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만에 또 열린 2차 청문회 채택 증인 24명중 18명 안나와 정청래 “金여사 등 책임 묻겠다” 野 “金여사 심각한 국정농단 의혹”… 與 “허위사실 유포 법적조치할 것”
대통령관저 찾은 野… 항의하는 與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가 열린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이 국회 안팎에서 맞붙었다. 위쪽 사진은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이 서울 용산 대통령관저 인근에서 김건희 여사의 증인 불출석에 항의하는 규탄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이에 국민의힘 소속 법사위원들은 국회에서 맞불 기자회견을 열고 야당의 대통령 관저 항의 방문을 “선동용 정치쇼”라고 비난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뉴시스
“이 청문회가 불법이라면 나가세요.”(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알겠습니다. 불법임을 보여주기 위해 나갔다가 들어오겠습니다.”(국민의힘 송석준 의원)
26일 국회 법사위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청원 2차 청문회’에서 정 법사위원장의 고성에 송 의원이 이같이 받아치면서 실제 회의장을 나가자 여야 법사위원들 사이에선 웃음이 터져 나왔다.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된 24명 중 김 여사와 윤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 씨, 이원석 검찰총장, 대통령실 관계자 등 주요 증인 18명도 불출석해 “또 알맹이 없는 맹탕 청문회”라는 지적이 나왔다.
● 與 “코미디 같은 청문회, 국민들 보고 있다”
여야는 청문회 시작부터 증인 불출석과 청문회의 위법성을 둘러싼 난타전을 이어갔다. 정 법사위원장은 “(김 여사와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 등) 무단으로 불출석한 증인 13명에 대해 고발 등 상응하는 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이라며 “‘김건희 특검법’ 입법 청문회에서 다시 증인으로 채택하는 안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에 맞서 법사위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은 “증인들이 불법적으로 열린 청문회의 부당성을 항의하며 정당하게 불출석한 것”이라고 두둔했다.
이날 청문회에는 김 여사에게 명품 가방을 선물하는 것을 몰래 촬영하고 폭로한 최재영 목사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자신의 몰래카메라 촬영 행위에 대해 “언더커버(undercover) 취재 차원”이라고 주장하며 “김 여사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고위직 인사를 조율했다”고 했다. 최 목사는 “김 여사가 내가 보는 앞에서 전화를 받았는데 ‘금융위원으로 임명해’라고 말하며 전화를 끊었다”며 “한 대표가 법무부 장관이었던 시절엔 (대통령실) 민정수석실을 겸했기 때문에 (장차관 등) 고위직 인사를 김 여사와 최종 조율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제보도 받았다”고 주장했다.
최 목사는 윤 대통령과 김 여사 관련 논란성 발언도 쏟아냈다. 그는 “군 통수권자인 윤 대통령이 술을 많이 먹어 만취 상태라는 건 거의 탄핵감”이라고 주장했다. 또 “김 여사가 잠을 안 자고 새벽 3, 4시에도 문자메시지를 계속 주고받더라”는 민주당 박지원 의원 질의에 “대통령과 한 침대를 쓰는 분이 외간남자들이랑 통화하거나 카톡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정 법사위원장은 “국민들은 대통령 부인이 야밤에 이런 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에 대해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 횟수에 대해서 정말 경악할 정도다. 옆에 있는 윤 대통령은 뭐 하고 있었냐”고 가세하자 여당 의원들이 항의하다 전원 퇴장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법사위를 좀 더 품격 있게 이끌어 달라. 이렇게 코미디 같은 청문회를 하면서 증인들이 비아냥거리고 조롱하는 걸 국민들이 다 보고 있다”고 꼬집었다.
● 용산 찾아간 野… 與 “선동용 정치쇼”
야당 법사위원들은 이날 오후 청문회를 정회시키고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관저 인근을 찾아 김 여사의 청문회 출석을 촉구하는 기자회견도 열었다. 경찰 등 경호 인력들이 대통령 관저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아서자 야당 의원들이 이에 항의하며 충돌하기도 했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김 여사) 한 명 때문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뙤약볕에서 고생하고 있는 것이 현 정권의 민낯”이라고 규탄했다.
여당 법사위원들은 국회에서 맞불 기자회견을 열고 “선동용 정치쇼를 그만하라”며 “김 여사 모녀 등을 불러 공개적으로 망신 주고 북한식 인민 재판을 하려던 계획이 틀어지자 기다렸다는 듯 용산으로 몰려갔다”고 비판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