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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21은 AI기술 등 집약… 동남아 넘어 유럽도 관심”

입력 | 2024-07-29 03:00:00

강구영 한국항공우주산업 사장
“F-16과 佛 라팔은 3세대 개량형
KF-21 성능 뛰어난데 가격 저렴
개발 안끝났는데 정보요청 쇄도”



강구영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이 26일 서울 강남구 KAI 서울사무소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는 도중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 모형을 들어 보이며 설명하고 있다. 그는 KF-21이 5세대 전투기의 성능에 못지않은 “4.9세대 전투기”라고 소개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KF-21을 4.5세대 전투기라고 하는데, 과소평가라고 생각합니다. 4.5세대 프랑스 라팔, 유럽 유로파이터 타이푼 등과 비교하면 성능이 뛰어나거든요. 그래서 저는 5세대(완전한 스텔스 기능을 갖춘 전투기)에 가까운 4.9세대 전투기라고 부릅니다. 게다가 가격까지 4.5세대에 비해 훨씬 저렴합니다.”

26일 서울 강남구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서울사무소에서 만난 강구영 사장은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 모형을 들어 보이며 “4.9세대”를 강조했다. 2015년 말 체계 개발을 시작한 뒤 8년 반이 지난 이달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간 KF-21은 5세대 전투기에 못지않은 성능을 자랑한다. 전투기 성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인 스텔스 성능을 나타내는 ‘레이더 반사 면적(RCS)’은 경쟁 기종인 라팔 보다 작다. 반면 대당 가격은 KAI는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경쟁 기종보다 30~40%가량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사장은 “KF-21은 2016년 체계 개발이 시작된 만큼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집약된 세계 유일의 첨단 전투기”라고 했다. 그는 “라팔이나 F-16은 3세대로 시작해 개량을 통해 4.5세대로 성능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기종인 반면 KF-21은 4.5세대를 기본으로 5, 6세대로 진화할 전투기다. 21세기에 개발된 유일한 4.5세대 전투기이기도 하다”며 “그런 만큼 (‘전투기의 눈’으로 불리는) 능동전자주사식(AESA) 레이더나 각종 전자전 장비가 얼마나 잘 들어가 있겠냐”고 자신감을 보였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지난달 방위사업청과 KF-21 20대 양산 계약을 체결했다. 내년에 20대를 더 계약해 2028년까지 공군에 공대공 무장형 40대를 우선 납품할 예정이다. 체계 개발이 끝나는 건 2026년이다. 강 사장은 “K방산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면서 일부 동남아, 중동, 유럽 국가가 KF-21 관련 구체적인 정보를 요청하는 등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아직 개발이 다 끝나지 않은 전투기 관련 정보를 다른 나라들에서 요청하는 건 미국 전투기 외엔 거의 없는 일이다.

KF-21은 1999년 당시 김대중 정부가 항공우주 산업개발정책심의회에서 ‘전투기 독자개발 계획’을 논의한 이후 25년 만에 양산에 착수한 역사적 항공기이다. 사업 초기에는 비용이 많이 들고 개발 실패 위험성이 커 해외에서 구매하자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컸다. AESA 레이더 체계 통합 기술 등 핵심 기술 이전을 미국이 거부하면서 자체 개발로 급선회하는 등 우여곡절도 많았다.

예비역 공군 중장으로 현역 시절 미국산 전투기 F-4를 조종한 강 사장은 KF-21이 수많은 난관을 뚫고 양산에 착수한 것에 대해 “만세를 부르고 싶다”고 했다. 그는 “공군 후배들이 한국이 만든 이 초음속 전투기를 타고 전 세계를 누빌 생각을 하니 부럽다”며 “FA-50 전투기와 T-50 고등훈련기, KT-1 기본훈련기가 인도네시아 폴란드 말레이시아 이라크 페루 터키 등에 수출됐는데, KF-21과 최근 실전 배치가 끝난 수리온 기동헬기 수출에 박차를 가해 2030년엔 전 세계 대륙에서 국산 항공기가 비행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K방산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26일(현지시간)까지 열린 ‘영국 판보로 에어쇼(세계 3대 에어쇼 중 하나)’에 다녀오셨는데 높아진 관심을 체감했나.

“에어쇼 전시장 내 KAI 부스에 KF-21은 물론 FA-50, 한국형기동헬기(KUH-1) 수리온 등의 7분의 1 크기 모형이 전시돼 있었다. 과거엔 주로 제3세계 사람들이 KAI 부스를 찾았는데 K방산의 높아진 위상 덕분인지 올해는 유럽 사람들이 눈에 띄게 많이 찾았다. 영국 스위스 스페인 오스트리아 폴란드 등에서 많이 왔다. 서유럽의 한 유력 국가는 과거 우리가 지속적으로 노크해도 관심이 없었는데 이번에 정부 고위관계자들이 먼저 찾아왔다. 이 나라는 노후화된 훈련기 교체를 검토 중인데 운용하는 전투기가 F-35A 스텔스 전투기 등 첨단 전투기여서 그에 맞는 첨단 훈련기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KAI의 FA-50 같은 경전투기가 필요한 것이다. 해당 국가에 조만간 우리 직원들이 가서 설명회를 열기로 했다. 유럽 국가는 F-35A 도입을 많이 하다 보니 FA-50처럼 훈련기로 쓰기 좋은 데다 성능이 입증된 경전투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T-50 계열 경전투기 FA-50은 2022년 폴란드로 48대(4조 원 상당) 수출 계약을 맺는 등 ‘잭팟’을 터뜨렸다.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에도 수출됐다. T-50도 인도네시아, 이라크 등으로 수출되는 등 KAI의 수출 효자 역할을 해왔다. 이제 KF-21 양산이 시작된 만큼 수출 효자 역할을 KF-21이 넘겨받을 것이란 기대가 높다.

“기존에 FA-50을 운용하고 있는 국가들이 KF-21에 특히 많은 관심을 보인다. 중동에서도 관련 정보를 요청하고 있다. KF-21이 아직 개발 중인 만큼 미래 기술력에 대한 관심을 보이는 것이다. 이는 한국의 항공 기술이 메이저리그로 진입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서방의 5세대(완전한 스텔스 기능을 갖춘 전투기) 도입이 어려운 국가들 가운데 1980~90년대에 도입한 노후한 4세대 전투기를 보유한 국가들의 관심이 크다.”

―관심을 넘어 KF-21의 실제 수출 계약을 성사시키려면 가격 경쟁력 확보가 관건일 것 같다.

“KF-21에는 부품 30만 개가 들어간다. 항공기 조립 공정은 이 많은 부품을 끼우기 위해 구멍을 내는 ‘홀(hole) 가공’과 전방, 중앙, 후방 등 각각의 동체를 이동시켜 조립하는 ‘물류 이동’이 핵심이다. KAI는 KF-21 시제기 제작 단계부터 일부 자동화 공정을 도입했다. 올 12월까지 자동화 라인 구축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전투기 제작 기간이 크게 단축되고 대량생산이 가능해져 대당 가격은 내려간다. 지금도 KF-21은 경쟁 기종 대비 30~40% 저렴한데 자동화 공정을 통해 가격을 더 낮추려고 노력 중이다.”

―KF-21의 양산이 시작되기 전 KAI는 KF-21 공동개발국인 인도네시아 연구원들의 기밀 유출 의혹으로 홍역을 치렀다.

“그 연구원들을 더 잘 관리했어야 하는데 틈을 보여 정부나 국민들에게 송구하다. 우선 우리 수준에서 확인해 보니 큰 문제는 없었다. 회의 등에서 우리가 제공한 정보를 모아 보고한 것들이었다. 현재 수사 중이어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속단할 수 없다. 다만 인도네시아가 우리에게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인 만큼 외교적 문제로 번지는 건 부담이다. 인도네시아는 2001년 KT-1을 구매한 나라로 국산 항공기 최초 수출국이다. 이후 T-50도 구매했다. KF-21도 인도네시아가 참여하지 않았다면 개발이 좌초됐을 수도 있다. 대한민국 항공우주 산업 발전에 인도네시아가 기여한 바가 크다. 인도네시아가 한국 무기를 구매하면 그 영향이 동남아 국가 전체에 미친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 대승적인 결론이 날 수 있길 바란다.”

―인도네시아가 KF-21 개발 분담금 1조6000억 원 중 1조 원을 못 내겠다고 하는 바람에 부족한 개발비 1조 원을 정부와 KAI가 떠안게 됐다.


“KF-21 개발 과정에서 원가 절감 등 노력이 있었다. 현 상황대로 연구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5000억~6000억 원 정도 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부담이 매우 큰 금액이지만 정부와 KAI가 분담해 내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

―번번이 개발비 미납 문제를 일으킨 인도네시아 대신 중동 등 재정 능력이 탄탄한 국가와 공동 개발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공대공 무장형) 1단계 개발은 거의 끝났다. 2단계는 공대지 등 무장을 추가하는 거라 비교적 개발이 간단하고 개발비도 많지 않다. 2단계 개발에 다른 국가를 참여시키면 1단계 기술 노출 등 굉장히 복잡한 문제가 발생한다. 3단계 개발부터는 유무인 복합체계로 갈 예정이어서 돈이 많이 들어간다. 3단계부터는 돈과 기술 모두 풍부한 국가와 함께 개발해도 좋을 거라 생각한다.”

―폴란드로의 FA-50 수출을 성공시키며 유럽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한 만큼 KAI가 다음 단계로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높다.

“미 공군 전술기 및 미 해군 고등훈련기·전술기 사업은 총 500여 대 규모로 건국 이후 최대 사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수주 성공을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다. 미국으로의 수출 성공은 KAI의 2단계 성장에 있어 핵심 동력이 될 것이다. 미 정부가 해당 사업을 2028년부터 시작할 것으로 보이는데 KAI는 지난해부터 투자를 시작해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개발된 기동헬기 수리온의 실전 배치가 지난달 끝났다. 12년간 4차례에 걸친 양산 사업으로 육군에 200여 대가 인도됐다. 실전에서 오랜 기간 검증된 만큼 수출 기대도 높다.

“10년 이상 군과 공공기관에서 잘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개발에 성공했다고 본다. 현재 군용 외에도 의무후송헬기, 상륙기동헬기, 경찰 헬기 등 10여 개 기종으로 파생돼 있다. 지난해 11월엔 두바이에어쇼 현장에 수리온 수출 기본형 시제기를 전개해 시범 비행을 하는 등 마케팅을 본격화하며 국제적 인지도를 쌓고 있다. 어떤 국가 고객이 주문하더라도 수리온을 맞춤형으로 제작할 수 있다. 현재 4, 5개국에서 수리온 구매에 관심을 보이며 정보를 요청해 온 상태다. 2, 3개 국가는 구체적인 제안을 해올 정도로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올해 방산 수출 계약 목표를 200억 달러로 제시했다. 대표적인 방산업체인 KAI 입장에서 볼 때 정부의 어떤 지원이 있어야 수출 계약이 눈에 띄게 늘어날까.

“정부가 앞장서서 ‘내가 대표로 사인해 줄게’하는 식으로 수출 협상을 이끄는 게 중요하다. 여기에 더해 중요한 건 패키지 지원이다. 프랑스나 이탈리아의 경우 예를 들어 비행기를 사면 배를 준다든지 명품회사를 만들어준다든지 구매국 구미가 당길만한 방산 수출 패키지를 많이 제시한다. 우리는 현재 도태된 함정이나 포 등을 무상 양여해주는 것에 그친다. 한국이 강한 산업 분야에서 뭔가를 패키지로 묶어 주는 ‘방산 플러스 알파’ 수출 정책이 필요하다.”

―뉴 에어로스페이스(New Aerospace) 등 미래 먹거리에 대한 방산업체의 고민이 깊다.


“현재 KAI의 항공기 주력 라인업도 굉장히 뛰어나다. 문제는 그 라인업으로는 최대 30년밖에 못 버틴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난해 1월 6대 대형 신사업 비전을 선포했다. 미래(6세대) 공중 전투 체계, 수송기, 차세대 기동헬기, 미래 비행체(AAV), 위성 개발·서비스·우주탐사솔루션, 미래 소프트웨어 강화 등이다. 특히 미래 공중 전투 체계는 6세대 전투기를 중심으로 전투기가 임무와 정보를 주면 편대를 형성해 비행하는 무인기와 AI 조종사가 있는 무인전투기가 정찰을 비롯해 공격 등 전투를 수행하는 유무인 복합체계다. 실제 전쟁에서 첨단 전투기와 초정밀 유도무기를 사용해 봤더니 너무 비싸고 빚만 남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미래 공중 전장은 저렴한 무인기가 대거 투입되는 유무인 복합 체계, 나아가 무인 전투기와 무인기의 무무인 복합체계로 운용될 것으로 보인다. 기술 개발 속도가 워낙 빠른 만큼 KAI도 미래 공중 전투 체계 개발을 선점하려고 노력 중이다. 위성 개발 및 서비스 관련 미래 기술의 경우 중점을 두는 건 미국 스페이스X 등이 보유한 재사용 발사체 기술 개발이다. 재사용 발사체는 우주로 가는 고속도로다. 일회용 발사체에 비해 값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싸다. 이런 고속도로가 있어야 우주 공간에 위성도 마음껏 발사해 올리는 것은 물론 공장도 짓고 기지도 개발하고 여행도 할 수 있다. 언제까지고 미국 고속도로만 쓸 순 없는 노릇이다. 재사용 발사체 기술을 우리가 자체적으로 확보해야 우주 공간의 대중화도 가능해진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