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 부국장
서울 서초구 아파트 집주인 100여 명을 모아 단톡방을 만들고 집값 담합을 주도한 ‘방장’이 당국에 최근 적발됐다. 아파트 호가를 2억∼3억 원 올리도록 유도한 이 집주인은 중국 국적 동포로 알려졌다. 외국인까지 서울 아파트 ‘불패 신화’를 믿고 시세조종까지 시도했다는 건 서울 아파트 시장이 왜곡되고 있다는 나쁜 신호다. 투기 심리를 방치하면 시장이 투기판이 되는 건 순식간이다.
“시장 감시” 부동산TF, 서울시도 안 불러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정부는 25일 ‘1차 부동산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주택 공급을 획기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가용한 모든 정책 수단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집값 상승세에 대해 “일시적 잔등락”이라고 평가 절하한 지 2주 만에 “가용한 모든 정책 수단”을 써야 할 중병으로 진단명을 바꾼 것이다.
정부는 “시장 상황을 철저하게 모니터링하고 적극 대응하겠다”고 했지만 미덥지 않다. 김범석 기획재정부 제1차관과 진현환 국토부 제1차관이 공동 주재한 TF 회의에 기재부·국토부·행정안전부·금융위원회 담당자만 부르고, 서울 부동산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서울시는 빼놓았다. 현장은 몰라도 된다는 건가.
걱정스러운 건 정부가 실패를 덮기 위해 지난 정부처럼 주택 공급과 부동산 규제 강화 등 냉·온탕 대책을 쏟아내며 시장을 자극하는 일이다. 집값을 안정시키려면 책상이 아닌 현장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주택 공급은 인허가가 아니라 착공·준공 기준으로 관리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고 망가진 빌라 시장도 정상화해야 한다. 10년은 걸리는 신도시 건설보다 속도를 더 낼 수 있는 도심 재개발 재건축 착공이 늦어지고 있는 건 공사비 외에도 이주비 등 사업비가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해 저금리로 이주비를 지원하는 주택금융을 활성화하는 대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금리, 감세, 규제 호들갑으론 집값 못 잡아
서울 집값 상승세가 지속될지는 정부가 푼 신생아특례대출이 어느 정도 소진되고 가계 대출 규제가 강화되는 9월경이 1차 고비다. 대통령실이나 여야 정치권이 시장을 자극할 수 있는 금리 인하, 부동산 감세, 정책대출 확대, 대출 규제 연기 등 눈치 없는 정치적 압박은 삼가야 한다.
박용 부국장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