수 사건에 대해 사과한 일이 뒤늦게 공개됐다. 김 여사는 지난 주말 대통령경호처 별관으로 출장조사를 하러 온 검사들에게 “이런 자리에서 뵙게 돼 송구스럽다”며 “심려를 끼쳐 드려 국민들에 죄송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검사 앞에서 한 이른바 ‘대국민 사과’는 대통령실 공식 채널이 아니라 현장에 있던 변호사가 25일 신문사 유튜브에 출연해 공개했다. 4월 총선과 국민의힘 전당대회의 뜨거운 이슈였던 김 여사의 명품백 관련 첫 사과였으나, 형식도 어색한 전언(傳言) 사과가 돼 버렸다.

▷수사 때 입회 변호사는 인터뷰에서 “제가 공식적으로 말하는 게 부적절할 수 있다”면서도 준비한 메모를 확인해 가며 답했다. “김 여사가 사죄를 하고 싶어도 정무적 판단을 거쳐야 해 사죄를 쉽게 할 상황은 아니었지만, 이런 마음이 진심이라는 거는 말씀드리고 싶다”고 했다. 김 여사의 동의 없이는 할 수 없는 말이다. 해당 변호사는 얼마 전까지 용산 대통령실에서 법률비서관실 소속 행정관으로 일했다. 서울의소리 7시간 전화 녹취 사건 등에서 김 여사를 변호해 왔다.

▷명품백 사건은 ‘몰카 공작’이 분명하다. 하지만 현직 대통령의 배우자가 선물이라며 사진까지 미리 보내온 300만 원 상당의 명품백을 받은 것은 충격적이다. 게다가 용산의 해명도 앞뒤가 맞지 않았다. 처음엔 “대통령기록물이라 돌려줄 수 없어 보관해 왔다”고 설명하다가, 최근엔 “김 여사가 돌려주라고 지시했으나 실무자가 깜빡 잊었다”고 했다. 온 나라를 뒤흔든 명품백 수수 동영상이 공개된 지 8개월이 지나는 동안 김 여사는 침묵했다. 이런 중대 사안을 뒤늦게 변호인이 당사자의 사과를 갈음하는 듯이 불쑥 공개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

▷김 여사의 변호사는 유튜브 방송 내내 일방적 방어논리만 폈다. 김영란법으론 처벌이 불가능했고, 서면조사로도 충분하지만 12시간 수사에 협조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주가조작 수사가 본 수사였던 만큼 명품백은 시간이 남으면 조사받기로 했다는 설명에선 ‘검찰총장 패싱 논란’을 잠재우려는 의도가 역력했다. 장황한 변명은 이어졌지만 정작 국민이 궁금해하는 명품백을 어떻게 처리했고, 앞으로 어떻게 수사받고 국민 앞에 어떤 설명을 내놓을 것인지는 쏙 빠졌다.

▷김 여사의 이번 ‘전언 사과’는 그 적절성도 문제지만, 사과로서의 효과가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 장면은 4월 총선 패배 후 있었던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 논란’과 비슷한 점이 많다. 당시 대통령은 “민심을 더 받들겠다”는 사과의 말을 비공개 국무회의와 참모회의 때 했다가 거센 비판을 받았다. 결국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열어 다시 공개 사과했다. 사과는 내용 못지않게 형식도 중요하다.



김승련 논설위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