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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가 다 외웠는데…다음에 꼭 부를것” 반칙패 아쉬웠지만 허미미 빛났다

입력 | 2024-07-30 02:21:00


“다음에는 그런 부분까지 잘 생각해야 될 것 같아요.”

평소 생글생글 웃는 표정의 허미미는 차분한 얼굴로 믹스드존(공동 취재 구역)에 들어왔다. 특유의 미소는 잃지 않았지만 얼굴에는 아쉬움이 가득 묻어났다. 2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 드 마르스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여자 유도 57㎏급 결승에서 허미미는 캐나다의 크리스타 데구치와 골든스코어(연장전) 승부 끝에 지도 3개를 받아 반칙패했다. 연장 2분 35초 들어 위장공격 판정을 받으면서 승부가 갈렸다.

(파리(프랑스)=뉴스1) 박정호 기자 = 대한민국 유도대표팀 허미미 선수가 30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샹 드 마르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유도 여자 -57kg 시상식에서 은메달을 수여 받은 후 미소를 보이고 있다. 2024.7.30/뉴스1

특히 연장 들어 허미미가 상대를 몰아붙이는 상황이었기에 더욱 아쉬움이 컸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2004년 아테네 대회 때 심판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았던 김미정 감독은 경기 뒤 납득할 수 없다는 듯 두 손을 들어 보이며 어필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는 있겠지만 위장공격으로 보긴 어렵다고 생각한다. 미미가 원래 앉으면서 공격을 하는 스타일인데 상대 선수가 딱히 공격을 하는 상황도 아니었는데 우리만 받는게 조금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허미미는 “경기 영상을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반칙패로 마무리하긴 했지만 허미미의 첫 올림픽 도전은 빛났다. 세계 최고의 무대에 처음으로 나선 허미미는 준결승에서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브라질의 하파엘라 실바(32)를 골든스코어(연장전) 끝에 위고쳐누르기 절반으로 제압했다. 8강에서는 그동안 한 번도 이긴 적 없던 ‘천적’ 몽골의 르하그바토고 엔흐릴렌(26)을 꺾기도 했다. 허미미는 “올림픽 때문에 열심히 준비했는데 메달 딸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2024파리올림픽 유도 여자 57kg급에 출전한 허미미가 2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드마르스에서 캐나다 크리스타 데구치와 금메달 결정전에 패배 후 아쉬워하고 있다. 2024.7.29. 파리=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허미미의 활약으로 한국 유도는 파리 대회 첫 메달을 신고했다. 여자 대표팀으로선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정보경(은메달) 이후 8년 만의 메달이다. 우승에 대비해 애국가 가사도 공부했던 허미미는 “가사도 거의 다 외웠는데 못 부르게 돼서 아쉽다. 다음 올림픽 때는 꼭 부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올림픽에 나와서 많은 사람들의 응원을 받았다. 특히 우리를 보고 유도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어린 선수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다음 올림픽까지 응원해달라”고 덧붙였다.

특히 자신에게 태극마크를 권했던 할머니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오늘까지 열심히 했다고 말하고 싶고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일본에 있는 가족들에게 “이따 전화해서 메달 보여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경기를 마친 허미미는 내일부터 대표팀 선수들의 응원군으로 활약할 계획이다. 30일에는 남자 대표팀의 ‘신성’ 81㎏급 이준환이 출격한다.


파리=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