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세법 개정안에 담긴 반도체산업 지원책을 놓고 부실 논란이 일고 있다. 여야가 모처럼 전폭적인 반도체 지원에 의견을 모았는데 정부는 지원 규모, 기간 면에서 이보다 한참 뒤떨어진 안을 내놨기 때문이다. 말로는 ‘반도체 국가 총력전’을 강조하면서도 글로벌 반도체 전쟁의 치열한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K칩스법’을 통해 국가전략기술산업 시설투자 때 법인세를 깎아주는 세액공제의 적용 기간을 올해 말에서 3년 추가로 연장하는 내용의 세법 개정안을 내놨다. 앞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각각 시설투자 및 연구개발(R&D) 투자의 세액공제 기간을 2034년까지 10년 연장하자고 발의한 법안들보다 크게 후퇴한 방안이다.
세액공제 비율 역시 정부는 시설투자에 대해서만 대기업 15%, 중소기업 25%로 유지하겠다고 했다. 시설, R&D 투자 모두 지금보다 공제 비율을 10%포인트씩 높이자는 여야의 제안에 크게 못 미친다. 여야는 미국, 일본, 중국 등 경쟁국들이 반도체 기업에 지급하는 현금 보조금을 줄 수 있도록 관련 조항을 법안에 넣었는데, 정부안에는 이런 내용도 빠졌다.
한국이 우리 기업에 대한 지원에 머뭇거리는 동안 경쟁국들은 보조금과 세금 혜택을 쏟아부어 기업들을 빨아들이고 있다. 미국에 투자한 삼성전자, 대만 TSMC는 설비투자액의 최대 25%에 해당하는 현금 및 세금 지원을 약속받았다. 일본의 경우 TSMC가 자국에 짓는 1호 반도체 공장에 이미 4조 원 이상을 지원했고, 2호 공장에는 6조 원을 지급하겠다고 한다.
정부의 세제 지원책에선 세계 각국이 나라의 명운을 걸고 벌이는 반도체 투자 무한경쟁에 대한 긴장감을 찾아볼 수 없다. 여야는 세법 개정안의 국회 심의 과정에서 정부안의 문제점을 분명히 지적하고, 한국 반도체의 미래를 지킬 과감한 지원 방안을 관철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