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이런 올림픽 개회식은 없었다. ‘물 위의 개회식’이라는 형식부터 파격이다. 단두대에 머리가 잘린 마리 앙투아네트가 노래하고, 여장 남자들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패러디하며, 남성 여성 성소수자 3명의 결혼식이 연출됐다. “개회식의 새 지평을 열었다.” “역대 최악의 무례한 개회식이다.” 올림픽 개회식에 대한 평가가 이렇게 갈라진 적도 드물다. 1900년, 1924년에 이어 100년 만에 다시 열린 프랑스 파리 여름올림픽이 시작부터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번 개회식은 센강을 중심으로 파리 전체를 무대 삼아 펼쳐졌다. 206개국에서 참가한 선수들이 에펠탑 근처 광장까지 6km 구간을 85척의 배를 타고 입장하는 동안 루브르 박물관을 비롯한 파리의 명소 곳곳에서 2000명의 예술인들이 발레, 캉캉, 뮤지컬, 패션쇼 등을 선보였다. TV 시청자들은 선수단 입장 사이사이 화려한 쇼와 영상을 한눈에 즐길 수 있었지만 현장에 있던 관중은 개회식의 일부만을 지켜봤을 뿐이다. TV 속 이미지가 더 진짜 같다는 점에서 ‘보드리야르적인’ 개회식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내용도 ‘개최국의 역사와 문화 홍보’라는 통념을 깨는 것이었다. 헤비메탈 밴드와 합창단이 협연한 프랑스 혁명의 노래 공연이 대표적이다. 마리 앙투아네트를 가두었던 파리 최초의 형무소에서 펼쳐졌는데 머리가 잘린 왕비 분장을 하고 나와 합창하고, 형무소 창문 밖으로 붉은 색종이 피가 분출되는 장면은 19금 영화처럼 기괴하고 전위적이었다. 여장 남자들의 ‘최후의 만찬’ 패러디는 가톨릭계로부터 “역겹고 경박한 조롱”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파격의 개회식을 놓고 프랑스 내부 평가도 “환상적이다” “자기 비하적이다” 등으로 엇갈린다. 한 프랑스 작가는 “자부심의 역사를 기념하는 순간 혁명의 끼가 발동했다. 저급한 취향과 고급스러움, 노골적 유머와 진보적 깨어있음이 뒤섞여 논쟁을 유발하는 혼란의 도가니는 프랑스 정신의 완벽한 구현”이라고 평가했다. 이쯤 되면 오륜기가 거꾸로 걸리고, 한국을 북한으로 소개한 실수도 프랑스적으로 보인다. 파리의 레전드급 개회식에 다음 개최 도시인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고민이 깊어질 듯하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