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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전국 흉부외과 전공의 12명밖에 안 남아”

입력 | 2024-07-29 23:27:00

하반기 전공의 모집 마감이 이틀 남은 29일 오후 서울 소재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흉부외과 전공의(레지던트)가 전국 병원에 12명만 남은 것으로 집계됐다.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가 전국 수련 병원 현황을 집계한 결과 2월 병원을 떠난 흉부외과 전공의 107명 중 단 11%만 복귀했다. 당장 전공의가 부족한 것도 문제지만 앞으로 전문의 배출까지 차질을 빚게 돼 연간 2만 건이 넘는 심장과 폐암 수술을 소화하기 어려울 것이란 안타까운 전망이 나온다. 학회는 “초응급 상황에 국가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보상이 적고 노동 강도가 높은 흉부외과는 한 해 전공의가 20, 30명 정도 근근이 배출되던 기피 분야였는데 의정 갈등 장기화로 그나마 남아있던 전공의조차 떠나 버렸다. ‘골든타임’이 중요한 심장 질환자가 발생해도 수술할 의사를 구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흉부외과를 비롯해 필수 의료를 담당하던 서울 상급종합병원의 전공의 복귀 비율도 미미하다. 서울대, 세브란스, 서울아산, 삼성서울, 서울성모병원의 하반기 전공의 모집 지원자는 마감 이틀 전인 29일까지 단 한 명도 없었다. 내년 수련의(인턴) 수급도 불투명하다. 의대생들이 의사 국가시험을 거부하고 있어 응시율이 11%에 머물고 있다.

의대생→수련의(인턴)→전공의(레지던트)→전문의로 이어지는 의사 배출이 연쇄 차질을 빚으면서 앞으로 최소 4, 5년간 의사 공백 사태가 벌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공중보건의나 군의관 자원이 부족해져 공공·지역의료부터 타격을 입고 가뜩이나 기피 과목인 흉부외과 산부인과 응급의학과 등 필수 의료부터 무너질 것이다.

의대 증원으로 시작된 의정 갈등이 5개월 넘게 이어지며 의료 공동화를 걱정할 지경이 됐다. 행정처분 철회 등 쓸 수 있는 카드를 다 쓴 정부로서는 사실상 속수무책이다. 전공의에게 의존했던 상급종합병원을 전문의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대책도 의사 배출이 꽉 막힌 상황에서 그 실효성이 의문이다. 2000명 증원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정부의 책임이 크지만 아무런 대안 제시 없이 증원 철회만을 감정적으로 요구해 온 의료계도 책임을 피할 순 없다. 의료 시스템이 무너진 다음에도 서로 ‘의사 탓’ ‘정부 탓’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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