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열대야를 이겨내고 있다. 뉴스1
29일 기상청에 따르면 속초와 강릉의 최저기온은 각각 30.6도와 30.4도를 기록했다. 21일 밤 사이 강릉에서 올해 첫 초열대야가 관측된 지 일주일 만이다. 속초의 경우 올해 처음 일 최저기온이 30도를 넘겼다. 이전 최고 기록은 2002년 8월 1일의 29.2도였다. 이 밖에 강원 동해시(29.8도) 영월군(26.1도) 경북 봉화군(24.5도)에서도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전날에는 경남 창원시와 경기 파주시, 충남 보령시 등에서 최저기온 기록을 다시 쓴 바 있다.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는 것은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고온다습한 남풍이 유입됐기 때문이다. 이 남풍이 태백산맥을 서에서 동으로 넘어갈 때 한번 더 머금은 열기를 영동 지역에 내뿜는 탓에 유독 강원 지역에서 초열대야가 목격되고 있다. 초열대야는 오후 6시 1분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기온이 30도 밑으로 내려가지 않는 현상을 의미한다.
열대야는 폭염의 ‘선행지표’로 해석될 수 있는 점도 변수다. 일반적으로 여름철 일교차는 약 8~10도 정도 차이는데 밤 사이 기온 하한선이 올라가면 덩달아 낮 기온까지 오른다. 기상청 관계자는 “열대야가 나타나면 오늘보다 내일, 내일보다 모레 조금씩 더 더워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열대야가 나타난 다음날인 29일 오전 10시 전국 183구역 중 177곳에 폭염특보가 내려졌다. 폭염경보가 발효된 지역은 106곳으로 폭염주의보(71개) 지역보다 많았다. 최고 체감온도가 이틀 넘게 35도 이상일 것으로 보일 때 폭염경보가, 33도 이상 예상될 때는 폭염주의보가 내려진다.
체감 온도 35도를 웃도는 ‘사우나 더위’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30일까지 수도권과 강원을 중심으로 가끔 비가 내릴 예정이지만 더위를 식히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30일과 31일에도 낮 최고기온은 평년을 훌쩍 뛰어넘는 29∼36도에 이를 것으로 예보됐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