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 올림픽] 오늘 57kg급서 첫 올림픽 무대 독립운동가 허석 선생의 5대손… 도쿄서 태어나 ‘유도 천재’로 명성 할머니 “태극마크 달았으면” 유언… 올림픽 앞두고 애국가 가사도 외워
허미미가 29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 드 마르스에서 열리는 파리 올림픽 유도 여자 57kg급에서 한국 여자 선수로는 28년 만의 금메달 획득에 도전한다. 진천=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일본 국적을 포기하고 태극마크를 단 유도 국가대표 허미미(22)가 파리 올림픽에서 금빛 업어치기에 나선다. 허미미는 29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 드 마르스에서 열리는 유도 여자 57kg급에서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는다.
한국 여자 선수로는 1996년 애틀랜타 대회 조민선(당시 66kg급) 이후 28년 만의 올림픽 금메달 도전이다. 여자 대표팀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정보경(48kg급)의 은메달을 마지막으로 2021년 도쿄 대회에선 노메달에 그쳤다. 허미미는 올 5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여자 선수로는 29년 만에 우승해 올림픽 금메달 기대감을 높였다.
한국 국적 아버지와 일본 국적 어머니를 둔 허미미는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다. 6세 때 아버지를 따라 유도를 시작한 허미미는 2017년 일본 전국중학교유도대회에서 우승하며 ‘유도 천재’라는 별명을 얻었다. 일본에서도 주목하는 유망주였던 허미미는 2021년 세상을 떠난 할머니가 생전에 남긴 “미미가 꼭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에 나갔으면 좋겠다”는 유언에 따라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실업팀 경북체육회 입단 과정에서 허미미는 자신이 독립운동가 허석 선생(1857∼1920)의 5대손임을 알게 됐다. 허미미는 지난해 자신의 생일(12월 19일)을 앞두고 일본 국적을 포기했다. 여동생 허미오(20)도 현재 경북체육회에서 선수로 뛰고 있다.
고비는 8강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허미미가 가장 까다로워하는 상대인 몽골의 르하그바토고 엔흐릴렌(26)과의 대결이 유력하다. 허미미는 엔흐릴렌을 상대로 3전 전패를 기록 중이다. “두 손의 힘이 모두 좋고, 다양한 기술을 구사하는 선수”라는 게 허미미의 설명. 물론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 시상대에서 애국가를 부르겠다”는 자신의 각오를 이루기 위해선 모두 넘어야 할 상대다. 애국가를 따로 배운 적이 없는 허미미는 올림픽을 앞두고 가사 공부에 전념하기도 했다.
18일 출국해 프랑스 퐁텐블로에 마련된 훈련캠프에서 시차 적응 등 경기 감각을 조율하던 허미미는 27일 올림픽 선수촌에 입촌해 마지막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선수촌으로 떠나오며 허미미는 퐁텐블로에 남는 훈련 파트너 선수들에게 “1등”이라는 말로 인사를 대신했다.
금메달 사냥에 나선 허미미에게 동기부여가 되는 일은 또 있다. 바로 27일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에서 이번 대회 한국 선수 1호 금메달을 딴 오상욱(28)의 활약이다. 허미미는 앞서 오상욱의 팬임을 밝히며 “파리에서 꼭 금메달 같이 따서 친해지고 싶다”고 말했다. 이젠 허미미 차례다.
허미미는 누구● 생년월일: 2002년 12월 19일
● 키, 몸무게: 159cm, 57kg
● 세계랭킹: 3위(여자 57kg급)
● 국제대회 주요 성적
―2024년 세계선수권대회 우승, 아시아선수권 준우승
―2022년 아부다비 그랜드슬램, 트빌리시 그랜드슬램 우승
● 주특기: 한 팔 업어치기
● 학교: 일본 와세다대 스포츠과학부 3학년
● 좌우명: 하고 싶으면 할 수 있다
● 취미: 음악 감상, 메이크업
파리=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