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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美 대선 결과, 기업 가치 변화에 상당한 영향”

입력 | 2024-07-29 03:00:00

2016년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기후변화 대응 정책 기대감 저하
기후위기 노출 큰 기업일수록
투자자 불안 키워 시장가치 하락





미국 대선 시즌이 가까워지면 당선 여부에 따라 어떤 기업이 수혜를 볼지 혹은 피해를 입을지 관심이 쏠린다. 특히 기후변화와 관련된 이슈는 정책과 긴밀하게 얽혀 있기에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는가에 따라 전면적인 전략 수정이 필요할 수도 있다.

태국의 쭐랄롱꼰대, 미국의 펜실베이니아대, 노던켄터키대 공동 연구진은 2016년 도널드 트럼프의 대선 승리를 기후위기에 대한 준실험적 상황으로 활용했다. 기후변화에 대해 여러 차례 강한 회의감을 내비쳤던 트럼프의 승리는 예상 밖의 사건이었다. 연구진은 트럼프의 대선 승리라는 충격이 기후변화에 노출된 기업의 가치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탐구했다. 연구진은 2751개의 개별 기업을 대상으로 트럼프의 대선 승리에 대한 시장 반응을 누적초과수익률(CAR)로 추정한 뒤 이를 종속변수로 설정했다. 각 기업의 실적발표 회의 녹취록에 머신러닝 키워드 발견 알고리즘을 적용해 만든 기후변화 노출 지표가 독립변수로 활용됐다.

분석 결과 각 기업의 기후변화 노출이 누적초과수익률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확인됐다. 수익률은 약 6.80∼8.26% 하락했는데 이는 결코 작지 않은 수준이다. 즉 트럼프 행정부에서 시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후변화 대응에 불리한 정책들이 투자자들의 불안과 우려를 증폭시켰고 기후 관련 위험에 많이 노출된 기업일수록 이런 영향을 크게 받아 시장 가치 하락을 경험했다.

연구진은 기후변화 위험에 대한 노출과 주주의 부 사이의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러 요인 중 기업 성숙도 및 배당이 갖는 조절 효과도 검증했다. 그 결과 기업 성숙도와 배당 모두 기후변화 노출도가 주주 가치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완화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예컨대 배당 지급이 기업의 기후변화 노출에 부정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투자자들을 붙잡아 두는 전략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연구진은 표본 내 기업들의 반응을 더욱 구체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기후변화 노출도의 개념을 더욱 세분화하고 기후변화에 대해 기업들이 보이는 감정 분석도 실시했다. 분석 결과 시장은 이미 기후변화로 인한 물리적 피해에 노출된 기업들은 트럼프 당선 여부에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기후변화와 관련해 더 많은 사업 기회를 누릴 것으로 기대됐던 기업 또는 규제 변화에 취약한 기업들이 예상치 못한 선거 결과의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여겼다.

연구 결과는 투자자들이 기후변화 노출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투자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변수로 삼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다. 따라서 기업들은 기후변화 노출 정도를 정확하게 파악한 후 관련 위험에 대한 정보를 주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나아가 금융 및 자본시장과 자산 가격 형성에 선거, 정치인, 공공 정책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확인된 만큼 정치경제적 요인들이 재무 분석에 더욱 포괄적으로 반영돼야 할 필요도 있다.



김은영 텍사스 오스틴대 정책학 박사 eykim634@gmail.com
정리=이규열 기자 ky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