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양궁 10연패와 함께한 현대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이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 금메달 시상 후 박수를 치고 있다. 대한양궁협회 제공
“할 수 있는 것은 뒤에서 다 할 생각입니다.”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 경기장에서 2024 파리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전 결승이 끝난 뒤 현대자동차그룹의 정의선 회장이 취재진 앞에서 밝힌 소감이다. 한국 여자 양궁 대표팀(임시현‧전훈영‧남수현)이 파리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전에서 대회 10연패라는 금자탑을 쌓은 배경에는 현대차그룹의 40년 ‘양궁 뒷바라지’가 있었다. 현대차그룹은 1985년부터 대한양궁협회 회장사를 맡으며 국내 단일 종목 스포츠단체 후원 중 최장 기간을 이어가고 있다.
아버지에 이어 2005년부터 대한양궁협회 회장직을 맡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양궁 사랑’은 이번 대회에도 계속됐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에 열린 도쿄올림픽이 끝난 직후 양궁협회와 논의해 파리올림픽 대비에 나섰다. 우선 파리올림픽의 양궁 시합이 열린 앵발리드 경기장과 똑같은 시설을 충북 진천선수촌에 만들어 선수들이 실제 시합장 분위기에 미리 적응할 수 있도록 했다. 이어 양궁 대표팀 선수들은 경기 여주시 남한강변에서 파리의 센강 강바람에 적응하는 훈련을 했고, 전북 현대모터스의 홈구장인 전북 전주월드컵 경기장에서는 소음 적응 훈련도 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맨 오른쪽)이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낸 한국 대표팀 선수들과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양궁대표팀의 남수현, 임시현, 전훈영 선수와 정 회장. 대한양궁협회 제공
또한 현대차그룹은 파리올림픽 앵발리드 경기장에서 약 10㎞ 떨어진 곳의 스포츠클럽을 통째로 빌려 양궁 국가대표팀만을 위한 전용 연습장을 마련했다. 통상적인 출국 날짜보다 4일 정도 빠른 이달 16일에 출국한 양궁대표팀은 시차적응을 미리 마친 뒤 현지 전용 연습장에서 체계적인 훈련을 진행할 수 있었다. 특히 이번 올림픽에서는 이례적으로 예선전 이후 본선 경기 사이에 이틀의 공백 기간이 있었는데, 이때 전용 훈련장을 사용해 컨디션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대비했다.
이번 올림픽은 선수촌에서 제공하는 음식에 대한 선수들의 불만이 거세지만 한국 양궁대표팀 선수들은 이를 피해 갈 수 있었다. 대한체육회에서 오랜 기간 근무한 영양사가 구성한 식단을 현지 한식 배달 업체를 통해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스포츠 심리전문가, 정신건강의학 전문의도 동행해 선수들이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정 회장은 “(선수들이) 앞으로도 본인이 노력했던 게 헛되지 않도록 너무 흥분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침체되지도 않은 정신으로 잘해 나갔으면 좋겠다”며 “아무쪼록 건강하게 남은 경기 잘 치를 수 있도록 열심히 돕겠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