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형과 달리 AI가 답안 추론 저성능-저전력 칩으로도 경쟁력 스타트업 10곳중 6곳 ‘추론’ 승부 국내 팹리스도 연내 양산 기대감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사실상 독점 중인 엔비디아에 대항해 국내외 반도체 팹리스(설계 전문) 스타트업들의 도전이 거세지고 있다. 성능이 비교적 낮아도 가성비 및 전성비(전력 대비 성능 비율)로 승부할 수 있는 ‘추론형 AI 반도체 시장’에서는 승산이 있다고 보고 집중 공략하는 것이다. 국내 팹리스 기업도 삼성전자, TSMC 등 파운드리와 협력해 본격적인 경쟁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AI 반도체 시장은 크게 학습(training)과 추론(inference)으로 구분된다. 대규모 데이터를 학습시켜 GPT와 같은 AI 모델을 만들어내는 과정에는 학습용 AI 반도체가 필요하다. 엔비디아가 주력인 시장이다. 반면 ‘추론’은 AI 모델이 사용자의 각종 요청에 따라 ‘생각해서’ 답을 내놓는 과정을 뜻한다.
대규모 데이터를 소화해야 해 고성능 AI 반도체가 필요한 ‘학습’ 과정과 달리, 추론에는 비교적 저성능·저전력의 칩도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국내 AI 반도체 팹리스 기업 관계자는 “AI 학습을 위해선 엔비디아 칩을 쓰더라도 수만 개를 묶어야 한다. 하지만 추론은 비교적 적은 칩을 가지고도 경쟁을 할 수 있다. 스타트업도 해볼 만한 시장인 셈”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는 학습과 추론 시장 모두 엔비디아가 9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AI 운영 과정에서 대규모의 전력 소비가 문제가 되며 추론 시장에서는 ‘전력 대비 성능’이 높은 가성비 칩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으로 ‘닭 잡는 데(추론) 소 잡는 칼(엔비디아 반도체)’을 쓰기에는 전력 문제가 발목을 잡을 거라는 얘기다. 퓨리오사AI 관계자는 “과거 학습 대 추론 시장이 9 대 1이었다면, 최근은 4 대 6, 미래에는 1 대 9로 바뀔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