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을 다른 금융사로 옮길 수 있나요?”
얼마 전 후배가 보험사에 가입하고 있는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을 증권사로 옮겨서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고 싶은데 가능한지 물었다. 또 연말정산 때 세액공제를 받으려 가입한 연금저축 적립금도 금융회사를 갈아탈 수 있는지 궁금해했다.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
DC형 퇴직연금의 가입자는 자기 퇴직 계좌를 가지고 있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1년 일할 때마다 그해 총급여의 12분의 1 이상을 해당 근로자의 DC형 퇴직연금 계좌에 입금해 준다. 근로자는 자신의 퇴직 계좌에 쌓인 적립금을 어디에 투자할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퇴직할 때 DC형 퇴직 계좌에 적립된 돈을 퇴직급여로 받는다.
운용 성과에 따라 퇴직급여 수준이 달라지기 때문에 DC형 퇴직연금 가입자는 좀 더 나은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회사를 찾아 나선다.
하지만 가입자가 원한다고 퇴직연금 적립금을 다른 금융회사로 이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먼저 회사가 선정한 퇴직연금 사업자를 살펴야 한다. 퇴직연금을 관리하는 금융회사를 퇴직연금 사업자라고 하는데, 근로자는 회사가 선정한 퇴직연금 사업자 중 한 곳을 선택해야 한다. 회사가 금융회사 1곳만 퇴직연금 사업자로 선정했다면 근로자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최근 들어 복수의 금융회사를 퇴직연금 사업자로 선정하는 회사가 늘어나고 있고 이들 회사에서는 1년에 한두 번 기간을 정해 근로자가 퇴직연금 사업자를 변경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기간에 퇴직연금 사업자를 변경할 수 있다. 퇴직연금 사업자를 변경할 때는 가입 중인 금융상품을 그대로 들고 갈 수는 없다. 기존에 가입한 금융상품을 환매해서 현금화한 뒤 자금을 옮겨야 한다. 이후 교체한 금융기관에서 다시 금융상품을 매수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가입자가 손실을 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정기예금을 만기 전에 해지하면 약정 금리보다 낮은 금리를 적용해서 이자를 받는다. 펀드와 같은 투자상품도 환매하고 다시 가입하는 사이에 가격이 상승할 경우 손실을 볼 수 있다.
절세와 노후 준비를 한꺼번에 할 수 있는 금융상품으로 연금저축과 개인형 퇴직연금(IRP)이 있다. 연금저축과 IRP 계좌에는 한 해 1800만 원까지 저축할 수 있고, 가입자는 저축 금액 중 900만 원까지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퇴직급여를 연금저축과 IRP에 이체한 다음 연금으로 받으면 퇴직소득세를 30∼40% 감면받을 수 있다. 이 같은 세제 혜택을 주는 대신 적립금은 연금으로 받아야 한다.
연금저축과 IRP 적립금도 다른 금융회사로 옮길 수 있다. 다만 특정 조건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적립금을 옮길 수 있다. 연금저축 적립금은 연금저축으로, IRP 적립금은 IRP로 옮길 수 있다. 적립금 전체를 옮겨야 하며 이미 연금을 개시한 계좌로 적립금을 옮길 수는 없다. 반대로 연금을 개시한 계좌 적립금은 개시하지 않은 계좌로는 옮길 수 있다. 다만 종신형 연금을 수령 중인 경우에는 적립금을 옮길 수 없다.
연금저축과 IRP 가입 시기도 살펴야 한다. 2013년 2월 이전에 연금저축과 IRP에 가입한 경우는 적립금을 55세 이후에 5년 이상 연금으로 받아야 한다. 반면 2013년 3월 이후 계약부터는 최소 연금 수령 기간이 10년으로 연장됐다. 이 때문에 2013년 3월 이후에 가입한 연금저축과 IRP 적립금을 그전에 가입한 곳으로 옮길 수 없도록 했다. 이를 허용하면 최소 연금 수령 기간이 10년에서 5년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는 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 연금저축은 연금저축으로, IRP 적립금은 IRP로 옮겨야 하지만 연금수령 요건을 갖춘 계좌의 적립금의 경우 상대 계좌로 이체할 수 있다.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