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명품백 수수 사건에 대해 사과한 일이 뒤늦게 공개됐다. 김 여사는 지난 주말 대통령경호처 별관으로 출장조사를 하러 온 검사들에게 “이런 자리에서 뵙게 돼 송구스럽다”며 “심려를 끼쳐 드려 국민들에 죄송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검사 앞에서 한 이른바 ‘대국민 사과’는 대통령실 공식 채널이 아니라 현장에 있던 변호사가 25일 신문사 유튜브에 출연해 공개했다. 4월 총선과 국민의힘 전당대회의 뜨거운 이슈였던 김 여사의 명품백 관련 첫 사과였으나, 형식도 어색한 전언(傳言) 사과가 돼 버렸다.
▷수사 때 입회 변호사는 인터뷰에서 “제가 공식적으로 말하는 게 부적절할 수 있다”면서도 준비한 메모를 확인해 가며 답했다. “김 여사가 사죄를 하고 싶어도 정무적 판단을 거쳐야 해 사죄를 쉽게 할 상황은 아니었지만, 이런 마음이 진심이라는 거는 말씀드리고 싶다”고 했다. 김 여사의 동의 없이는 할 수 없는 말이다. 해당 변호사는 얼마 전까지 용산 대통령실에서 법률비서관실 소속 행정관으로 일했다. 서울의소리 7시간 전화 녹취 사건 등에서 김 여사를 변호해 왔다.
▷명품백 사건은 ‘몰카 공작’이 분명하다. 하지만 현직 대통령의 배우자가 선물이라며 사진까지 미리 보내온 300만 원 상당의 명품백을 받은 것은 충격적이다. 게다가 용산의 해명도 앞뒤가 맞지 않았다. 처음엔 “대통령기록물이라 돌려줄 수 없어 보관해 왔다”고 설명하다가, 최근엔 “김 여사가 돌려주라고 지시했으나 실무자가 깜빡 잊었다”고 했다. 온 나라를 뒤흔든 명품백 수수 동영상이 공개된 지 8개월이 지나는 동안 김 여사는 침묵했다. 이런 중대 사안을 뒤늦게 변호인이 당사자의 사과를 갈음하는 듯이 불쑥 공개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
▷김 여사의 이번 ‘전언 사과’는 그 적절성도 문제지만, 사과로서의 효과가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 장면은 4월 총선 패배 후 있었던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 논란’과 비슷한 점이 많다. 당시 대통령은 “민심을 더 받들겠다”는 사과의 말을 비공개 국무회의와 참모회의 때 했다가 거센 비판을 받았다. 결국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열어 다시 공개 사과했다. 사과는 내용 못지않게 형식도 중요하다.
김승련 논설위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