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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허가 받으면 사실상 ‘영구’ 도검 관리 허술…“소지허가 갱신 필요”

입력 | 2024-07-30 16:28:00

총포는 3년마다 소지 허가 갱신…도검은 해당 無
경찰, 작년 점검서 도검 725건·총기 1631정 취소



ⓒ뉴시스


서울 은평구의 한 아파트 주민이 허가받은 120㎝ 일본도를 휘둘러 같은 동네 주민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허술한 도검 관리 체계가 도마에 올랐다.

도검은 소지 허가 갱신에 대한 의무가 없어 한번 허가를 받으면 사실상 영구 소지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소지자에게 정신장애나 범죄경력 등 ‘결격사유’가 발생해도 이를 미리 확인하고 취급 부적격자를 거를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30일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총포화약법)을 보면 3년마다 소지 허가를 갱신해야 하는 총포 소지자와 달리 도검 소지자는 별도의 허가 갱신 의무가 없다. 한번 허가를 받으면 사실상 도검을 영구 소지할 수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모두가 도검을 소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행법은 ‘심신상실자, 마약·대마·향정신성의약품 또는 알코올 중독자, 정신질환자나 뇌전증 환자’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집행이 끝난 후 5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 등을 도검을 소지할 수 없는 이들로 규정한다. 총포나 화약류도 같은 규정의 적용을 받는다.

하지만 도검 소지 허가는 총포보다 비교적 간편하게 이뤄진다.

총포 소지 허가의 경우 신청인의 정신질환이나 성격장애를 확인하기 위해 병원에서 발행한 신체검사서와 정신과 전문의의 소견이 필요하다.

반면 도검 소지 허가의 경우엔 신청인이 운전면허가 있다면 신체검사서를 따로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허가 이후에 도검 소지자의 정신장애나 범죄경력 등 ‘결격사유’가 발생했는지를 모니터링하는 법 규정도 전무하다.

법 규정이 없다 보니 경찰청은 자체적인 점검을 통해서라도 도검 취급 부적격자를 걸러내는 실정이다.

이날 뉴시스가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청은 지난해 6~8월 두 달 간 민간이 보유한 총포·도검·화약류 등에 대한 일제점검을 벌여 도검 725정과 총기 1631정의 허가를 취소했다.

경찰 관계자는 “소지 허가자의 취급 부적격성을 모니터링할 수 있게끔 제도 개선이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21대 국회에서 관련 입법이 진행됐다가 기간 만료로 폐기됐다. 22대 국회 때도 마찬가지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 역시 총포에 적용되는 허가 갱신을 도검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한국이 점차 ‘분노 사회’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도검의 자유로운 활용이 가능하면서 사회가 더 위험해졌다”며 “도검소지허가 기간을 정하는 등 부적격자를 거르는 촘촘한 제도적 방안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도검 취급 부적격자를 걸러낼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미비한 가운데 도검이 ‘흉기’로 악용되는 경우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서울 서부경찰서는 전날 오후 11시27분께 서울 은평구 한 아파트 정문 앞에서 120㎝ 길이의 일본도를 휘둘러 같은 아파트 주민을 살해한 A(37)씨를 긴급체포해 조사 중이다.

범행에 사용된 일본도는 올해 초 장식용으로 경찰의 도검 소지 허가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상동기범죄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지난해 6월 경기 광주에서도 평소 ‘고령의 무술인’이라며 언론에 여러 번 소개되기도 했던 한 70대 남성이 101㎝ 길이의 일본도로 주차 시비가 걸린 50대 남성의 양쪽 손목을 절단하는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손목이 잘린 피해자는 과다출혈로 인한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서울=뉴시스]