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티몬이 입주해 있는 서울 강남구의 한 건물 앞에서 한 피해자가 휴대전화로 공지사항을 찍고 있다. 환불을 받으려는 소비자들이 과도하게 몰려 다른 입주사들이 불편을 겪자 건물 입구 현관문에는 ‘건물폐쇄’, ‘티몬 본사 아님’이라는 문구를 붙여 놓았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 티몬과 위메프의 지급 불능 사태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모기업 큐텐과 대주주에 대한 책임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 모기업의 무리한 사업 확장과 판매대금 ‘돌려막기’인데도, 큐텐 측은 사실상 정부와 카드사에 사태 수습을 떠넘긴 채 뒷짐만 지고 있는 모습이다.
큐텐은 국내 최초의 오픈마켓인 G마켓을 창업한 구영배 대표가 2010년 싱가포르에 설립한 회사다. 대규모 적자가 쌓여 2021년 누적 결손금이 4300억 원이 넘는 상황에서도 큐텐은 국내외 이커머스 업체 5곳을 인수하며 공격적으로 몸집을 불렸다. 핵심 물류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의 사업 규모를 키워 미국 나스닥에 상장시키기 위해서였다. 이 같은 문어발식 사업 확장 과정에서 큐텐이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위메프가 큐텐에 130억 원을 빌려 줬을 정도다.
특히 올 2월 미국 온라인 쇼핑몰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큐텐이 티몬·위메프의 정산 대금을 끌어다 썼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이 대체로 구매 확정 다음 날 판매자들에게 결제대금을 정산해 주는 것과 달리, 티몬·위메프는 결제대금을 자체 보관했다가 최대 두 달 뒤에 지급해 왔다. 두 달 넘게 소비자와 판매자 간의 거래대금을 자기 돈처럼 마음대로 운용해 온 것이다.
이번 사태로 소비자들은 환불을 받지 못해 아우성이고 6만여 개 판매업체는 기약 없이 대금 정산을 기다리고 있다. 정부가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카드사와 결제대행업체들에 결제 취소와 환불 신청을 받도록 하면서 티몬·위메프의 손실을 카드업계가 떠안는다는 불만까지 나온다. 두 회사의 미정산액은 300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되는데, 외부 수혈 없이는 해결이 어려운 상황이다. 대주주가 직접 나서 사재 출연 등 특단의 대책을 포함한 해결책을 내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