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세법을 고쳐 최대주주에 대한 상속세 할증을 폐지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대기업 오너가 보유 주식을 자녀 등에게 물려줄 때 경영권 가치를 평가해 상속세 부담을 가중시키는 이 제도가 기업 승계에 불필요한 부작용을 키운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다만 야권이 ‘대기업 특혜’ ‘부자 감세’라고 반대하고 있어 법이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상속세 할증은 대기업 최대주주가 주식을 물려줄 때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해 과세표준 금액을 늘려 잡는 것이다. 1993년 도입돼 10∼30%로 차등 적용하다가 2019년 세법 개정 후 20% 단일 할증률을 적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상속세 최고 세율은 50%이지만, 실제 세금 부담은 상속 주식 시가의 60%까지 높아진다. 획일적 할증기준을 적용해 경영권 가치에 세금을 더 물리는 나라는 선진국 중 한국뿐이어서 ‘갈라파고스 세제’란 비판을 받아왔다.
게다가 상속 주식 가치의 절반이 넘는 세금을 내는 과정에서 온갖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물려받은 지분을 담보로 잡히고 대출을 받거나, 현금이 부족해 주식으로 대신 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넥슨의 창업주 사망 후 유족이 지분을 대신 내는 바람에 정부가 이 회사의 2대 주주가 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총수 일가가 세금 낼 돈을 마련하려고 시장에 내놓은 대량의 주식이 주가를 낮춰 투자자들의 반발을 부르는 일도 생긴다.
최대주주 지분은 공장, 생산설비처럼 기업 활동 유지에 필요한 수단의 성격이 강하다. 지분 상속도 가업을 이어가기 위해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팔지도 않을 재산인데 상속세 부담만 늘다 보니 주가 상승을 원치 않는 대주주가 생기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경영 승계를 기업 영속성의 최대 리스크로 만드는 최대주주 할증 과세는 폐지하는 게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