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전대’ 국힘에 밀리는 민주당 지지율 이재명, 말로는 “성장” “경제” 외치며 파업 조장-포퓰리즘 입법 강행 ‘MBC 사장’이 민생과 무슨 관계 있나
천광암 논설주간
참 별일이 다 있다. 4·10총선 승리로 압도적 다수당이 된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최근 ‘자멸 전당대회’로 온갖 진상 행태를 보인 국민의힘에 뒤진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18∼25일 중 실시된 전국 단위 정당 지지율 조사는 모두 8건. 이 가운데 한국갤럽 조사, 엠브레인퍼블릭 등 4개사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전국지표조사, 리얼미터 조사, 미디어리서치 조사 등 4개 조사에서 국민의힘이 오차범위를 넘어 민주당을 앞섰다.
앞의 3개 조사의 경우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가 ‘먹사니즘’ 선언을 한 10일을 전후해 실시된 조사에서는 두 당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안에 있었다. 즉, 1∼3주 사이에 민주당이 열세로 밀리고 국민의힘이 치고 올라왔다는 이야기다. 미디어리서치 조사는 두 시기 모두 국민의힘이 오차범위 밖에서 민주당을 앞섰다. 8개 조사 중 민주당이 오차범위를 넘어 앞선 것은 여론조사꽃의 무선전화 면접 조사뿐이었다. 8개 중 나머지 3개 조사는 두 시기 모두 오차범위 내였다.
이 전 대표의 ‘먹사니즘 선언’부터 최근까지의 기간은 여당에서 전무후무한 ‘진흙탕 전대’가 한창이던 때다. ‘명품백 사과 의사’를 밝힌 문자를 한동훈 후보가 ‘읽씹’했다는 논란으로 모자라 댓글팀 의혹 공방, 지지자 간 물리적 충돌, 공소 취소 청탁 폭로 등 온갖 ‘막장극’이 쏟아지고 그 후폭풍이 이어지던 때다.
이 전 대표가 표방한 ‘먹사니즘’의 내용 중에서 고장 난 축음기처럼 반복되는 ‘기본○○ 타령’을 빼고 나면,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이 ‘성장’이다. 이 전 대표는 출마선언문에서 “성장의 회복과 지속 성장이 곧 민생이자 먹사니즘의 핵심”이라며 ‘성장’을 14차례나 언급했다. 방향은 옳다.
문제는 그 방법론과 실천이다. 시장경제에서 성장을 견인하는 기본 주체는 기업이다. 성장엔진을 점화하려면 기업의 창의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자유를 주고, 국가는 건전한 재정·금융정책을 통해 안정적인 경제 환경과 ‘위기 안전판’을 만들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과도한 규제를 혁파하고, 과격한 노사분규 문화를 개선하며, 국가 재정을 축내는 선심성 포퓰리즘을 과감히 배척해야 한다.
그런데 이 전 대표가 먹사니즘 선언 이후 보여준 행보는 이와는 정반대다. 가뜩이나 과격한 노동쟁의를 더 과격하게 끌고 갈 ‘노란봉투법’, 포퓰리즘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는 ‘전 국민 25만 원 지원법’은 해당 상임위에서 여당의 반대를 뿌리치고 의결을 강행토록 했다. 조만간 본회의 통과까지 해치울 기세다. 이 중 기업 활동에 즉각적인 부담을 안기게 될 노란봉투법은 21대 국회에서 밀어붙였다가 대통령 거부권에 부딪혀 무산된 ‘이전 버전’보다 훨씬 개악된 내용이다.
이뿐 아니다. 이 전 대표가 먹사니즘 선언과 함께 신성장 전략의 키워드로 제시한 것이 ‘전력망’과 ‘인공지능(AI)’이다. 이를 뒷받침하려면 21대 국회에 상정됐다가 흐지부지된 ‘전력망특별법’과 ‘AI 기본법’의 제정이 필수적이다. 전력망특별법이 늦어지면 민간에서 480조 원이 투입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상당 부분이 전기 부족으로 무용지물이 되는 사태가 올 수도 있는데, 이 법안의 처리는 까마득한 후순위로 밀려 있다. AI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필수적인 ‘AI 기본법’은 방송통신위원회 구성을 둘러싼 여야 간의 정쟁에 밀려 제대로 논의조차 안 되고 있다. 오죽 답답했으면 경제계에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과학기술과 방송통신으로 분리해 달라”는 하소연이 나올까.
이 전 대표의 먹사니즘 행보는 차기 대선을 겨냥해 지지세를 중도로 확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말 따로 행동 따로, 겉 다르고 속 다른 빈껍데기 ‘먹사니즘’에 현혹될 중도층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참 딱한 노릇이다.
천광암 논설주간 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