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든 뒤에야 건강의 소중함을 알고, 어지러운 세상에 처한 뒤에야 평화로운 세상의 행복함을 아는 것은 선견지명이 아니다. 요행으로 복을 얻기를 바라는 것이 재앙의 근본임을 미리 알고, 불로장생을 희구하는 것이 죽음의 원인임을 앞서 아는 것이야말로 탁월한 식견이다.
이 몸이 태어나기 전에는 어떤 모습이었을까를 생각해보고 또 이 몸이 죽은 뒤에는 어떤 모습일까를 생각하면, 모든 잡념이 싸늘한 재처럼 식어 버리고 마음이 고요해져, 현실의 세계를 초월하여 만물이 생겨나기 이전의 세계에서 소요할 수 있으리라.
노쇠했을 때의 입장으로 지금의 젊은 시절을 바라보아야 분주하게 공명을 좇는 마음을 제거할 수 있고, 영락했을 때의 입장으로 지금의 영화로움을 바라보아야 사치스럽게 부귀를 추구하는 생각을 끊을 수 있다.”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
노화는 삶의 궤적이 축적된 결과이다. 나이 듦을 공부하고 수많은 사람의 삶을 간접 체험하며 거듭 느낀다. 젊을 때 즐거움이 항상 반대급부 고통을 낳는다는 것을. 즐거움은 비싸다.
세상은 우리가 즐거움을 좇도록, 그것도 지나치게 좇을 것을 요구한다. 나 또한 사람인지라 흔들릴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채근담’의 이 구절을 떠올리면 마음이 평온해지곤 한다.
어느 순간부터 휴가는 SNS 등에 전시하기 위한 즐거움을 좇는 것이 되었고, 이는 곧 가속노화라는 고통으로 이어진다. 적어도 이번 휴가에는 몸과 마음을 쉬게 만드는 휴가의 본질을 마음껏 누려보면 어떨까.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