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도쿄의 눈물을 파리의 환호로… 믿는다, 그대들을

입력 | 2024-07-27 01:40:00

[PARiS 2024]
3년새 ‘월클’로 우뚝… 태극전사 5인
안세영 “파리선 웃으면서 세리머니”… 황선우, 뒷심 좋은 선수로 대변신
신유빈 “누굴 만나든 내경기에 최선”… 서채현 “첫 메달” 여서정 “이번엔 金”





10대였던 그들은 3년 전 도쿄에서 고개를 숙인 채 돌아와야 했다. 열정과 패기만으로는 꿈을 이루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제 20대가 된 그들은 파리 올림픽 각 종목 한국 대표팀 에이스로 성장했다. 도쿄의 눈물을 파리의 환호로 바꾸기 위한 모든 준비도 마쳤다. 이젠 월드 클래스로 맘껏 날아오를 시간만 남았다.

안세영(도쿄 올림픽 당시 나이 19) 배드민턴 도쿄 올림픽 성적 ▶ 여자 단식 8강 탈락

배드민턴 여자 단식 세계랭킹 1위 ‘셔틀콕 천재’ 안세영(22)의 이번 대회 목표는 딱 하나 금메달뿐이다. 안세영은 3년 전 도쿄 대회 8강에서 천위페이(26·중국)에게 패한 뒤 “내가 아직 부족한 것 같다”며 눈물을 훔쳤다. 결국 도쿄 대회 금메달을 차지한 천위페이는 당시까지 안세영이 5번 맞붙어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상대였다.

그러나 이후 15차례 맞대결에서는 8승 7패로 안세영이 앞섰다. 특히 천위페이의 고향 항저우에서 열린 지난해 아시안게임 결승 맞대결 때는 오른쪽 무릎 부상을 안고도 승리했다. 안세영은 “천위페이에게 70% 정도는 우위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파리에서는 울지 않고 웃으면서 세리머니를 보여 주겠다”고 다짐했다.

황선우(도쿄 올림픽 당시 나이 18) 수영 도쿄 올림픽 성적 ▶ 남자 자유형 100m 5위, 200m 7위

한국 수영의 ‘간판’ 황선우(21)는 남자 자유형 200m 한국 첫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한다. 황선우는 3년 전 도쿄 대회 때 이 종목 예선에서 한국 기록(1분44초62)을 새로 썼다. 결선에서도 세계기록 페이스로 반환점을 돌았지만 최종 성적은 1분45초53으로 7위였다. 경험이 부족해 페이스를 조절하지 못한 게 실패 이유로 꼽혔다.

이제는 올해 세계수영선수권대회 결선에서 결승점 10m를 남겨 놓고 역전 우승을 차지하는 등 ‘뒷심’이 좋은 선수로 탈바꿈했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이 종목 금메달을 비롯해 메달 6개(금 2, 은 2, 동메달 2개)를 수확했다. 이번 올림픽 무대인 라데팡스 아레나에서 마지막 컨디션 점검 중인 황선우는 “수영장을 보니 흥분된다. 빨리 경기를 뛰고 싶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신유빈(도쿄 올림픽 당시 나이 17) 탁구 도쿄 올림픽 성적 ▶ 여자 단식 32강 탈락, 여자 단체전 8강 탈락

‘삐약이’ 신유빈(20·탁구)도 파리에서는 ‘장닭’이 되겠다는 각오다. 도쿄 대회 때 여자 단식은 32강, 단체전은 8강에서 떨어졌던 신유빈은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한국 탁구 선수 중 유일하게 개인 단식, 혼합복식, 단체전에 모두 참가하는 중책을 맡았다.

이 가운데 임종훈(27)과 함께 출전하는 혼합복식에서 메달 획득이 가장 유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4강까지 오르면 세계 최강 중국 팀을 상대할 확률이 크지만 신유빈은 걱정하지 않는다. 신유빈은 “올림픽에선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른다. 누굴 만나든 내 경기에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말했다.

서채현(도쿄 올림픽 당시 나이 18) 스포츠클라이밍 도쿄 올림픽 성적 ▶ 여자 콤바인 8위

‘거미 인간’ 서채현(21·스포츠 클라이밍)도 도쿄에서 못다 이룬 메달 꿈에 도전한다. 스포츠클라이밍에는 리드, 볼더링, 스피드 등 세 가지 세부 종목이 있다. 서채현은 도쿄 올림픽 결선 때 주 종목인 리드에서 실수해 3위에서 8위로 순위가 미끄러졌다.

이번 대회 때는 서채현이 가장 약한 스피드가 별도 종목으로 빠져 메달 획득을 노리기가 더욱 좋다. 서채현은 “도쿄 때는 관중이 없어 분위기 자체가 가라앉다 보니 압박감이 심했다. 파리에선 즐기는 분위기에서 경기할 수 있어 더 편할 것 같다”고 했다.

여서정(도쿄 올림픽 당시 나이 19) 체조 도쿄 올림픽 성적 ▶ 여자 뜀틀 동메달

‘신의 딸’ 여서정(22·체조)은 초등학교 2학년 때 ‘아빠가 올림픽 금메달을 못 땄다’로 시작하는 일기를 썼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뜀틀의 신’ 여홍철 경희대 교수(53)의 딸인 여서정은 파리에서 다시 한번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한다. 여서정은 도쿄 대회 때는 여자 뜀틀 동메달을 목에 걸고 돌아왔다.

이번에는 메달 여러 개도 노려볼 수 있다. 여자 체조 대표팀이 36년 만에 올림픽 단체전 출전권을 따냈기 때문이다. 대표팀 맏언니로 주장을 맡고 있는 여서정은 “도쿄 때보다 압박감이 더 크지만 팀원들과 즐기면서 대회에 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파리=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