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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폭염, 2030년엔 일상이 된다

입력 | 2024-07-29 03:00:00

국내외서 폭염 관련 연구 잇따라
서울, 전 세계 20개 대도시 중… 폭염 일수 증가세 가장 가팔라
“온실가스 배출량 등 개선하면… 2040년대 이후로 지연 가능”
올해 온열질환자 수 역대 최다… 노약자 등 체온 조절 유의해야



동아일보DB



장맛비가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비가 안 오는 지역에선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7월 평균기온은 25.3도로 평년 24도에 비해 1.3도 높다. 일 최고 기온이 33도 이상인 날을 의미하는 폭염 일수도 평년보다 증가했다. 극심해지는 무더위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 폭염이 ‘일상’이 되는 한반도

영국 국제개발환경연구소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20개 대도시 폭염 추이에 따르면 최근 30년간 폭염 일수 증가세가 가장 가파른 도시는 서울이다. 서울은 기온이 35도 이상이었던 날이 1994∼2003년 10년간 누적 9일에 불과했지만 2014∼2023년 10년간은 약 6.4배인 누적 58일로 늘었다. 서울과 인접한 국가인 일본 도쿄는 같은 기간 기온이 35도 이상이었던 날이 1.6배로 증가했다.

국내 전문가들도 한반도에선 폭염이 ‘일상’이 될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광주과학기술원(GIST)과 미국 유타주립대 공동 연구팀이 4일 국제학술지 ‘기후변화’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 등 인위적 요인의 영향으로 한국의 기온이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위적 요인이 개선되지 않으면 2030년대에는 폭염이 일상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팀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다면 2040년대 중반 이후로 폭염의 일상화가 지연될 것으로 분석했다.

● 폭염 고위험군, 만성질환자 특히 주의해야

폭염이 일상을 잠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더위에 취약한 고위험군은 많은 주의가 요구된다.

폭염 고위험군은 어린이, 노인, 야외 근로자, 만성질환자 등이다. 어린아이들은 성인보다 땀샘이 덜 발달해 땀 배출이 잘 안되고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진다. 아이들은 활동량이 많고 수분 섭취의 필요성을 잘 인지하지 못한다는 점에서도 주의가 필요하다. 노인은 땀샘 기능, 체온을 조절하는 혈관 확장 능력 등이 저하된다. 고혈압, 당뇨, 심혈관질환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을 확률이 높다는 점도 폭염 영향을 크게 받는 이유다.

만성질환자들이 폭염에 취약한 이유는 질환별로 차이가 있다. 무더위에 정상 체온을 유지하려면 혈관 수축·이완이 활발해진다. 고혈압 환자에게는 이 같은 혈압 변동이 큰 부담이 된다. 저혈압 환자도 체온을 낮추기 위해 말초혈관이 확장되고 혈압이 낮아질 때 주의해야 한다. 당뇨병 환자는 땀으로 많은 수분이 배출되면 혈당량이 높아지니 수분 섭취를 잘해야 한다. 심뇌혈관질환이 있을 땐 더위로 인한 혈압 변동이 심장에 부담을 준다는 점에서 각별한 건강 관리가 필요하다.

● 건강한 사람도 온열질환 방치하면 위험

건강한 사람도 장시간 무더운 날씨에 노출되면 열사병, 열탈진, 열경련, 열실신, 열부종 등 온열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온열질환은 방치 시 생명을 위협받는 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 5월 20일에서 7월 16일 사이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580명이다. 지난해 같은 시기 492명보다 88명 늘었다. 올해는 역대 최고 수준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온열질환 중에는 열사병이 위험하다. 체온 조절 중추가 외부의 열 자극을 못 버티고 기능을 상실한 상태로 다발성 장기 손상 등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고 치사율도 높다. 무더위로 인해 두통, 피로, 어지러움, 메스꺼움, 현기증, 오한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열사병 발생 경고 신호다. 시원한 곳으로 즉시 이동해 열을 식혀야 한다. 만약 주변에 무더위로 쓰러진 사람이 있다면 119에 신고하고 환자를 시원한 곳으로 옮겨 차가운 물수건으로 몸을 닦는 등 체온을 내릴 수 있는 응급처치를 해야 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평소 온열질환을 예방하는 수칙도 중요하다. 한여름에는 밝은색의 가벼운 옷을 입고 자주 샤워를 해 체온이 올라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좋다. 갈증이 느껴지지 않더라도 자주 수분을 섭취하고 햇빛이 강한 오후에는 활동을 줄여야 한다. 달콤한 음료나 알코올은 수분 손실을 가져오니 가급적 피하도록 한다. 야외 활동이 불가피하다면 활동량을 조절하고 심장이 뛰거나 숨이 가빠진다면 활동을 중단한 상태로 시원한 곳에서 휴식을 취해야 한다.



문세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moon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