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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의 그늘…월드비전 “국내 아동들 가장 큰 어려움은 ‘인지정서’ 문제”

입력 | 2024-07-29 14:33:00


전문 상담사(왼쪽)가 국내의 한 센터에서 월드비전 등록 아동과 상담 치료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월드비전 제공


국내 아동들이 팬데믹 종식 이후 진로와 학습, 학교 적응 등 이전과 다른 형태의 심리 정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국제구호 개발 NGO 월드비전은 29일 ‘월드비전 심리 정서 지원사업’에 대한 결과 분석을 발표했다.

월드비전은 지원이 필요한 아동과 보호자를 대상으로 정서 지원, 상담 등을 제공한다. 이번 사업 결과 분석은 2022년부터 2023년까지 월드비전의 17개 지역사업본부와 복지관에서 진행된 214개 등록 아동 및 보호자 상담 사례를 기반으로 이루어졌다. 강서대 사회복지학과 염태산 교수가 주관했다. 상담에 참여한 아동의 평균 연령은 13.0세(표준편차 3.41)다. 전체 아동의 33%가 초등학생 연령대이고, 대략 67%가 중학생 이상의 청소년이다.

분석 결과, 아동 상담 사례에서는 인지 정서에 대한 고민이 71%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인지 정서 문제는 자존감, 자신감, 자기효능감의 부족, 불안, 우울, 스트레스 등의 어려움이 해당된다. 이어 가족관계에 대한 고민이 31%, 대인관계(29%), 공격성 및 품행 등 행동(25%), 학습 및 학교적응(20%) 순으로 나타났다. 평균적으로 2개 이상의 항목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22년에는 가족관계 관련 상담(34건)이 진로 및 학교생활 관련 상담(19건)보다 많았던 반면, 2023년에는 진로 및 학교생활 관련 상담(34건)이 가족관계 관련 상담(21건)보다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2022년에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가정 내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가족 내 갈등이 증가해 관련 상담이 많았다. 2023년부터는 학교 등 사회적 관계가 확장되면서 가족관계보다는 학교적응 및 가족 외 대인관계와 관련된 어려움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보호자 상담에서는 정서 문제가 82%로 가장 높았고 양육 기술에 대한 고민이 44%, 가족관계 26%, 기타 문제가 13% 순으로 각각 집계됐다. 보호자는 평균 1.6개 항목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월드비전의 심리 정서 지원을 통해 가장 큰 개선이 나타난 분야는 인지정서 고민으로 67%를 차지했다. 그다음으로는 가족관계 개선이 26%, 학습 및 학교 적응이 23%, 행동문제와 진로 문제가 각각 17%, 대인관계가 16%로 조사됐다. 한편, 보호자들은 정서 문제 개선이 74%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으며, 양육 기술 개선이 38%, 가족관계 개선이 36%, 기타가 13%로 집계됐다.

김순이 월드비전 국내사업본부 본부장은 “월드비전 심리 정서 지원사업이 아동과 보호자가 겪고 있는 심리적 문제를 상당 부분 개선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며 “상담 역량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호자의 우울감, 무기력, 스트레스, 분노 등 정신건강 문제가 아동 양육의 질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지원사업이 지속해서 필요하다”며 “아동뿐만 아니라 보호자에 대한 상담도 병행함으로써 보호자가 정서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아동을 양육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했다”고 덧붙였다.



지희수 기자 heesuj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