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현 그루앳홈 대표
서울 종로구 평창동 자택 겸 가드닝 스튜디오에 딸린 정원에 선 박소현 그루앳홈 대표. 그는 “경력이 단절됐었지만 좋아하는 일을 찾아 계속 배웠더니 어느새 정원 디자이너가 됐다”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박 대표의 정원 모습.
박 대표의 정원 모습.
박 대표의 정원 모습.
-정원 디자인을 전공하셨나요.
용인타운하우스정원
-대박 난 비결은 무엇이었나요.
포모나앤코
-지금은 꽃집을 접고 정원을 디자인하는데요.
-피숀에서도 성공했습니까.
“100만 원짜리 화분이 척척 팔렸어요. 서울 양재동에서는 평범한 화분에 식물을 심어 파는데, 저는 이탈리아나 독일에서 들여온 토분에 식물의 조형미를 살려 심어 팔았으니까요. 예를 들어 남천은 여백의 미를 살려 가지를 쳐서 나무 형태를 디자인했어요. 집에서 밥만 한 주부였지만 끊임없이 배웠던 감각이 통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알음알음 소문이 나니 지인들로부터 ‘우리 가게 정원 좀 디자인해줘’ 이런 부탁을 받게 된 거죠.”
-유명 정원 디자이너가 된 건가요.
“언제 ‘프로’가 될지는 모르겠어요. 확실한 건 더 이상 ‘아마추어’는 아니라는 거예요. 적은 돈이든 큰돈이든 남의 돈을 받고 정원을 꾸며주는 일을 하면서 또 엄청나게 배우고 있어요.”
그의 손을 거친 상업 공간들도 화사해졌다. 둥그런 형태의 유럽 핸드메이드 도자 화분(‘아틀리에 비에르칸트’)에 담긴 식물들은 서정적 분위기가 난다. 그는 상업 공간들이 대개 중국산 짝퉁 화분을 사용하는 게 늘 안타까웠단다. 땅이 좁은 도심 정원에서는 식물만큼 화분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서울 통의동 보안카페도 도심 속에 자연을 구현한 사례다. 봄에는 꽃, 가을에는 열매, 겨울에는 수형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핑크백당과 홍자단 등으로 구조적 식재를 하고 쥐꼬리새풀속과 털수염풀로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연출했다. 큰꿩의다리로 수직적 느낌을 내고 중간 키로는 마타리, 아래에는 휴케라 등을 심어 크지 않은 직사각형 화분 안에서도 식물들이 작은 숲을 이루도록 했다. 카페 내 창가 자리에 앉아 화분들을 바라보면 절로 명상이 되게 했다.
-주택정원들은 어떤 식으로 작업했나요.
“대개 기존의 주택정원들은 마당에 소나무를 심고 중앙에 잔디를 깐 경우가 많아요. 제가 디자인을 맡게 된 어느 정원은 60대 후반 주인 부부가 이젠 나이 들어 잔디 깎는 것도 힘들다 하셨어요. 잔디를 과감하게 걷어내고 숲처럼 정원을 만들어 맨발로 거닐 수 있게 해드렸더니 매일 숲속에 사는 것 같다고 행복해하세요.”
-정원을 가꾸면 잡초와 전쟁을 치러야 하는데요.
“정원은 인생 같아요. 살다 보면 꽃길만 걷는 게 아니라 논길도 걷죠. 정원에서 잡초 뽑느라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는 분들을 많이 보는데, 정원의 노예가 되지 마세요. 조금 안 예뻐도 그냥 놔두세요. 내 에너지도 절약해야죠.”
-이 땅의 경단녀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을 것 같습니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파악한 후 꿈을 갖고 도전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준비하고 두드리는 자에게 길은 열립니다.”
자신의 가드닝 클래스에 처음 기자를 초대한 것도, 백화점에 입점 제안서를 냈던 것도 ‘준비하고 두드리는 자’의 도전들이었던 것 같다. 그는 “정원은 아는 만큼 가꿀 수 있다”며 미국 동부로 열흘간 정원 여행을 떠났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 지금껏 그래왔듯 강의와 정원 디자인 일을 통해 “투자한 만큼 본전을 뽑을 것”이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