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5시 반경 충남 청양군에 있는 단독주택에서 불이 나 71살 외할머니와 3살 손자가 숨졌다. 29일 화재 현장 앞에는 유족들이 차려놓은 제사상이 놓여있다. 청양=김태영 기자 live@donga.com
충남 청양군의 한 단독주택에서 부모가 일을 하러 간 사이에 불이 나 외할머니와 어린 손자가 숨졌다.
29일 충남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날인 28일 오후 5시 반경 청양군 청남면 지곡리에 있는 단독주택에서 불이 났다. “집에 불이 났다”는 이웃 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은 인력 100여 명과 장비 12대를 동원해 불을 껐다.
불은 68㎡ 넓이의 주택 한 채를 모두 태우고 발생 4시간만인 오후 9시 반경 완전히 꺼졌다.
숨진 여성은 농번기에 손자를 봐주기 위해 아이가 태어난 2021년 12월 이후 매년 베트남과 한국을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는 2월에 들어와 손자를 돌봤다고 한다.
뒷집에 사는 마을주민 서모 씨는 “손자가 어린이집을 마치고 마을회관에 오면 매일 외할머니가 손자를 데리고 집에 갔다”고 했다.
28일 오후 5시 30분경 충남 청양군에 있는 단독주택에서 불이나 71살 외할머니와 3살 손자가 숨졌다. 29일 현장에는 불에 탄 살림살이와 주택 잔해가 널브러져있다. 청양=김태영 기자 live@donga.com
아이 아버지 김모 씨(63)는 2008년에 베트남 국적 여성(46)과 결혼해 시험관 시술로 2021년 12월에 아들을 얻었다.
4월부터는 베트남에서 부인의 언니 한 명과, 여동생 두 명, 남동생 두 명이 한국에 와 마을 농사일을 함께 했다. 이들 중 한 명은 부부 집에서, 나머지는 근처에 집을 얻어 생활했는데 불이 났을 때 모두 다 일을 하러 나갔다가 뒤늦게 화재 소식을 들었다.
이들은 집 앞에 양배추와 간장 등을 올린 제사상을 차렸다.
마을주민 김모 씨는 “애 엄마와 동생들이 상을 차리더니 1시간 넘게 통곡하며 주저 앉아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부엌 쪽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시신을 부검할 방침이다.
청양=김태영 기자 liv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