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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 최연소 국대, 한국 100번째 金 쐈다

입력 | 2024-07-30 03:00:00

반효진, 女 공기소총 10m 결선 1위
슛오프 접전 끝 0.1점차로 中 꺾어
양궁 男단체 3연패로 101번째 金




반효진이 29일 파리 올림픽 사격 여자 10m 공기소총에서 금메달을 딴 뒤 총을 들어 보이며 기뻐하고 있다. 샤토루=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파리 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선수 143명 중 나이가 가장 어린 반효진(대구체육고 2학년)이 한국의 여름올림픽 통산 100번째 금메달 주인공이 됐다.

반효진은 29일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사격 여자 공기소총 10m 결선에서 올림픽 타이기록인 251.8점을 쏴 금메달을 땄다. 2007년 9월 20일생으로 이날 16세 10개월 18일이던 반효진은 여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최연소 한국 선수로 이름을 남겼다. 종전 기록은 이번 대회 양궁에 출전한 김제덕(20)이 2021년 도쿄 대회 혼성전 금메달을 땄을 때의 17세 3개월 12일이다.

반효진은 전날 이 종목 본선에서 60발 합계 634.5점을 쏴 전체 1위로 결선에 올랐다. 올림픽 기록이었다. 이날 결선에서 반효진은 경기 초반부터 황위팅(18·중국)과 치열한 선두 경쟁을 벌였다. 두 선수는 251.8점으로 동점이 돼 슛오프에 들어갔는데 반효진이 10.4점, 황위팅이 10.3점을 쏴 0.1점 차이로 메달 색깔이 갈렸다. 한국 사격 역사상 최연소 올림픽 국가대표이기도 한 반효진은 여고생 소총 명사수 계보를 이어갔다. 여갑순이 서울체고 3학년이던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고,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선 유성여고 3학년이던 강초현이 여자 소총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우진(32) 이우석(27) 김제덕으로 구성된 남자 양궁 대표팀은 30일 올림픽 단체전 3연패에 성공하며 전날 10연패를 이룬 여자 양궁 대표팀과 대회 동반 우승을 차지했다. 남자 양궁 대표팀은 결승에서 대회 개최국 프랑스를 세트 점수 5-1로 물리쳤다. 일본 국적을 포기하고 태극마크를 단 독립운동가 후손 허미미(22)는 30일 여자 유도 57kg급 결승에서 크리스타 데구치(29·캐나다)에게 반칙패로 져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름올림픽 100개의 金… ‘영광의 얼굴들’ 한국이 29일 10대 사격 선수 반효진의 파리 올림픽 금메달로 여름올림픽 통산 100번째 금메달을 차지했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레슬링의 양정모가 1호 금메달을 안긴 지 48년 만이다. 한국은 이날 현재 은 93개, 동메달 102개로 여름올핌픽 300번째 메달에 5개를 남겼다.



3년차 사격 소녀 “‘어디까지 성장할래’라는 말 나오게 하겠다”
[PARiS 2024]
17세 반효진, 10m 공기소총 金
中선수에 1.3점 앞서다 동점 허용… 마지막 슛오프 10.4 대 10.3 승리
“하늘이 준 기회, 너무 벅차올라… 떡볶이 마라탕 치킨 다 먹고싶어”

반효진이 29일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여자 10m 공기소총에서 우승한 뒤 활짝 웃으며 금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다. 샤토루=뉴스1

29일 파리 샤토루 슈팅센터에셔 열린 파리 올림픽 여자 10m 공기소총 결선에선 반효진(17)과 중국 황위팅(18)의 명승부가 펼쳐졌다. 8명의 결선 진출자 중 10대 명사수 2명만 남은 대결을 두고 현지 중계진 사이에선 “사격이 팬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이라는 극찬이 나왔다.

마지막 두 발을 남기고 승기를 잡은 건 반효진이었다. 0.1점 차로 승부가 갈리곤 하는 이 종목에서 1.3점이나 앞서 있었다. 하지만 올림픽 금메달은 그리 쉽게 허락되지 않았다. 반효진은 23번째 격발에 9.9점을, 24번째엔 9.6점을 기록했다. 이 두 발을 두고 반효진은 “그렇게 크게 (과녁 밖으로) 빠질 줄은 몰랐다”고 했다. 황위팅은 10.3점과 10.5점을 쐈다. 두 선수는 동점이 됐다.

마지막 한 발로 승부를 결정짓는 슛오프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쫓기는 쪽은 반효진일 것 같았다. 하지만 ‘강철 멘털’ 반효진은 흔들리지 않았다. 반효진은 “당황하긴 했다. 그래도 슛오프에 가게 된 건 하늘이 제게 주신 금메달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한 발을 더 소중히 쐈다”고 했다.

먼저 방아쇠를 당긴 건 황위팅이었다. 10.3점이었다. 그리고 이어진 반효진의 한 발. 탁∼ 소리와 함께 과녁 한중간이 뚫렸다. 10.4점. 0.1점 차 승리였다. 경기 내내 신중하던 반효진의 얼굴에 마침내 미소가 피어올랐다.

반효진은 황위팅(중국)과 슛오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승리한 뒤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이 한 발로 반효진은 한국의 여름올림픽 100번째 금메달, 여름올림픽 역대 최연소 금메달(만 16세 10개월 18일), 사격 선수 최연소 메달 등 여러 기록을 새로 남겼다. 활짝 웃다가 잠시 눈물을 보인 반효진은 “함께 출전한 선수들, 코치님들까지 너무 힘들게 여기까지 왔는데 제가 금메달을 따서 잠시 벅차올랐다. 언니들도 울면서 뛰어오더라. 엄청 눈물이 났다”고 했다. 반효진은 또 “영상 통화로 얼마 전에 태어난 조카 얼굴도 보고, 언니와 엄마 아빠도 봤다. 빨리 한국 돌아가서 가족들을 만나고 싶다. 떡볶이와 마라탕, 치킨까지 다 먹고 싶다”며 여고생다운 모습을 보였다.

반효진은 제대로 총을 잡은 지 3년밖에 되지 않았다. 중학교 2학년이던 2021년 같은 학교 사격부 친구 전보민(대구체육고)을 따라 처음 사격에 입문했다. 이전까진 놀이공원이나 오락실 같은 곳에서도 총 한번 쏴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한 달 조금 지나 출전한 대구시장배 대회에서 1위를 하며 ‘사격 천재’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그는 사격 대표팀의 ‘비밀병기’로 평가받았다. 특유의 낙천적이고 천진난만한 성격 덕분에 ‘대형 사고’를 칠 수도 있다는 게 대표팀의 판단이었다. 먹는 걸 좋아하는 그는 국가대표 최종 선발전 때도 “육회비빔밥을 먹고 싶다”더니 곧바로 선발전 1위를 차지한 적도 있다.

이전까지 국제대회에선 기복이 심한 편이었다. 올림픽 전에 출전한 국제사격연맹(ISSF) 바쿠 월드컵에서 42위를 했다가 다음 대회인 뮌헨 월드컵에선 2위를 하는 식이었다. 파리 올림픽에서도 27일 최대한과 짝을 이뤄 출전한 혼성전에서 22위로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전날 열린 공기소총 10m 본선에선 60발 합계 634.5점으로 올림픽 본선 기록을 세우며 전체 1위에 올랐다. 그리고 바로 이튿날 그 여세를 몰아 금메달까지 목에 걸었다.

처음 나선 올림픽 무대에서 올림픽 기록과 올림픽 타이기록까지 세운 반효진은 “사격을 시작한 지 3년밖에 안 돼서 최대한 겸손해지려 한다. 경기를 나갈 때마다 ‘하나라도 더 배우자’고 생각한다”며 “이번 올림픽에서도 똑같았다. 앞으로도 ‘쟤는 어디까지 성장할 생각이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파리=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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