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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합병… 초대형 에너지기업 넘어 AI시대 전력 문제 해결사로

입력 | 2024-07-29 03:00:00

내달 주총 승인뒤 본격 사업조정
전력사업 강화 AI 생태계 확장하고
배터리-ESS 결합 새 솔루션 개발
“안정적 에너지 공급 ‘시너지’ 기대”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이 최근 이사회 안건 통과로 초읽기에 들어갔다. 양사가 합병되면 ‘초거대 에너지 인프라’ 기업으로서 인공지능(AI) 시대 정보기술(IT) 기업들이 가장 골머리를 앓고 있는 전력 문제에 역량을 쏟을 전망이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최근 내부에 태스크포스(TF)를 꾸려 SK E&S와의 시너지 전략 수립을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다음 달 27일 주주총회를 거쳐 합병안이 최종 통과되면 구체적인 사업 조정 및 확대 등 시너지안을 본격 실행할 것으로 보인다.

두 기업의 결합은 자산 100조 원 규모의 초대형 에너지 기업의 탄생으로 주목받았지만 이를 넘어 미래 AI 에너지 인프라 기업으로서 가치가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는 SK그룹이 지난달 경영전략회의에서 “AI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밝힌 청사진의 일환이기도 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에서 양사 합병 목적이 AI 시너지에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국내 1위의 정유·석유화학 업체지만 그동안 전기 관련 사업 역량이 부족한 게 한계로 지적됐는데 SK E&S를 통해 이 같은 단점을 극복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이 국내 최대 민간 발전사이자 다양한 전력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춘 SK E&S를 품으면서 에너지 밸류체인의 마지막 퍼즐 한 조각을 맞췄다”고 했다. SK는 AI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각각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을 중심으로 키우면서 AI 인프라는 SK이노베이션과 SK E&S를 앞세워 AI 생태계를 본격 확장하겠다는 방침이다.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온의 배터리 사업과 SK E&S의 분산자원 사업 역량을 결합한 새로운 솔루션이 나올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분산자원이란 전력, 에너지 인프라를 과거 거대 발전소에 몰아 놓은 중앙집중형과 달리 수요지 부근에 나눠서 설치하고 직접 공급하는 형태를 가리킨다. 배터리 주요 사업인 에너지저장장치(ESS)를 고도화해 IT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전력을 효율적으로 공급하는 사업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ESS는 전력을 저장했다가 필요한 시기에 공급하는 핵심 시스템으로 태양광, 풍력 등 수급이 불안정한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극복할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또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엔무브는 하반기(7∼12월) 상용화 목표로 액침냉각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전력 사용량 중 40%를 냉각 시스템에 쓸 만큼 발열 문제 해결이 시급한데 액침냉각은 기업들이 더 높은 효율로 서버실 온도를 제어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이다. 재계 관계자는 “각 사가 보유한 ESS, 액침냉각, 분산자원 등 전력운영 서비스를 묶어 데이터센터 업체 등에 제공하는 솔루션이 나올 수도 있다”고 했다.

이종수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교수는 “AI 생태계의 가장 핵심은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이라며 “두 기업이 만남으로써 이 분야 경쟁력을 강화하게 됐다. 연관성이 큰 두 분야가 만나 비용 효율을 높이는 ‘범위의 경제’를 달성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