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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팅 로봇’과 대결로 키운 멘털… 임시현-김우진, 최대 3관왕 노려

입력 | 2024-07-29 03:00:00



이달 초 국가대표 선수들이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막바지 담금질 중이던 충북 진천선수촌 내 양궁장에선 좀처럼 보기 드문 장면이 벌어졌다. 양궁 대표팀은 파리 올림픽 출전에 앞서 국가대표 2진을 상대로 스페셜 매치를 치렀는데 이 자리에 특별한 ‘선수’가 등장했다. 대한양궁협회 후원사인 현대차그룹이 제작한 ‘슈팅 로봇’(사진)이었다.

상대가 상대인 만큼 남녀 양궁 대표팀 모두 에이스인 김우진과 임시현이 나서 슈팅 로봇과 대결했다.

양궁 로봇은 탑재된 센서로 바람의 방향과 세기를 정확하게 가늠했다. 바람의 움직임까지 계산에 넣은 뒤 그에 맞춰 정확히 조준했다. 무엇보다 슈팅 로봇은 어떤 상황에서도 긴장하지 않는다는 게 최대 강점이었다. 이처럼 무결점에 가까운 로봇과의 대결에서도 김우진과 임시현은 크게 밀리지 않는 경기를 펼쳤다.

한국 여자 양궁의 올림픽 10연패 주인공 중 한 명인 임시현은 당시 슈팅 로봇을 상대로도 만만치 않은 실력을 보여 줬다. 중반까지 대등한 경기를 이어 갔는데 마지막 세트를 내주며 세트 스코어 4-6으로 졌다. 임시현은 25일 파리 올림픽 여자 랭킹 라운드에서 694점의 세계 기록으로 출전 선수 64명 중 1위를 했는데 이때 72개 화살 중 48개를 10점에 명중시켰다.

김우진도 막판까지 대등하게 맞섰는데 아쉽게 패했다. 양궁 로봇이 10점을 쏘면 김우진도 화살을 10점에 꽂았다. 김우진은 3연속 10점을 쏘며 로봇과의 승부를 슛오프까지 끌고 갔다. 하지만 슈팅 로봇은 긴장도가 높아지는 슛오프에서도 한 치의 흔들림 없이 과녁 한가운데에 화살을 꽂아 넣었다. 김우진은 슛오프에서 패했다. 김우진도 이번 파리 올림픽 남자 랭킹 라운드에서 1위(686점)를 했다.

두 선수는 ‘양궁 로봇’과의 대결에서 많은 것을 얻었다. 임시현은 “양궁 로봇이 100% 가깝게 10점을 쏘는 걸 보고 많은 압박을 느꼈다. 힘든 상대를 만났을 때의 긴장감과 비슷했다”고 말했다. 임동현 남자 양궁 대표팀 코치는 “양궁은 대표적인 ‘멘털 종목’이다. 감정이 없는 로봇과의 대결을 통해 우리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많은 걸 배웠을 것”이라고 했다.

남녀 랭킹 라운드에서 한국 선수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을 낸 김우진과 임시현은 내달 2일 열리는 혼성 경기에서 팀을 이뤄 금메달에 도전한다. 두 선수는 개인전과 단체전까지 최대 3관왕까지 노린다.




파리=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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