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12월에 설립한 로드원은 독자적인 허니콤 구조를 연구한 뒤, 이를 바탕으로 충격 흡수재와 보강재를 개발하고 있는 제조 스타트업이다. 현재 주력해서 판매하고 있는 제품은 허니콤 볼라드다. 로드원의 허니콤 볼라드는 기존에 일반적인 스틸 볼라드 대비 충격 흡수력과 지지력을 보강한 제품이다.
선상원 로드원 대표는 “허니콤 볼라드는 보행자, 자전거, 이륜차, 개인형 이동수단(킥보드 등)이 볼라드에 부딪혀 다치는 일을 방지하고, 차량의 인도 진입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라며, “차량의 인도 진입을 막아 안전을 담보하는 볼라드 때문에 오히려 사람이 다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허니콤 볼라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한 로드원만의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시흥창업센터에서 만난 선상원 로드원 대표 / 출처=IT동아
너무 단단한 도로교통 시설물의 문제점
선상원 대표(이하 선 대표): 로드원은 허니콤(벌집) 구조의 폐플라스틱을 이용한 도로교통 시설물 충격 흡수 장치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음… 먼저 사업을 시작하게 동기부터 설명하고 싶다. 우리나라 도로교통 시설물은 너무 단단하다. 그래서 충돌 사고 때 오히려 인명사고를 내는 흉기가 되고 있다.
지난 2016년 기준 전국에서 발생한 전체 교통사고는 22만 917건으로, 이중 시설물 교통사고는 2160건이다. 하지만, 100건당 치사율을 살펴보면 전체 교통사고는 1.94명 수준인데 반해 시설물 교통사고는 11.06명에 이른다. 시설물 개선 작업을 진행했음에도 비교적 최근인 2019년 자료를 보면 시설물 교통사고 100건당 치사율은 8.9명으로 여전히 높다.
치사율이 높은 시설물 교통사고 / 출처=로드원
또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시설물 충돌 교통사고는 총 2만 2654건으로, 같은 기간 발생한 전체 교통사고 111만 1151건의 2%에 불과하지만, 시설물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의 11.2%인 2901명에 달한다. 이처럼 시설물 사고 치사율이 높은 이유는 도로에 있는 시설물 대부분이 강도가 강한 금속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IT동아: 확실히… 맞다. 전신주, 표지판, 신호등과 같은 도로에 있는 다양한 시설물에 자동차가 충돌해 크게 부서지는 사고 영상을 많이 본 것 같다.
교통사고 사망자는 줄어들고 있지만, 이륜차, 자전거, 개인형 이동수단의 사망자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 출처=로드원
그런데, 같은 기간 이용률이 크게 증가한 이륜차(5.4%), 자전거(30%), 개인형 이동수단(36.8%)의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크게 증가했다. 이 부분에 집중했다. 이륜차, 자전거, 개인형 이동수단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줄일 수 있는 도로교통 구조물 충격 흡수장치를 개발하고, 점차 활용처를 넓힐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달라진 교통 환경에 맞춘 시설물이 필요합니다
IT동아: 정리하면, 치사율이 높은 시설물 교통사고의 사망자 수를 줄이기 위한 시설물 충격 흡수장치를 개발하되, 보행자와 이륜차, 자전거, 개인형 이동수단 등 새로운 교통수단에 맞춰 제품을 고안한 셈이다.
선 대표: 맞다. 이후 우선 집중한 제품은 볼라드(bollard, 자동차가 인도에 진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차도와 인도 경계면에 설치하는 구조물)다. 볼라드의 설치 목적은 명확하다. 차량의 인도 진입을 방지해 안전한 보행권과 편리한 이동권을 제공하는 데 있다. 하지만, 볼라드가 오히려 사람과 차량을 방해하는 경우가 많다.
tvN의 ‘‘유 퀴즈 온 더 블록’의 진행자인 유재석이 길을 걷다가 볼라드에 부딪히는 장면 / 출처=디글 클래식 유튜브 채널
너무 단단한 기존 볼라드는 충격 흡수력이 떨어져 보행자와 개인형 이동장치 이용자, 교통약자(시각장애인) 등을 위협한다. 차량이 충돌했을 경우 차량 파손 집중으로 탑승객 사망 및 부상 위험도도 높다. 그렇다고 충격 흡수력을 개선한 연성 볼라드을 설치하면, 차량의 인도 진입을 억제하기 못해 더 큰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출처=로드원 홈페이지
즉, 너무 약한 볼라드와 너무 강한 볼라드의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 시속 10km로 천천히 달린 자동차가 볼라드를 설치한 인도에 진입해 인명 피해를 유발하고, 킥보드를 타고 이동하던 탑승자가 볼라드에 부딪혀 사망하는 사고 등을 방지할 수 있어야 한다.
충격 흡수율이 높은 허니콤 구조를 개발했습니다
IT동아: 얘기를 들을수록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교통약자를 보호하고 차량 파손을 경감할 수 있는 충격 흡수 성능을 갖추고, 차량의 인도 진입을 저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 아닌가.
선 대표: 어렵지만 문제는 명확하니 개선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 아이가 4살 때였던 것 같다. 뛰어가다가 볼라드에 부딪혀 엄청 아파했었다. 이처럼 보행자나 자전거, 개인형 이동수단이 부딪혔을 경우에는 충격을 흡수하고, 차량이 충돌했을 때 충분히 지지할 수 있는 볼라드가 필요하다.
허니콤 구조를 적용한 로드원 허니콤 볼라드의 충돌 시뮬레이션 모습 / 출처=시흥산업진흥원 유튜브 채널
치킨의 겉바속촉처럼 약해야 할 때는 약하고, 강해야 할 때는 강한 볼라드를 만들기 위한 방법을 찾았다. 그렇게 찾은 것이 허니콤 구조다. 허니콤은 압력과 충격을 견딜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구조다. 고속열차인 KTX 앞부분에 알루미늄 합금으로 만든 허니콤 구조 장치를 설치해 충격을 흡수할 수 있을 정도다.
로드원의 허니콤 볼라드는 스틸 파이프를 둘러싼 허니콤 구조체로 이뤄져 있다. 샘플을 제작해 압축 실험을 진행했고, 3D 프린팅 실험을 통해 허니콤의 두께 및 길이 최적화를 위한 실증 테스트를 진행했다. 이후 충돌 시뮬레이션을 거쳐, 실차 충돌 실험을 통해 타사 제품과 비교하며 충격 흡수량과 차량 파손도 등을 관측했다.
허니콤 볼라드의 저속충돌 공인기관 시험 모습 / 출처=로드원
시속 25km로 달리는 킥보드, 시속 5km로 달리는 1.3톤 차량이 충돌하는 조건에 해당하는 저속충돌 공인기관 시험과 시속 20km로 달리는 1.3톤 차량이 충돌하는 조건에 해당하는 고속충돌 공인기관 시험을 통해 검증도 완료했다. 저속충돌 시험을 통해 로드원 허니콤 볼라드는 기존 스틸 볼라드 대비 최대 가속도 60% 감소, 최대 충격력 50% 감소라는 효과를 인증했으며, 고속충돌 시험을 통한 효과도 검증했다. 관련 특허도 확보했다.
먼저 부서지며 외부 충격을 흡수하는 허니콤 볼라드의 구조체 / 출처=시흥산업진흥원 유튜브 채널
사실 로드원을 설립하기 전부터 허니콤 구조를 활용한 도로교통 시설물의 충격 흡수에 대해 많이 연구하며 지난 2020년 8월에 관련 박사 학위를 취득했었다. 그리고 4개월이 지난 2020년 12월에 사업화를 결정하며 로드원을 설립했다(웃음).
B2G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는 허니콤 볼라드
IT동아: 뭔가… 사업화를 위한 과정을 착실하게 밟아 온 셈이다.
선 대표: 기존 스틸 볼라드는 사람이나 개인형 이동수단이 와서 충돌하면 ‘퉁’하고 튕긴다. 하지만, 허니콘 볼라드는 허니콤 구조체가 점층적 충격을 흡수하며 부서지고 난 뒤에 튕긴다. 구조체가 부서지는 시간만큼 부딪히는 사람 또는 개인형 이동수단의 충격을 흡수한다. 벌이 알려준 벌집, 허니콤 구조의 독특한 충격 분산을 적용한 결과다.
2022년 신기술(NET)인증서와 재난안전제품 인증서 수여식 당시 모습 / 출처=로드원
2020년 4월 허니콤 볼라드에 대한 연구논문을 게재했고, 12월 충격 흡수 볼라드 특허를 출원했다. 이후 2021년 디자인 출원, 우수산업디자인 상품 선정, 벤처기업 등록, 발명진흥회 SIIF 2021 금상 수상 등을 거쳐 2022년 5월 신기술(NET) 인증, 6월 허니콤 볼라드 재난안전제품 인증, 9월 허니콤 볼라드 혁신제품 인증 등을 받았다. 2023년 4월에는 우수조달물품으로 지정 받았다. 성능 인증도 받았다. 우리가 준비해야 하는 것은 모두 했던 것 같다(웃음). 이러한 과정을 통해 현재 나라장터와 혁신장터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나라장터에서 우수제품으로 검색되고 있는 로드원의 허니콤 볼라드 / 출처=나라장터 홈페이지
IT동아: 그 말은 나라장터에서 볼라드 우수제품으로 로드원의 허니콤 볼라드가 유일하다는 말인가.
선 대표: 가격도 기존 스틸 볼라드와 거의 같다.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허니콤 구조물 안에 스틸 볼라드를 압인해서 넣는 생산 공정 단순화를 통해 가격을 낮출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사람이 부딪혀도 아프지 않고, 자전거나 개인형 이동수단이 충돌해서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을 줄였으며, 자동차가 저속 충돌 시 지지할 수 있는 지지력도 높였다.
혁신장터에서 검색되고 있는 로드원의 허니콤 볼라드 / 출처=혁신장터 홈페이지
허니콤 구조를 활용한 다음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IT동아: 다음 목표가 궁금하다.
선 대표: 2022년 10월에 영등포에 처음 납품했고, 2023년 10월부터 지금까지 서울시 볼라드 판매 1위를 기록했다(조달정보 포탈). 영등포 지역에 설치한 볼라드는 거의 대부분 우리 로드원 허니콤 볼라드라고 자부한다(웃음). 2022년 12월에 처음 제품을 판매하며 매출을 올렸고, 2023년 7억 원, 매출을 달성했다. 올해 BEP는 달성했으며, 예상 매출은 15억 원 정도다.
선상원 로드원 대표 / 출처=IT동아
로드원 설립하면서 전 세계 볼라드는 거의 다 살펴본 것 같다. 사람이 걷다가 볼라드에 부딪혀서 아픔을 호소하는 모습, 차량이 볼라드를 밀고 들어가 인도에 침범해 사람을 덮치는 사고 영상 등을 보며 많이 고민하고 있다. 우리 볼라드를 설치한 ‘홍천강 휴게소’에서 2.5톤 화물차가 충돌했을 때 버텼던 우수 사례도 있고, 이를 바탕으로 베트남과 미국 등 해외에도 진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볼라드 이외에도 허니콤 구조를 적용한 가드레일 단부장치, 울타리, 지주구조 시설물에 장착하는 허니콤 시설물, TMA(트럭 장착 충격 감쇄기), 헬멧 등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추가로 폐플라스틱을 이용한 허니콤 구조체를 통해 자원 순환도 기획 중이다.
허니콤 볼라드 시공 사례 / 출처=로드원
로드원을 설립하기 전, 한국 핵융합연구소(현 한국 핵융합 에너지연구원)에서 가열 전류 구동 연구팀 연구원으로 3년 동안 근무한 뒤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이후 주변에서 여러 조언을 들으며 로드원 설립을 결심했다. 설립 초기 조달청, 창업진흥원, 시흥산업진흥원 등의 여러 연구개발 지원 사업과 사업화 지원 사업에 참여하며 지금의 허니콤 볼라드 아이디어를 구체화할 수 있었다.
허니콤 볼라드 시공 사례 / 출처=로드원
열심히 노력했다. 허니콤 볼라드 출시 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우수제품으로 B2G 영역에서 인정받으며 성장했고, B2B 영역으로 확장하기 위한 기회도 찾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차기 제품도 고민 중이다. 허니콤 볼라드를 통해 초기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고 생각한다. ‘모든 시민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앞으로도 우리 로드원에 대해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IT동아 권명관 기자 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