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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부외과 전공의 전국 107명중 12명 남아… 강원 등 4곳은 ‘제로’

입력 | 2024-07-30 03:00:00

75명 사직처리-20명은 보류상태
4년차 6명뿐… 전문의 내년 6명 배출
전문의 年30명 은퇴 “의료공백 우려”
5대병원, 전공의 지원 한명도 없어… ‘전문의 중심 병원’ 전환 차질 예상





전국 병원에 남은 심장혈관흉부외과 전공의(인턴, 레지던트)가 12명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흉부외과는 심장, 폐 등에서 발생한 질환을 다루며 내과, 산부인과 등과 함께 필수의료 과목으로 꼽힌다. 전공의가 사라지면 전문의 배출도 중단되기 때문에 정부가 구상하는 ‘전문의 중심 대형병원’ 실현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 “내년 신규 배출 흉부외과 전문의 6명”

29일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에 따르면 흉부외과 전공의 107명 중 75명이 사직 처리됐고, 20명은 사직서를 냈지만 처리가 보류된 상태다. 병원에 남은 전공의는 전국에서 12명뿐이다. 지역별로는 강원·충북·전북·제주 지역에 한 명도 없고 서울에 2명, 경기에 1명뿐이다.

전공의 중 레지던트 4년 차는 6명이어서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내년에 신규 배출되는 흉부외과 전문의는 전국에서 6명이 된다. 레지던트 3년 차는 1명뿐이어서 충원되지 않는 경우 2026년에는 흉부외과 전문의가 1명만 배출된다. 매년 대학병원에서 은퇴하는 흉부외과 전문의가 30여 명에 달하는 걸 감안하면 이 같은 전문의 공백은 향후 의료공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학회는 성명에서 “현재 같은 추세로는 연간 2만 건 넘는 심장·폐암 수술을 제대로 하기 어렵다”며 “미래가 사라지는 초응급 상황으로 국가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학회는 그동안 필수의료 기피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일대일 교육 등을 진행했고 덕분에 올해 전공의 지원자가 40명대로 올라갔다는 점에서 상실감이 큰 모습이다. 학회 관계자는 “앞으로는 상황이 더 열악해져 일부 선택된 환자들만 수술을 받는 상황이 될 것이 자명하다”고 했다.

● 의료계 “전문의 중심병원 전환 불가능”

정부는 다음 달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통해 전국 상급종합병원 47곳을 ‘전문의 중심’으로 바꾸는 구조 개혁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전공의 비중이 높았던 대형병원들이 전문의 중심으로 운영되도록 과감하게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의사단체에선 “전공의 명맥이 끊기는데 전문의를 무슨 수로 확충하겠다는 것이냐”며 정부 구상이 실현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한 흉부외과 교수는 “신규 전문의가 배출되지 않는 상황에서 어떻게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운영한다는 건지 의문”이라고 했다. 수도권의 한 의대 교수는 “의사 수련은 교수와 선배들로부터 도제식으로 배우는 과정”이라며 “전공의 한 세대가 통째로 없어지면 수 년 후 다음 세대가 들어와도 선배들로부터 제대로 배우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 개원가로 향하는 사직 전공의들

하반기 전공의 모집 마감이 이틀 남은 29일 오후 서울 소재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하반기 전공의 모집이 31일 마감되지만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은 돌아올 기색이 없다. 5대 대형병원 관계자는 “5대 대형병원에는 지원자가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안다”며 “의대 교수들이 ‘수련 보이콧’을 선언한 상황이라 마감일 직전 지원자가 늘어날 가능성도 없다”고 말했다.

정부도 하반기 전공의 지원율이 낮을 것으로 보고 ‘수련 보이콧’이 현실화될 경우 “여러 법적 조치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선발된 전공의를 수련하지 않을 경우 교수에 대해 민법상 손해배상 등을 검토할 수 있지만, 수련 보이콧 선언으로 지원자가 없는 것까지 문제 삼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사직 전공의들은 개원가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전날 서울시의사회에서 주관한 ‘개원가 시스템 설명회’에는 사직 전공의들이 몰려 조기 마감됐다. 의사회에서는 이날 전공의들에게 전산 시스템, 노무, 세무 등 개원의에게 필요한 실무 교육을 5시간 동안 진행했다. 다만 개원가로 사직 전공의들이 몰리면서 봉직의(페이닥터) 급여는 월 1000만 원에서 절반가량으로 하락한 상태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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