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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속 광석이 산소를 뿜는다…심해채굴 둘러싼 논쟁[딥다이브]

입력 | 2024-07-27 10:00:00


태평양 한가운데서 골드러시와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바다 밑 광석을 얻기 위한 경쟁, 바로 심해 채굴이죠. 한국도 일찌감치 바닷속 광물을 확보하기 위해 탐사에 뛰어든 나라 중 하나인데요. 우리나라가 깊은 바닷속에 잔뜩 묻힌 코발트·니켈·망간·구리를 캐내서 쓸 수 있다면? 꽤 솔깃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심해 채굴은 극도로 찬반이 나뉘는 분열적인 주제이죠. 며칠 전 해저 광물이 바닷속에서 산소를 생성한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반대 목소리에 더 힘이 실리는데요. 앞으로 점점 논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주제, 심해 채굴을 들여다보겠습니다.




태평양 바닷속에 묻혀있는 망간단괴와 심해에 사는 성게의 모습. 독일 GEOMAR 헬름홀츠 해양연구소가 촬영한 이미지.

*이 기사는 26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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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바닥에 콕콕 박힌 보물
설명에 앞서 먼저 바닷속으로 딥다이브 해보겠습니다. 여기는 하와이 동남쪽 태평양의 클라리온 클리퍼턴 해역(CCZ). 수심은 약 4000m입니다. 평소엔 어두컴컴한 심해이지만, 빛을 비추면 짠. 이런 광경이 펼쳐집니다.




태평양 클라리온 클리퍼턴 해역의 바닥은 거대한 망간단괴 밭이다. GEOMAR 제공

뭐처럼 보이시나요. 감자처럼 생긴 암석이 콕콕 박혀있는 게 꼭 돌밭 같은데요. 여기가 바로 노다지입니다. 귀하디귀한 망간단괴가 아주 널려있죠. 망간단괴의 주요 구성 성분은 니켈, 망간, 구리, 코발트. 전기차 배터리와 풍력 터빈, 태양광 패널 등에 쓰이는 중요한 금속자원이죠. 무려 수백만년에 걸쳐 이 성분이 축적돼 지름 5~10㎝의 덩어리가 된 겁니다.

이런 보물이나 다름없는 망간단괴가 바다엔 얼마나 많이 묻혀있을까요. 일단 클라리온 클리퍼턴 해역(CCZ)만 보자면, 전체 너비는 미국 본토와 거의 같은데요. 최근 추정에 따르면 이 구역에 약 75억t의 망간, 3.4억t의 니켈, 7800만t의 코발트, 2억7500만t의 구리가 포함돼 있습니다. 궁금해서 미국 지질조사국 자료와 비교해 봤는데요. 망간은 전 세계 육상 매장량의 5배, 코발트 9배, 니켈은 3배가 묻혀있단 뜻입니다. 구리는 확인된 육상 매장량의 8분의 1에 해당하고요.

드넓은 바다에 이런 노다지가 여기 한곳이 아니죠. 아래 지도를 참고하시면 되는데요. 진한 파란색으로 표시된 곳이 바로 해저에 망간단괴 밭이 펼쳐진 지역입니다. 꼭 보물 지도를 보는 느낌이군요.




심해에 묻힌 자원 분포 지도. 진한 파란색이 망간단괴, 노란색은 고코발트 망간각, 주황 점은 해저열수광상이 묻혀있는 곳이다. 세계자원연구소

그리고 심해엔 다른 종류의 광석도 있습니다. ‘고코발트 망간각’(노란색 표시)엔 코발트뿐 아니라 바나듐, 몰리브덴, 백금도 섞여 있고요. ‘해저열수광상’(주황색 표시)은 구리·납·아연·금·은이 섞인 광석입니다. 지도에 표시된 대로 각기 다른 지역에 흩어져있죠. 참고로 망간단괴는 밭 가는 트랙터처럼 생긴 장비로 쓸어 담을 수 있고요. 고코발트 망간각이나 해저열수광상은 크기가 크기 때문에 암석을 깨부숴야 채취할 수 있습니다.




망간단괴엔 니켈, 코발트, 구리, 망간이 섞여 있다. 지름 10센티미터가 되는 데 1000만년 정도 걸린다고. 더메탈컴퍼니



이르면 내년부터 상업 채굴?
자, 그럼 얼른 바다로 나가서 광석을 캐내자고요? 만약 주권이 미치는 배타적 경제수역(EEZ) 안에서 채굴하겠다고 나선다면, 그건 가능할 겁니다. 현재 노르웨이가 전 세계 처음으로 EEZ 안에서 상업적 심해 채굴을 추진 중이죠. 하지만 그 밖의 지역에서 심해 채굴을 하려면 승인이 필요합니다. 그 승인 권한을 갖고 있는 곳이 바로 국제해저기구(ISA)이죠.

ISA는 1994년 설립 이래 총 31건의 해저 광산 탐사 계약을 승인했는데요. 여기엔 한국 정부가 신청한 3건의 계약도 포함됩니다. 참고로 가장 많은 건 중국(5건)이고 그다음이 한국과 러시아(3건)이죠.

계약 승인이 많이 됐다고 좋아하긴 이릅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ISA가 ‘탐사’를 승인한 거고요(계약기간은 15년). 상업적 채굴은 아직 단 한 번도 승인한 적 없습니다. 즉, 바다로 들어가서 보물찾기할 수는 있는데, 찾더라도 이걸 캐낼 권리는 없는 거죠.

지금 ISA는 상업적 채굴을 승인하기 위한 절차와 규칙을 마련하는 중입니다(채굴하면 수수료는 얼마 낼지 등 포함). 현재 자메이카 킹스턴에 있는 ISA 본부에서 열리고 있는 이사회에서 초안을 논의 중이죠. 목표는 2025년 7월까지 규칙을 마련하는 겁니다. 즉, 이르면 내년부터 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될지 모릅니다.




7월 15~26일 열리는 국제해저기구 이사회의 모습. 29일~8월 2일엔 168개 회원국이 모이는 총회가 열리고, 여기서 새 사무총장을 선출한다. ISA 제공

하지만 그렇게 순순히 심해 채굴이 진행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합니다. 지금 ISA 안에서 심해 채굴 찬성파(개발을 서두르자)와 반대파(천천히 하자)로 나뉘어 치열하게 논쟁 중이거든요. 회원국 입장에 따라 두편으로 갈렸는데요.

찬성파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건 인도, 가나, 자메이카, 아르헨티나 그리고 태평양 섬나라 등 주로 개발도상국이죠. 특히 남서 태평양 섬나라 나우루는 캐나다 기업 더메탈컴퍼니와 손잡고 조만간 상업적 채굴에 나서겠다는 상당히 진전된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반면 심해 채굴을 일시 중단 또는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국가도 있죠. 영국·프랑스·독일·스웨덴·브라질·캐나다·칠레 등 24개국인데요.

다음 주로 예정된 ISA 사무총장 선출 투표에서 양측이 한판 붙을 겁니다. 찬성파의 지지를 받는 현 마이클 로지 사무총장의 3연임 성공이냐, 아니면 반대파가 미는 브라질 출신 생태학자 레티시아 카르발류의 도전 성공이냐. 그 결과에 따라서 상업적 채굴 승인 작업이 더 탄력을 받을 수도, 아니면 속도가 느려질 수도 있을 겁니다. 국제해저기구가 모처럼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이유입니다.


땅은 더 파기 어려우니 바다로

캐나다 심해 채굴 기업 더메탈컴퍼니가 제시하는 심해 채굴 작업의 이미지. 수집기가 바닥을 훑으면서 망간단괴를 담고 퇴적물은 90% 이상 바로 배출하게 될 거라고 설명한다. 더메탈컴퍼니 제공

그럼 심해 채굴에 찬성 또는 반대하는 이유를 알아야겠죠. 아마 어느 정도는 짐작하실 수 있을 텐데요.

심해 채굴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는 육지에서 광물을 얻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딥다이브에서 구리를 땅속에서 캐내기가 갈수록 어렵다는 이야기 전해드린 적 있는데요(딥다이브 구리 편). 다른 광물도 마찬가지입니다. 쉽게 채굴할 수 있는 고품질 광석 매장지는 빠르게 줄어들고요. 점점 깊은 지하나 외딴곳으로 광석을 찾아가야 합니다. 전기차와 태양광·풍력발전으로 광물 수요가 빠르게 늘어간다는 상황에서 돌파구가 필요한데요.

마이클 로지 ISA 사무총장은 CNBC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상당히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현재 육상 매장량으로는 필요한 광물량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습니다. 심해 채굴이 산업적 관심을 끄는 주요 요인은 육지와 같거나 더 낮은 비용으로 더 많은 양의 광물을 생산할 수 있는 잠재력 때문입니다.”

또 심해 채굴은 삼림 파괴, 식수원 오염 같은 문제와 거리가 멀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지역 주민 동의를 받을 필요도 없겠죠. 60년 전 미국 과학자 존 메로는 전 세계적으로 심해 채굴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저서 ‘바다 광물 자원’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육지 채굴과 달리 심해 광물 추출은 최소한의 표토 제거를 수반합니다. 추출 폐기물 감소, 사회적 이주 없음, 최소한의 생산 인프라, 광산 현장에서 운반을 위한 도로와 철도 건설 필요 없음, 드릴 폭파 없음, 산성 광산 배수 없음, 삼림 벌채 없음.”


광석에서 산소가 뽀글뽀글
그런데 깊은 바닷속은 파헤쳐도 괜찮은 걸까요. 수백만년 동안 심해에 묻혀있던 광석을 파내면,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이 질문에 명쾌하게 답하기란 참 어렵습니다. 왜? 심해는 아직 1%도 탐사되지 않은, 인류가 모르는 게 너무 많은 미지의 영역이기 때문이죠. 심해 채굴에 반대하는 이들은 바로 이 점을 강조합니다.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면서 함부로 파헤치다가 자칫 큰일 날 수 있다는 거죠. 이는 환경보호단체뿐 아니라 과학자들도 심해 채굴에 반대하는 이유입니다. 일본 해양지구과학기술기구의 심해 생물학자 청첸 박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심해엔 우리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능력과 기능을 가진 많은 미발견 종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존재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그들을 잃을 수 있습니다.”




연구진은 심해 바닥의 망간단괴가 전기분해로 산소를 발생시킨다는 것을 발견했다. 햇빛이 없어 광합성이 불가능한 심해에서도 산소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밝혀낸 것. 게티이미지

그리고 이번 주 국제학술지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이 전 세계의 관심을 끌었는데요. 영국·독일·미국 연구진이 공동 연구한 ‘심해저에서 암흑산소 생산의 증거’라는 제목의 논문입니다. 클라리온 클리퍼톤 해역에 깔린 망간단괴가 산소를 생성한다는 사실을 사상 처음으로 밝혀낸 건데요.

어떻게? 망간단괴 표면에서 최대 0.95V의 전기가 생기면서 물을 수소와 산소로 전기분해 한다는 겁니다. 즉, 망간단괴가 바다에 산소를 공급하는 일종의 촉매 역할을 하는 거죠. 상당히 놀라운 발견입니다. 바다에서 산소를 만드는 건 광합성 하는 해조류만이 아니었던 겁니다. 다만 연구진은 그 전기가 어떻게 생기는지까지는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망간단괴가 산소를 만들어낸다? 이게 무엇을 의미할까요. 이 연구에 참여한 앤드류 스윗먼 스코틀랜드 해양과학협회의 생태학자는 심해 채굴을 하기 전에 산소 생산이 일어나는 지역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만약 대량으로 산소가 생산된다면, (망간단괴는) 그곳에 사는 동물들에게 중요할 가능성이 있다”는 거죠. 심해 채굴이 자칫 해저 생태계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힐지도 모른다는 뜻입니다.


아마도 끝나지 않을 논쟁

태평양 클라리온 클리퍼턴 해역에 사는 불가사리와 망간단괴. GEOMAR

사실 니켈·코발트·망간·구리 같은 희귀금속이 필요한 이유를 따져보면 결국 탄소중립으로 가기 위해서이죠. 전기차와 배터리, 풍력이나 태양광 발전이 사용처가 될 테니까요. 그런데 이를 위해 심해 채굴을 하려니, 세계에서 가장 큰 탄소 흡수원(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5%를 흡수)인 바다 생태계를 해칠지도 모르겠고. 참, 판단이 쉽지 않은 문제인데요.

대부분 논쟁이 그러하듯, 심해 채굴과 관련해서도 주장하는 사람마다 제시하는 과학적 근거가 다릅니다. 예컨대 태평양에서 심해 채굴 사업을 추진 중인 더메탈컴퍼니 측은 “채굴 기계가 해저를 지나간 후 1년 뒤 그 장소로 다시 돌아온 유기체를 봤다”(=따라서 환경 영향이 미미하다)고 주장하고요. 반면 해양 과학자들은 “바윗덩어리를 표면으로 끌어올리면 거기서 살던 유기체는 절대 돌아갈 수 없다”고 주장하는 식이죠. 절대적이고 객관적인 과학적 근거가 과연 무엇인지 모호하고요. 찬반 논쟁은 영원히 계속될 것만 같습니다. 결국 정치의 영역인 셈인데요.

심해 채굴 찬반과 관련한 판단은 일단 유보하고, 이런 딴 생각을 해봅니다. 금속의 재활용 비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고, 나트륨이온배터리 같은 희귀금속이 덜 필요한 신기술을 더 발전시킬 수만 있다면 굳이 먼 바다로 나가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요. 아니면 땅에서 솟아나는 천연수소는 어떨까요. By.딥다이브

심해 채굴에 대한 세계 각국의 관심이 가장 폭발적이었던 건 1970년대였는데요. 이후 금속 가격이 하락하면서 식었던 열정이 최근 다시 불붙는 분위기입니다. 그만큼 이에 반대하는 움직임도 커지는데요. 주요 내용을 요약해 드리자면.

-바다엔 육지의 몇 배에 달하는 희귀금속이 묻혀있습니다. 땅에서 광물을 확보하기 어려워지면서 심해 채굴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데요. 국제해저기구가 그 규칙과 절차를 정하기 위해 작업 중입니다. 어쩌면 내년엔 상업적 채굴이 가능해질지 모릅니다.

-그런데 정말 파내도 될까요. 최근 미국과 유럽 연구진이 심해 망간단괴가 산소를 발생시킨다는 사실을 최초로 확인했습니다. 표면에서 전기가 발생해 물을 분해시킨다는데요. 해저 광물이 생태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뜻입니다.

-육지의 환경파괴를 줄이고 탄소중립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심해 채굴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일까요. 아니면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일까요. 극명하게 찬반이 나뉘는 이슈인지라 판단이 어렵습니다. 아마 점점 더 논쟁이 치열해질 겁니다.

*이 기사는 26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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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애란 기자 har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