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경기 시흥∼인천 송도 ‘배곧대교’ 건립 난항

입력 | 2024-07-29 03:00:00

상습정체 해소 대안, 2014년부터 추진
사업구간 내 습지보호지역으로 제동
시흥시 “바이오 첨단 단지 위해 필요”
환경부 “훼손 심각, 사업 재검토해야”



경기 시흥시 배곧신도시와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를 잇는 배곧대교의 예상 조감도. 시흥시 제공



경기 시흥시가 추진 중인 시흥∼인천 송도 간 ‘배곧대교’ 건립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시흥시는 배곧대교가 시흥과 인천을 잇는 도로의 상습 정체를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사업 구간이 습지보호지역이자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송도 인근 갯벌을 지나면서 발목이 잡혔다.

● “천혜 자연 보전해야” 제동 걸린 배곧대교

28일 시흥시 등에 따르면 시가 환경부 산하 한강유역환경청을 상대로 낸 ‘배곧대교 건설사업 재검토 통보 처분 취소 소송’이 18일 수원지방법원에서 각하됐다. 시흥시는 사업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한강유역환경청이 습지 보호를 이유로 사업에 대한 재검토를 통보하자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는데, 사실상 패소한 것이다.

배곧대교 건립 사업은 2014년부터 추진됐다. 시흥 배곧신도시와 인천 송도를 잇는 왕복 4차로, 길이 1.89km 교량을 짓는 사업으로, 약 1900억 원의 사업비를 민간이 투자하는 방식으로 계획됐다. 당초 계획은 2025년 완공이 목표였다.

하지만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제동이 걸렸다. 대교가 습지보호지역이자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송도 갯벌을 지나는 게 문제가 됐다. 멸종위기종인 저어새 등이 찾는 송도 갯벌은 2009년 인천시 습지보호지역(6.11㎢)으로 지정됐다. 2014년에는 세계적으로 보전 가치를 인정받아 국내 19번째 람사르 습지로 지정됐다.

한강유역환경청은 배곧대교 870m 구간(약 2만3000㎡)이 송도 갯벌을 지나는 것으로 계획되자 2021년 시흥시에 “습지보호지역을 통과하지 않는 노선으로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통보했다. 이에 시흥시는 처분이 부당하다며 이듬해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지만 기각됐고, 이후 행정소송에서도 승소하지 못했다.

● “바이오 첨단특화단지 성공 위해 반드시 필요”

시흥시는 여전히 배곧대교 건립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인천과 시흥을 잇는 도로는 제3경인고속도로와 ‘아암대로’가 있는데, 화물차 등이 뒤섞여 상습 정체가 끊이지 않으면서 시민들의 불편이 크다. 배곧대교가 건설되면 이 같은 교통난을 해소하고 지리적으로 가까운 두 도시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게 시흥시의 판단이다. 특히 시는 최근 인천과 시흥이 바이오 분야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 함께 지정되면서 배곧대교 건설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걸림돌이 적지 않다. 한강유역환경청은 여전히 기존 계획대로 사업을 추진하는 데 동의하지 않고 있다. 인천 지역 환경단체들은 사업 전면 철회까지 요구 중이다. 한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현 계획대로 배곧대교를 지으면 세계적으로 보전 가치를 인정받은 송도 습지의 훼손은 불가피하다”며 “사업을 재검토하지 않는 한 사업에 동의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흥시는 행정소송의 항소 여부를 검토하는 한편 습지보전법의 예외 규정에 기대를 걸고 있다. 습지보전법은 ‘대규모 국책사업으로서 국가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업의 시행을 위해 불가피한 경우’ 등에 한해 행위 제한에 예외를 두고 있다.

시흥시 관계자는 “배곧대교는 정부 ‘바이오 첨단특화단지’의 성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반시설이기도 하다”며 “지난해 (배곧대교와) 마찬가지로 송도 갯벌을 지나는 ‘수도권 제2순환선 인천∼안산’ 구간 건설 사업에 대해 인천시가 조건부 의결을 한 사례가 있는 만큼 형평성이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수도권 제2순환선의 경우 사업 주체가 국토부인 점 등 국책 사업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며 “반면 배곧대교의 경우 국책 사업에 해당하는지, 국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면밀히 고려해야 해 단순히 비교하긴 어려운 사안”이라고 말했다.



공승배 기자 ks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